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관련된 정치와 시사

우리 시대 우상과 이성, 한국 정치사회에 대한 시대적 특징 분석을 주제로 한 토론회/ 김대호 글 요약

양곡(陽谷) 2023. 10. 19. 09:35

우리 시대 우상과 이성, 한국 정치사회에 대한 시대적 특징 분석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오늘 열린다. 참관하고싶지만 산골 서생이라 여기 김대호 대표의 발제 요약문으로 대리만족할 수 밖에.
내일 2시 내 발제문의 일부. 윤석열정부 1년 5개월 간 최대 실책 중 하나가 정치•정부 혁신의 핵심을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로 규정하여, 대통령실 규모와 역할을 축소(정책실, 민정수석실 등 폐지, 인사검증 업무의 법무부 이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게 1987년 컨센서스 중의 하나다. 그래서 국힘당 강령-->정책공약집-->120대 국정과제-->정부 출범 100일(5.17) 기념 10대 치적에 당당히 든, 그야말로 4관왕 격인데, 완전한 헛발질이다. 물론 작동하지도 않는다. 책임총리 장관제는 안하면 그만인데, 없애버리고 줄여버린 역할은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복원이 안된다.

1987년 컨센서스의 대부분은 민주당이 섬기는 우상과 미신이지만, 이게 주류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다 보니 국힘당도 섬기는 것이 의외로 많다. 외치나 에너지(원전) 정책은 확연히 다르지만 공공, 노동, 연금, 의료, 지방 등 많은 분야에 그런 낡은 우상과 미신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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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과 중국의 부동산 거픔 붕괴, 4차산업혁명, 기후변화 등 전지구적 위기•도전의 의미와 효과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를 논하는 세계적 석학들의 통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특수적 현상 중의 하나인, 완전히 변질된 민주화에 대한 국내외 석학이나 정치가•경세가들의 통찰을 접하긴 어렵다. 오히려 수많은 우상, 미신, 억지로 점철된 1987년•운동권 컨센서스와 그 사제(司祭)인 86운동권의 어청난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과거지사가 된 민주화의 빛만 보며 아부와 찬사만 늘어놓는다. 민주화 세력의 위선, 독선, 무능, 부패가 천지를 진동하는 시기에 출범한 윤석열정부조차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위대한 국민의 성취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루어야 한다”  “과거 보수정부가 추구한 ‘더 큰 대한민국’, 진보정부가 추구한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면서 덕담만 늘어놓고 있다.

1970~80년대부터 재야•운동권이 피땀으로 구축하고, 이들과 연대한 김대중•김영삼이 약간 순화하고, 민정당•민자당이 대체로 동의한 1987년 컨센서스는 이제는 수많은 ‘숨은 신’의 형상대로 만든 우상과 도그마로 된 미신의 기둥으로 서 있는 거대한 신전이 되었다. 대부분 철거 파쇄 되어야 할 우상과 미신이지만, 정치•사회•문화 권력을 차지한 86운동권 사제들에 의해 결사옹위 되고 있다. 여기서 인구•지방•재정•연금•보험•필수의료 등의 지속가능성 위기가 발원한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아발생하는 암 증상과 사회의 총체적인 퇴행•열화•쇠락•내파 위기도 발원한다.  

1987년 이후 굳어진 정치지형에서 방어자였던 정치적 주류•자유보수와 공격자였던 비주류•민주진보의 생각은 확연히 달랐다.  

두 세력 공히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자유권을 확대한다는데 대해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후자는 민주화를 독재 타도 혹은 주류•자유보수 청산•척결•궤멸로 읽었다. 독재 앞에는 군부, 공안, 검찰 등을 붙이고, 보수 앞에는 친일, 반공, 반북, 수구, 냉전, 대미예속, 기득권, 기회주의 등을 붙였다. 기본적인 역사관, 세계관, 가치관 자체가 대한민국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고, 더 나아가 민주국가라면 어디나 있는 보수와 진보, 급진과 온건, 우파와 좌파의 정치적 대립을 사실상 섬멸•절멸전으로 몰아가니 정치가 전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다. 박근혜 탄핵과 보수의 내분(반목질시 사분오열)으로 보수의 힘이 약화되고, 진보•운동권이 경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권력과 권위를 확보하자, 오래 전부터 마그마처럼 가슴 깊숙한 곳에서 들끓고 있던, 보수와 대한민국에 대한 증오•혐오와 부•권력•명예에 대한 탐욕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물론 조선의 86운동권이었던 사림파들이 일찍이 보여주었던 일이다.

정치•정부 혁신의 핵심을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로 규정하여, 대통령실 규모와 역할 축소(정책실, 민정수석실 등 폐지, 인사검증 업무의 법무부 이전), 책임 총리•장관제, 국무회의 중심 국정운영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책임 총리•장관제는 작동하지도 않고, 인재풀은 전현직 공무원 중심으로 아주 협소해져 버렸다.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에 필요한 눈과 귀가 닫히고, 손과 발은 잘리고, 뇌 자체가 축소되고, 신선한 피(필요한 정보, 지식, 마인드 등)도 공급되지 않아, 정부의 혼미와 난맥상이 심화되었다. 이는 윤정부가 (직업공무원들이 많이 섬기는) 1987년 컨센서스라는 미신과 우상을 제대로 퇴출하지 못한 소치다.

1987년 컨센서스라는 신전을 떠받친 미신과 우상 혹은 가치•이념과 비전•정책은 거의 다 무너졌다. 썩어 문들어져 푸석푸석해졌다. 그러나 윤정부와 자유보수 진영과 보편 이성과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들을 과감하게 들어내지도 파쇄하지 않았다. 거대한 신전을 밀어버리고 새시대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3.9 대선으로 기사회생한 대한민국이 내년 총선으로 다시 사경을 헤메지 않을까 하는 광범위한 우려다. 우상을 파괴하고, ‘숨은 신’을 죽이고, 악마의 신전을 부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