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로/고추잠자리
녹슨 철조망 몇 가닥 걸린 말뚝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고추잠자리 눈 감고 있다
가만가만 다가가서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려는 순간,
고추잠자리 살짝 떴다 빈 손가락이 무안했다
푸른 허공에 고추잠자리 떼 휙휙 휘파람 불면서
활공(滑空)하는 밝은 풍경,
고추잠자리 날개가 햇살의 살갗처럼 투명하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놓치거나 실패하면 재빨리 체념하고
허공을 보았다
그렇게, 깨끗하고 배고팠다
나의 아름다운 실패
고추잠자리야
//맑고 밝게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시에서 고추잠자리는 작은 욕망이나 욕심이다. 화자는 고추잠자리 뒤로 가 잡으려 하였다. 정면 도전을 하지 못하고 쉬운 기습을 선택했으니 부끄럽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자주 하던 말 '조금 먹고 덜 싸지, 뭘' 이란 말이 있다. 자포자기가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얻는 내면의 평화를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엇을 선택하는가 하는 건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렸다. 비겁하지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얻고 싶은 것을 획득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배고프지만 정면으로 승부를 거는 내면의 평화인가?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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