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을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바른 생활을 볼드체로 강조한 교육을 받아선지, 우리는 늘 이타적이고 근면 검소한 삶을 소망하였다. 비망록이란 말 그대로 잊지 않기 위해 그때그때 약속이나 사건을 적은 노트다. 아마 시인은 자신의 기록을 보며 바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자신을 본 것 같다. 하지만 바라는 사람은 아직 되지 않은 것 같지만 비망록을 보며 늘 자각하고 자신의 모습을 본다. 나태주 시인은 가까이 보아야 더 아름다운 것이 꽃이라 말을 하였지만 문정희 시인은 가슴에 박힌 별이 아프기만 하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다. 문정희 시인에게 그 아픔이 사랑인 것이다. - 이해우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의 이유 /이원규 (1962~ )ㅡㅡ이해우 해설 (0) | 2023.11.27 |
---|---|
나팔꽃 /이해우 (0) | 2023.11.26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시 조혜영 곡 (0) | 2023.11.26 |
돈과 권력과 명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대하라 그리 말한다 (0) | 2023.11.25 |
취요일(醉曜日)의 비창(悲愴) /이해우 (0) | 2023.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