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과제와 방향
양용희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 들어가는 글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사회적기업지원법”에 대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으며 노동부에서는 사회적기업 추진을 위한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다. 실업극복재단, 자활후견기관, YMCA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념이 생소할 뿐 관계된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조차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을 추진하는 각 주체나 사람들 간에 사회적기업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적기업이 먼저 논의된 유럽이나 OECD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럽의 국가들과 OECD국가들 사이에서도 사회적기업은 법적, 행정적, 사회문화적 차이로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회적기업은 매우 다양하며 따라서 공통된 정의는 없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에 대한 몇가지 전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정부로 부터의 자율성과 시장과 정부에 의해 충족되지 않는 욕구에 대한 혁신적인 서비스의 제공2) 그리고 기업가적 전략에 의해 운영되면서도 이윤의 극대화가 주요 목적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적활동이라는 전제를 지니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나타난 사회적기업의 주요 전제는 다양한 법적 형태, 기업가적 조직활동, 이윤의 분배보다는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재투자, 주주보다는 이해관계자 중심(민주적 참여), 경제적이며 사회적 목적 달성, 경제적이며 사회적 혁신, 시장 원칙의 준수, 경제적 생존능력, 자립적 재정중심의 다양한 재원 구조, 상품과 서비스 생산을 통한 지역사회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에 대한 제공, 노동중심적 활동 등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가별, 국제적 통계 수집의 어려움이나 급속한 환경변화, 사회적기업의 적합한 법적 형태의 문제 등은 문제로 남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3)
세계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구조와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통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기업이 급속히 우리나라에 도입될 때 올 수 있는 약간의 혼란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 뿐 아니라 제3섹터에 대한 이해가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이해당사자들 간의 의견차이나 충돌은 있을 수 있다. 한국적 상황에서 정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자신들이 속한 경험과 철학에 따라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와 접근방법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인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창출과 경제적이면서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과제의 해결이다. 곧,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형태 속에서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기업의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하다.
2. 사회적기업의 추진 배경
1) 제3섹터의 성장과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의 탄생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미친 것이 제3섹터이다. 제3섹터는 시장, 정부의 영역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공익적 실현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제3섹터는 전세계적으로 지난 20여년 사이에 급성장을 하였다. 제3섹터, 비영리조직의 성장은 단지 규모의 확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비영리조직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존 홉킨스 대학이 35개국의 비영리부문에 대한 비교 조사에 의하면 비영리부문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의 숫자는 3천9백5십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는 전체 고용인력의 3.6%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농업인구를 제외하면 7.3%에 이르며 공적분야(public sector)의 46%에 이르는 규모이다. EU의 경우 전체 고용인력의 7.9%에 해당하는 9백만명이 비영리조직에서 일할 정도로 비영리조직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들 비영리조직은 다양한 조직 형태들로서 건강, 문화, 환경, 사회서비스, 교육, 고용 등의 분야에서 경제분야에서 활발하게 성장하였다. 이들은 협회,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선단체, 재단 등 다양한 법적 형태는 각국의 법적, 문화적 틀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비영리조직들에게는 공통적인 요소가 발견되는데 그것은 정부의 공적보조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비영리조직의 기금을 모집하는데 있어서 혁신적인 방법이 동원된 사업적 요소가 더 많이(more entrepreneurial)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비영리조직들은 성과를 중요시 여기고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였으며 세계화와 공적보조금의 축소를 대처하기 위한경영과 사업적인 방법을 채택하게 되었다.4)
그러나 유럽과 미국은 제3섹터와 사회적기업에 있어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사회서비스에 있어서 국가중심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에 미국은 개인주의적, 시장주의 경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가 비영리조직에 대해서도 다른 관계를 보이고 있다.5) 비영리조직의 분류기준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에 대한 부분이다. 유럽의 경우 제3섹터의 기준에 이윤의 제한적 배분을 포함하는데 반해 미국식 분류의 기준(존 홉킨스 대학의 분류 기준)에는 이윤의 비분배가 기준으로 되어있다. 이는 유럽의 경우 사회적기업들이 조합형식이 많은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는 NGO형태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6) 조합형태의 사회적기업의 조합원들에게 제한적이나마 이윤을 배분하도록 되어있다.
제 3 시스템(the third system)7) 분류기준
유럽식 |
미국식 (존스 홉킨스 대학) |
공식적 조직 |
공식적 조직 |
독립적 조직 |
독립적 조직 |
자율적 조직 |
자율적 조직 |
이윤의 제한적 분배 |
이윤의 비분배 |
사회자본의 생산 |
자원봉사의 참여 |
2) 공적부문에 대한 국가의 역할 축소
유럽에서 1970년대부터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실업이 증가하면서 정부의 재정압박이 가해지면서 실업률이 높은 국가의 경우 수입은 줄어든 반면에 지출은 증가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따라서 기존의 복지국가의 시스템에 대한 위기와 함께 개혁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비영리조직들의 사회적 역할의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나 새롭게 활성화되고 있는 비영리조직들은 과거의 조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변화로는 생산적이고 기업가적 행동, 사회서비스 공급에 대한 혁신적인 방법, 고용에 대한 관심, 지역적중심의 활동 들이다. 그들이 전통적인 비영리조직과는 달리 생산성, 사회서비스와 취약계층의 고용에 대하여 관심을 보인 것은 이들 분야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지원이 줄어든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이들 사업을 위한 자체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함께 수행하게 되었다.8) 특히 지역중심의 고용의 문제는 사회적기업의 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경우에 사회적기업의 활성화는 비영리조직의 재정 수입과 관련되어 있다. 미국 비영리조직은 재원을 전통적으로 정부의 보조금, 재단 및 개인의 기부금에 의존해 왔는데 레이건 정부가 들어선 1980년 이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정부의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비영리조직들의 재정난은 심해졌다. 따라서 비영리조직들은 자체 사업(서비스)을 통해 재정을 확보해갔다. 설러먼 교수의 계산에 의하면 1977년부터 1996년 사이에 비영리조직의 자체 서비스 이용료 수입이나 마케팅을 통한 수입은 전체수입의 55%를 차지하였다. 그중에서 사회서비스분야는 69%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교육분야가 63%, 건강분야가 51%, 문화예술분야가 43%를 차지하였다. 미국의 비영리조직들이 자체 벌어들인 수입의 구조를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비영리조직의 사업을 통한 수입이 매우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상업적인 사업의 발전과 기업과의 긴밀한 관계의 유지, 비즈니스적 방법의 선택을 하면서
3) 유럽과 미국의 사회적기업
유럽의 사회적기업과 미국의 사회적기업의 형태는 매우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NGO의 성격차이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 국가중심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반면에 미국은 시장 중심의 NGO활동들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의 NGO들은 국가의 재정지원에 한정되어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재단의 지원금과 모금을 통한 재정의 부분이 매우 높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기업에도 나타난다. 유럽의 사회적기업은 주로 협동조합, 상호공제조직 중심의 사회적기업이 발달한 반면에 미국의 사회적기업은 NGO중심의 사회적기업이 발달되어 있다. 곧, 미국에서는 NGO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목적을 이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기업을 활용하고 있다. 조직이 지닌 사명을 사회적기업이라는 기업가적 정신과 사업을 통하여 상업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9) 이러한 미국식 사회적기업은 비즈니스적 형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는 잘못하면 비영리조직의 목적과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비영리부문의 상업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3. 사회적기업의 정의와 기준
사회적기업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통된 정의가 없음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각국의 법적,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법적, 제도적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모두 받아들이는 사회적기업의 기준으로는 수익성과 사회성이 동시에 이룩되는 곧, 영리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조직의 운영과 이윤의 배분에 있어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은 시장과 국가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경제영역에서 발달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운영하는 조직에 따라 사회적가치 창출과 경제적 가치 창출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통적인 비영리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가치 창출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Peter Brinckerhoff 는 사회적기업은 사명에 기초한(mission-based)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기업의 성격으로 첫째, 참여자들을 귀하게 여기고 서비스의 가치를 중요시해야 하며 둘째, 참여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위험을 담당해야 하며 셋째, 욕구와 원함 (need and want)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넷째 모든 자원은 청지기적 차원에서 투자되어야 하며 다섯 번째, 투자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따져야 하며 마지막으로 미션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되 경제적 가치 없이는 미션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10)
4.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1) 사회적기업의 논의 배경
IMF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실업대책을 위해 일자리의 창출을 위해 많은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실업률은 어느 정도 경제위기 이전 상태로의 회복을 보이고 있으나 일자리의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확대됨으로써 노동시장은 양극화되고 있으며 정부의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대한 자활 지원은 실제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은 하나 여전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의 발생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괜찮은 일자리의 창출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한편 취약계층 이외에도 고용없는 성장이 현실화되면서11) 청년, 중도퇴직자, 노인 등의 일자리도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자리 문제와 함께 사회서비스의 욕구해결도 새로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인구구조와 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서비스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의 일자리를 위한 보육의 문제,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노인들에 대한 간병서비스 등을 위한 일자리의 개발도 요구되었다. 그동안 정부차원의 보건복지부의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자활후견기관지원 그리고 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의 지원을 위한 지원금을 실시해오고는 있었으나 여전히 낮은 급여수준이나 지속적인 일자리의 유지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로 제기된 것이 사회적기업의 도입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경제위기이후 실업이 급증하면서부터이다. 정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소외계층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도입을 통해 우리나라 소외계층의 일자리 문제의 해결과 더불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의 욕구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일자리와 사회적기업이 경제와 실업문제의 파급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12)
2) 사회적기업의 모형
그러나 그동안 자활이나 일부 NGO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적일자리 사업이 규모면이나 경영측면에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립에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NGO들이 기업·지자체와의 연계하여 사업 대규모화를 통해 보다 지속적이고 자립지향형 사회적일자리 창출 모델을 발굴, 학산하기 위해 광역형사업과 기업연계형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는 그동안 자활후견기관이나 NGO들이 소규모로 실시하던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육성하기 위한 법적 토대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하다.13)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진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형태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정부의 자활후원사업을 기점으로 시작된 참여자 중심의 사회적기업이며 다른 하나는 NGO와 기업이 연계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자활후원중심의 사회적기업으로는 우렁각시, 컴윈 등이 있으며 기업과 연계한 사회적기업으로는 실업극복재단과 SK텔레콤의 도시락 지원사업이나 교보생명의 간병인 사업이 있으며 최근에 (주)SK와 YMCA와 연계된 탁아사업이 있다. 자활후원사업 중심의 사회적기업은 성격상 협동조합의 성격이 강하며 기업연계형은 NGO 중심의 사업 성격이 강하다. 어떤 방식이 우리나라 상황에서 바람직한 사회적기업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는 많은 검토와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방식만의 사회적기업을 고집하여 전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협동조합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조합원 중심의 사회적기업이나 NGO와 기업이 결합된 형태의 NGO 중심의 사회적기업이 중 어느 한 방식이 절대적으로 수용되기 보다는 한국적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확대될 수 있는 주된 사회적기업의 모델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최근에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개념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니 만큼 사람들마다 이해하는 수준의 차이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일자리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부, 기업, 비영리조직들의 구체적인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이들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사회적일자리
사회적기업과 함께 논의되는 개념이 “사회적 일자리”이다. 사회적일자리의 개념은 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논의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일자리는 취약계층에게 정부가 재원을 부담하고 비영리민간단체가 주도하여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부문 일자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최근 정부의 정책추진과정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지속적인 괜찮은 양질의 일자리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의 설립이 촉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일자리를 자체적인 수익창출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전략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원에 의존하는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화하는 방안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재 사회적 일자리의 실태와 문제점을 정리하고, 사회적 기업의 제도화 및 지원방안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사회적 일자리의 배경은, 최근 우리사회가 노동배제계층의 증가, 빈부격차의 심화, 인구ㆍ가족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서비스 수요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를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여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일자리는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에게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빈곤층에게 사회서비스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복합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14)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자활후원기관이나 교보생명이 실업극복재단과 협력하여 실시하는 간병인사업이 있다.
2006년 현재 추계되는 연간 사회적 일자리의 규모는 노동부 사업이 약 4천개, 복지부 자활사업이 약 13천개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중심은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로 2004년 통계로 볼 때 사회적 일자리의 약 80%이상이 보건복지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
사회적일자리는 사회적 욕구를 동시에 두 가지 측면에서 해결한다는 많은 장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점 또한 지니고 있다. 현재의 사회적일자리의 규모와 형태로는 지속적인 일자리의 유지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관계자나 전문가, 현장의 실무자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사회적일자리를 사회적기업을 발전시켜나가는 있다고 본다.
5.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과제와 나아갈 방향
정선희는 2000년 이후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하여 시작된 정부의 자활사업을 계기로 시작한 12개의 사회적기업을 분석하였다.15) 그의 분석은 우리나라에서 태동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통해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의 실태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태동하고 있는 가장 구체적인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 조사를 통해 몇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발전에 따른 지원16) 합리적 지배구조(governance)의 문제,17) 효율성과 사회적책임간의 긴장, 리더십의 문제,18) 자원의 동원과 경쟁력19) 마케팅 능력과 전문인력과의 결합20) 등의 문제 지적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정선희씨의 현장 조사에서도 지적된바와 같이 아직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규모나 전문성은 미흡하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이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과 시장과 정부를 통해 충족되지 않는 영역에서의 시장성의 가능성은 발견되었다고 본다. 문제는 아직 한국적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한국적인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경제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가이다. 따라서 다음의 몇 가지 문제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1) 조직의 구조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무엇인가? 최근 국회의 입법안에는 사회적기업은 비영리조직이나 일반 기업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법적 구조에 있어서는 주식회사나 비영리법인격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법적 구조가 아니라 운영주체의 정신과 참여자들의 합의라 할 수 있다. 비영리조직의 법인격을 지녔다 하더라도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 비록 주식회사의 형태라 하더라도 이윤을 참여자나 사회에 전적으로 환원하는 경영방식을 택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사회적기업지원법안에는 이윤의 배분 원칙, 잔여재산의 처분, 취약계층의 고용 문제 등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러한 조건도 기업의 경영차원에서 이윤을 적게 내는 구조를 가져가며 실제적으로는 다른 곳에 비용을 지출하는 등 얼마든지 임의적 조정이 가능하므로 문제를 예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제 사회적기업을 운영할 때 가능한 구조로서 회사형, NGO 중심형, 협동조합형이 있을 수 있다. 참여 주체에 따라 각자의 경험과 논리에 따라 어느 한가지 방식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적인 경험을 볼 때 협동조합형 형태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여 일반 기업형의 사회적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지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적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것은 미국과 같이 NGO가 중심이 된 사회적기업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2) 의사결정구조
사회적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이다. 하지만 동시에 시장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이 확산되었을 때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리라 본다. 입법안에는 의사결정구조에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해관계자에 대한 해석과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잘못하면 사회적기업이 본래의 목적을 이룩하지 못하고 표류할 수도 있다. 이해관계자라 하더라도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마련하여 사회적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장애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
3) 사회적기업의 운영 주체
사회적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적기업의 운영자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기업의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는 대표, 간부, 직원이 될 수 있다. 모든 조직은 이들 운영 주체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으나 사회적기업은 “사명” 이라는 측면에서 공동의 목적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자원봉사자까지 운영의 한 주체로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누가 가장 적합한 운영자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운영자의 전공별 배경을 보면 특수교육, 사회사업, 상담, 심리학, 분야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38.5%) 그 다음으로 기술자(29%) 그리고 경영, 경제, 회계 전문가들(23%)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기업의 성과측면에서 운영의 책임자 격인 CEO의 경우 일반 기업의 경험이 풍부한 CEO를 경영자로 영입하고 있다.
4) 경영지원측면
사회적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위한 경영지원의 방법으로 경영 컨설팅, 운영자금 및 경비의 지원, 융자, 국공유지의 우선 임대,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신용보증지원, 국세 및 지방세 감면, 사회보험료지원 등이 법안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사회적기업을 사회공헌차원에서 지원하는 연계기업(참여기업)의 촉진을 위한 지원 및 손금산입의 인정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공익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기업에 대하여 똑같이 일률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잘못하면 형평성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의 규모, 성장단계, 성격 등에 따라서 지원을 차등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5) 비용측면
사회적기업의 가장 중요한 것 중의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이다. 재정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은 정부나 기업의 지원에 의존하기 보다는 외부의 모든 자원을 투자 측면에서 계산하여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자원봉사자의 적절한 활용은 사회적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유럽의 사회적기업들의 경우 자원봉사자활용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자원봉사의 내용도 전문적인 기술을 활용이 많다. 한편 자원봉사자의 참여는 단지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사회적목적과 연대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6) 전문성의 문제
사회적기업의 전문성은 크게 경영, 마케팅 측면과 사업의 내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과 마케팅에 있어서 일반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데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의 전문성에서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이 주로 사회적일자리나 재활용 사업의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분야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그 영역이 사회서비스 분야라 할지라도 향후 일반 기업과 경쟁을 하는 시점이 오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간병서비스나 보육서비스의 경우 어느정도의 전문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대해서 사회적기업이 발달한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6. 결언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사회적일자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시장성보다는 공익성이 더 강조되고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물론 사회적기업의 주된 목적인 미션에 우선되어야 하나 시장성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많이 전개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중심의사회적일자리는 사회적 욕구와 필요성은 있으나 시장성에 있어서 일부 문제가 있다. 사회적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부나 기업 등 외부의 지원 없이 자체적인 경영을 통해 자립을 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시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이 사회서비스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에 초점을 맞추었을 경우 기존의 유통, 프랜차이즈, 여행 등 모든 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의 경우를 사회적 목적으로 보았을 경우에는 사업과 서비스의 대상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개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이윤창출을 통해 자립을 목표로 한다면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를 통해서는 수익을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물론 이 경우 기존 시장과의 일부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험에서 시장과의 충돌은 사회적기업이 아니더라도 비영리조직과 시장과의 관계에서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전세계는 정부, 시장, 비영리조직의 경계선이 점점 엷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다. 사회적기업은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경제구조와 주체를 지니고 있으므로 처음 출발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에 관련된 여러 주체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가치만을 주장하기보다는 한국적 상황에서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그런의미에서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기업지원법의 입법 추진에 있어서 여러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리라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사회적기업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운영주체가 되는 NGO나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관점보다는 참여자측면에서필요성을 인지하고 사회적기업에 필요한 모든 자세와 전문성을 수용하고자하는 노력이 선재되어야 한다고 본다.
참고도서
노대명. 2006. 사회적일자리, 참여연대.
정선희. 2005. 한국의 사회적기업, 다우
한상진, 서종균, 황미영, 엄형식. 2005. 사회적기업 어떻게 만들것인가, 실업극복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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