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비영리 단체의 모금은 단지 돈을 모으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이 하려는 일의 의미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을 모으는 일입니다.”
독일의 모금 전문가 알렉산더 그레고리(62)는 엔지오의 활동 가운데 모금이 매우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한다. ‘아름다운 재단’의 초청으로 엔지오 활동가들에게 14, 15일 이틀 동안 모금 노하우를 알려준 그는 모금 활동을 ‘파문’에 비유한다. 물에 돌멩이를 던지면 중심에서부터 물결이 일 듯, 모금 활동은 먼저 모금자 스스로 확신을 갖고 이를 가까운 사람부터 차례로 확산시켜 나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가 알려주는 모금 노하우는 아주 구체적이다. 첫째, 주소록은 가장 큰 자산이다. 둘째 돈 뿐만 아니라 현물 기부나 자원봉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 셋째, 후원자를 의사결정 과정에 끌어들여라. 넷째, 후원자는 전화받기를 좋아한다 등등….
그는 대부분의 후원자들이 모금 주체인 단체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모금 단체들은 건물이 필요하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물이 왜 중요한지를, 자동차가 필요하다면 어려운 이웃이 그로 인해 어떤 도움을 받는지를 후원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쓸 때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가령 노숙자에게 한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데 얼마의 돈이 드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해요. 또 편지 내용에는 모금 단체의 활동 내용 대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그가 모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2년 전쯤 뮌헨 성인교육센터 재정 담당 책임자로 일할 때였다. 사실 그는 대학 졸업 뒤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기존의 질서와 권위에 도전한, 독일판 386인 68세대 출신에게 변호사라는 직업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달리 수임료 때문에 일해야 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낀 그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성인교육센터에서 이민자 사회와 제3 세계를 돕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엔지오들이 그에게 효과적인 모금 방법에 관한 교육을 요청해 왔다. “큰 조직의 재정을 맡고 있어 모금에 대해서도 잘 알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사실 나도 배워가면서 가르쳐야 했습니다.”
지금까지 50여 차례의 모금 관련 워크숍을 하면서 그는 이제 전문가로 이름이 났고, <펀드 레이징> <재단> <홍보> 등 모금과 관련한 책도 썼다. 2001년에는 벌새류의 이름을 딴 ‘콜리브리’라는 재단을 만들어 국제 결혼을 한 독일 안의 다문화 가정, 이민자 자녀, 브라질의 땅없은 농민운동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만난 강정숙(59)씨와 결혼한 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도왔고, 1987년 부인과 함께 한겨레신문사 창간기금 모금 활동도 벌였다. 이번 모금 노하우 워크숍도 장모 팔순 잔치 때문에 한국을 찾았다가 ‘재능 나눔’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도 이제는 많이 성장했으니 어려운 다른 나라에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많이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글·사진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비영리모금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기모금 등 (0) | 2007.05.13 |
---|---|
세계적인 모금회사들 (0) | 2007.05.05 |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역할과 과제 (0) | 2007.04.28 |
사회적 기업의 과제 ? (0) | 2007.04.28 |
사회복지공동모금 (0) | 2007.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