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익재단의 역할과 과제
양용희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 들어가는 말
1990년 이후 사회복지법인, 대학교, 비영리민간재단 등 우리나라 비영리민간단체들의 기부금 모집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민들의 기부참여와 기부금액의 규모가 증가하는 등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세계화와 정부통신의 발달의 영향으로 정부 역할이 한계에 부딪힌 반면에 시민사회의 공공영역의 참여와 민간자원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복지, 환경, 인권 등 사회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비영리 민간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복지, 문화, 환경, 여성, 경제, 정치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비영리민간단체들의 규모와 영향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비영리민간단체의 영향력과 규모가 커짐에 따라 비영리민간단체들의 운영과 사업을 위한 재정 마련이 과제가 되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비영리민간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 이후 많은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자원개발을 위한 마케팅 기법의 도입과 기업 및 비영리민간재단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비영리민간단체들은 정부 지원금 이외에 공익재단의 지원금, 모금활동 그리고 자체 이용료 수입이나 수익사업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년 사이에 공익재단의 수적 확대와 지원규모의 증가는 기부문화의 확산과 함께 비영리민간단체들의 재정 규모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재단은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재단이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특히 1914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지역사회재단이 설립된 이래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 일본, 호주, 독일,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러시아 등에서도 지역사회 재단이 증가하고 있다 (헬무트 안하이어, 2002).
그러나 재단의 설립 주체측면을 보면 개인, 기업, 지역사회 중에서 개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재단의 89%가 독일은 78%가 개인에 의해 설립되었다. 기업의 경우도 재단이라는 구조를 통해 기업의 기부행위와 이를 통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IBM 재단, AT&T 재단, 일본의 도요타 재단, 히타치 재단, 산토리 재단 등의 기업재단들이 기업의 경영 측면에서 기업재단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공익재단은 기업의 자산을 상당부분 소유하고 기업집단의 지주회사가 되기도 한다. 스웨덴의 발렌베르크재단 (Wallenberg Foundation)이 있다.
본 글에서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의 재원 조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익 재단의 현황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공익재단이 비영리민간단체와 사회의 공익활동에 미치는 의미와 개선되어야 과제를 살펴보는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은 1990년 이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공익재단의 주류를 이루는 있는 기업재단들의 설립이 증가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비영리민간재단들이 설립되고 있다. 기업재단의 경우 지난 10여년 사이에 뚜렷이 증가추세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교육, 복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공익재단을 설립하여 기업의 사회공익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점차 그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만 하더라도 KT&G, CJ 등 대기업들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은행들의 재단 설립이 하나의 유행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많은 금융기관들이 앞 다투어 재단을 설립하고 있다. 비영리민간재단들의 설립도 증가하고 있다. 1995년 시민운동지원기금의 설립과 1998년 사회복공동모금회의 설립 이래 아름다운재단, 한국여성재단, 아이들과 미래, 환경재단, 한국인권재단 등 시민운동, 복지, 여성, 인권,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비영리민간재단들의 설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들 비영리민간재단들의 기부금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비영리민간단체들의 재원 마련에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최근에 들어와 왜 이와 같이 많은 공익재단들이 설립되고 있는지 그 의미와 향후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논하는 것은 우리나라 공익실현을 위한 민간자원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숫자와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반하여 아직 공익재단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일반인들 뿐 아니라 재단 운영자와 학계에서도 문제점과 분석이 미흡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2. 공익재단의 정의
공익재단은 비영리부문의 재정 지원의 역할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재단에 대한 정책이 각국마다 상이하고 비영리부문과 크게 구별되지 않고 있어 공익재단의 국제적인 공통 사항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비영리부문에서 공익재단의 숫자나 지원규모 그리고 영향력에서 가장 발달한 국가가 미국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공익재단의 유형과 활동내용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도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의 유형과 방향을 미국의 재단들과 비교하면서 정리하고자 한다.
재단의 역할은 정부의 공식 행정체계 내에서 수행하기 힘들거나 수행하더라도 효율적이지 못한 임무를 수행하는 수단으로서 그리고 공공의 목적에 민간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용되곤 한다(헬무트 안하이어, 2002). 따라서 재단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기부자의 재산을 독립된 기관으로 전환하는데 기초하고 있다. 기부자의 출연된 재산과 그것을 통해 얻은 수익을 한정되지 않은 기간 동안에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각 국가는 재단의 설립으로 재산권의 이동이나 전환이 발생하게 되므로 법을 통해 일정한 규제의 틀을 마련하고 있다(헬무트 안하이어, 2002). 우리나라의 경우도 민법 32조에 비영리민간법인의 설립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여 특수관계자의 범위, 주무관청의 감사추천, 기본재산의 처분, 잔여재산의 귀속 등을 통해 공익재단의 설립과 운영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익재단이라는 용어가 주는 의미는 일정한 기금을 통해 조성되는 수입을 통해 다른 비영리기관을 위해서 지원금을 지원하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조직 및 기관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비영리조직부문에 대한 정책과 함께 재단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재단은 상대적으로 재정적 자원이 풍부한 공익법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독립재단이나 기업재단 그리고 공적자선기금과 같이 다른 비영리기관에 대한 기금 지원의 성격보다는 운영재단(operating foundation)과 같이 직접 공익활동을 하는 재단들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재단들이 사회복지법인이나 장학재단과 같은 형식의 법적 절차에 따른 승인을 받고 자체 사업보다는 기금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공익재단에 대한 경계선이 애매하여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공익재단의 성격과 혼동될 수 있다.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사회복지법인으로 설립되는데 법적 형태가 사회복지법인으로 되어 있어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다른 사회복지법인들과 법인의 성격상 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복지재단의 경우 사회복지법인으로 재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나 다른 재단들과 같이 기금을 배분하는 기능을 하지 않고 주로 직접사업을 수행하는 운영재단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공익재단이 배분과 자체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기업들의 문화재단, 언론재단들은 자체사업과 외부의 지원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도 운영재단들이 자체사업을 수행하지만 일부는 배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공익재단의 성격을 자체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이 아니라 외부의 비영리민간단체의 재정을 지원하는 성격으로서의 재단으로 한정하고자 한다. 미국의 경우 독립재단, 기업재단, 지역사회재단, 연합모금 기관 등의 성격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3. 우리나라 공익재단발전의 현황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은 1939년 (주) 삼양사의 창업자 김연수 선생이 설립한 재단법인 양영회(養英會)이다. 설립당시 34만원의 자산을 출연하였으며 2000말 현재 155억원의 자산을 지니고 있다. 재단법인 양영회의 설립목적은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사업을 하는데 있었으며 최근에는 인문계 학문발전을 위한 교수연구비도 지원하고 있다. 그 후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은 기업인이나 기업을 중심으로 설립되었다. 기업재단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궤도를 같이하고 있다. 1960년 이전에 4개, 1960년대에 5개에 불과하던 기업재단이 1970년대에 24개가 설립되었으며 1980년대에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경련 조사에 의하면 1990년 들어 38.2%가 설립되어 가장 많이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2002). 주무관청별 등록 수자를 보면 교육인적자원부 42개(55.2%), 보건복지부 17개(22.4%), 문화관광부 11개(14.5%)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재단들의 대부분이 장학, 학술사업 분야에 지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장학재단보다는 사회복지법인이 많이 신설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함께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복지의 중요성과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재단들은 공익재단이 주무관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설립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여러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공익재단(1982.5. 설립당시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이었으나 1991년 재단명칭변경), 삼성복지재단(1989.12), 삼성문화재단(1962.4.2), 삼성언론재단(1995.12)을 설립했으며 LG의 경우 LG 연암학원(1973.6), LG 복지재단(1991.1.), LG 상남언론재단(1995.12), LG 상록재단 (1997.12)이 그리고 교보생명의 경우 대산문화재단(1992.12), 대산농촌문화재단(1991.3),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1997.5) 등 한 기업이 여러 공익재단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재단은 공익을 위한 재산의 출연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인들의 ‘재단의 도피처’로서의 악용이나 재벌의 계열기업 지배수단으로의 악용에 대한 지적이 있어왔다. 1975년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도 공익재단의 설리보가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여 편법적인 운영을 방지하는 측면이 있다. (정구현, 이혜경, 1995)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시민다수에 의한 비영리민간재단들이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미국의 United Way를 모델로 설립되었으며 중앙과 전국 16개 광역시도 지부를 통해 기업, 일반시민 등을 통해 기금을 모집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외국의 공동모금의 성격을 지닌 Community Chest나 United Way 를 표방하고 있다. 한국 명이 공동모금회이기 때문에 공동모금을 위한 유일한 비영리민간재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나 미국의 경우 United Way는 연합모금의 한 재단형태이며 그와 같은 재단으로는 the United Jewish Appeal이 있다. 1999년 12월에는 민간여성기금을 위한 한국여성재단이, 같은 해 사람의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운동을 위한 한국인권재단이, 2000년 3월에 소외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아이들과 미래, 2000년 8월에는 시민공익재단을 표방한 아름다운재단이, 그리고 2002년 10월 환경과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명을 내걸고 환경재단이 설립되는 등 시민다수의 기부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비영리민간재단들이 잇달아 설립되었다.
4. 공익재단의 유형분석
1) 재원조성측면
공익재단의 경우 재원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익재단은 재산을 출연한 기부자의 정신이나 철학에 의해 재단의 사업과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재단의 재원은 개인, 기업, 개인과 기업, 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사회와 같이 시민다수에 의해 조성될 수 있다.
공익재단이 발단한 미국의 경우 재단 설립의 주체는 거의 개인이다. 미국에는 2003년 기준 66,398개의 재단이 있는데 이중 사적재단(Private Foundation)이 할 수 있는 독립재단(independent foundation), 기업재단(Corporate Foundation), 운영재단(Operating Foundation)이 65,699개이다. 이들 재단은 자선, 교육과 같은 분야의 지원을 위해 개인, 가족, 기업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재단들로 면세혜택을 받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Bruce R. Hopkins, 349). 사적재단 중 개인이나 가족이 설립한 독립재단이 58,991개로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재단은 2,549개로 불과 4%에 지나지 않아 미국의 사적재단은 기업보다는 주로 개인에 의해 설립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www.fdncenter.org). 사적재단은 개인이나 가족이 그들의 관심분야나 경험을 살려 사회의 공익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공익을 위해 매우 활력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Bruce R. Hopkins, 351). 그리고 공적재단이나 기금의 성격을 지닌 지역사회재단 (Community Foundation)이나 공동모금의 경우 개인이 아닌 지역사회나 많은 시민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익재단이 미국과 같이 재원 조성측면에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사업에 따라 주무관청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재원조성의 내용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기업재단의 경우 기업이 기본자산을 출연하는 것이 상례이나 일부 기업인이 공동으로 자산을 출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삼성언론재단(1995. 12)의 경우 설립당시 삼성전자 100억원을 출연하였으며 그 후 이건희 회장이 주식 100억원을 출연하여 재단의 재산이 기업과 기업인 공동 출연으로 되어있다(ssmedianet.org). 그리고 삼성이건희 장학재단의 경우도 이건희 회장 1,300억원, 이재용 상무 1,100억원 그리고 계열사 2,200억원으로 출연되어 개인과 기업이 공동으로 설립되었다. 또한 재단이 기업이 아닌 개인의 출연만으로 설립되기도 한다. 개인의 공익재단 출연의 대표적인 기업인은 유일한 박사이다. 유일한 박사는 1970년 개인주식 8만3천 여주를 기탁하여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발족시켰으며 유언을 통해 전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하였다.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은 1977년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소유주식 일부를 유한학원과 분할하여 재단의 공익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991년 유일한 박사의 외동딸 유재라 여사도 생전에 전재산(시가 200억원 상당)을 유한재단에 기증하여 2대째 개인이 공익재단에 기부하였다(www.yuhan.co.kr). 최근에는 삼영화학그룹의 이종환 회장은 2000년 개인의 재산으로 1,500억원을 출연하여 관정 이종환재단을 설립하였으며 태양그룹의 송금조 회장은 2004년2월 사재 1,000억원을 출연하여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하였다.
개인이 기부한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대표적인 공익재단으로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을 들 수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1977년 정주영회장의 현대건설 보통주 1,000만주 (당시 500억 원 상당)을 기본자산으로 편입하여 설립되었다(전국경제인연합회. 2002). 2005년 현재 자산이 7,040억원에 이르며 기금을 통한 자체 수익을 통해 공익사업을 유지하는 등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성공적인 사례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여성재단, 아름다운재단, 아이들과 미래, 환경재단 등 1990년 후반 이후 설립되기 시작한 비영리민간재단들은 한 개인이나 기업에 의해 기금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지역사회재단이나 United Way의 경우와 같이 시민사회 전체로부터 기금을 조성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개인의 기부금으로 조성되는 공익재단의 경우 기부자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재단의 기금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Bill &Melinda Gates Foundation)의 경우 빌게이츠가 아프리카 아동의 예방접종과 보건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재단을 설립 지원하는 것이나(www.gatesfoundation.org) 우리나라의 이종환 장학재단이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은 바로 설립자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에 기업재단의 경우 개인적인 관심이나 철학보다는 기업의 관점에서 재단이 설립된다. 기업재단의 설립 동기는 자선적 동기 이외에 직원, 고객, 지역사회, NGO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위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 차원에 기초하고 있다(Carroll, 454). 예를들어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금을 지원한 월마트 기업재단의 경우 월마트 기업의 사업장인 지역사회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1천1백90억원 ($119,801,389) 중 610억원의 기금을 무려 3,500개의 지역사회의 비영리민간단체들에게 지원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월마트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의 NGO들에게는 전략적으로 더 많은 기금을 지원하였다(http://www.walmartfoundation.org).
따라서 공익재단의 설립의 재원조성의 배경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이 출연한 기업재단의 사업을 공익적인 것이라 하여도 기업의 이해관계자나 경영전략과 상관없는 개인의 관심분야나 취향 중심의 사업에 집중한다면 기업의 자산을 수많은 주주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 스스로도 기업이 경제 주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사회의 신임을 얻고 기업 이미지에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하며 그것이 기업의 이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목표를 배제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삼성생명공익재단.
2002).
2) 법적구조와 지배구조
우리나라 공익법인의 법적구조는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의 형태로 구분된다. 재단법인의 경우에는 출연재산의 종류·수량·금액 및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기재한 재산목록(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하여 기재하여야 한다) 및 기부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사단법인인 경우에는 창립총회회의록 및 사원이 될 자의 성명 및 주소를 기재한 사원명부와 회비징수예정명세서 또는 기부신청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재단법인은 재산을 기초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단법인의 경우 회원중심의 사람을 기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공익법인들 중 특별법에 의하여 공중의 공공이익을 위한 교육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은 재산을 기초로 사업을 전개하므로 대부분 재단법인에 속해 있다. 의사협회, 축구협회, 종교단체 등은 회원을 기초로 하는 법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므로 사단법인에 속해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등 공중을 대상으로 사회서비스를 수행하는 일부 비영리민간단체들의 경우에도 재단법인이 아닌 사단법인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도 한다. 이는 재단법인의 경우 법인 설립시 많은 재산을 출연해야 하므로 기본 재산출연이 쉽지 않은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재단법인이 아닌 사단법인의 형태를 취하여 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공익법인이 이러한 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주무관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설립허가를 받아 등록해야 하는데 주무관청에 등록할 경우 주무관청의 성격에 따라 법인의 목적과 사업의 성격도 제한받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재단의 경우 한 기업이 장학, 문화, 복지, 언론 등 여러 분야의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주무관청에 각각 등록해야 한다. 시민운동사회단체들의 경우 정부나 시장의 기능을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정부 주무관청에 법인으로 등록하여 법인의 정관개정, 재산처분, 이사선임 등에 대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고의적으로 법인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비영리민간단체로만 등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익법인의 지배구조는 사단법인의 경우는 회원들이 참석하는 사무총회에 최고 의사결정권이 있으며 재단법인의 경우 이사회에 최고 의사결정권이 있다. 사단법인의 경우에도 이사회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으므로 이사회가 최고 의사결정권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공익법인들의 왜곡된 의사결정구조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수관계인의 이사선임 제한이나 기본재산의 처분 등과 같은 중요 의사결정을 비롯한 정관의 개정과 이사의 선임을 주무관청을 통해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3) 사업의 목적과 범위
공익재단의 목적과 사업은 주로 정관에 명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익재단들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등록되어야 하므로 주무관청의 사업에 국한되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될 경우에는 장학, 학술, 연구 등의 사업을 보건복지부에 등록할 경우에는 사회복지사업 그리고 문화관광부의 경우 문화, 체육, 언론 등의 사업을 주로 수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 주 목적사업을 대상으로 공익재단을 운영하게 되어있어 동일 재단에서 환경, 복지, 문화 등의 사업을 수행하기가 힘들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미국과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기금을 모집하고 배분하는 지역사회재단이 없는데 향후 지역사회재단이 설립된다면 지역의 다양한 사회문제와 욕구를 재단을 통하여 포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재단의 사업은 지역, 국가전체, 국제사회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재단들의 경우 아직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역사가 짧고 활동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재단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지역을 기반으로 기금을 모집 배분한다고는 하나 지역의 범위가 너무 넓어 지역재단의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없으며 아름다운재단의 경우도 재단설립의 정신을 지역사회재단을 표방하고는 있으나 사업의 범위가 지역이 아닌 전국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므로 지역사회재단이라 할 수 없다. 국제사회를 대상을 사업을 전개하는 재단도 거의 없다. 최근에 굿네이버스, 국제기아대책기구, 월드비전 등 제3세계의 구호와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법인들이 있으나 이들 법인들은 주로 직접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민간단체들을 지원하고 있지는 않다. 국제협력단(KOICA)의 경우 해외 구호 및 개발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NGO들에게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는 정부 조직의 하나로 비영리민간재단의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할 수 없다.
5.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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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삼성이 사회공헌기금으로 8천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하자 기금의 형태와 사용에 대한 논란이 많이 제기되었다. 삼성은 기금을 사회에 조건 없이 기부하고 사용과 관리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시민사회단체나 정부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자 대통령까지 기금 사용에 대한 방향을 언급까지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사회가 공익기금이나 재단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방향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삼성 8천억원 기부금의 처리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하도록 했다는 기사는 ‘공익법인 설립법의 시행령’에 따른당연한 처사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사회환원 8천억원 중 4천5백억원은 이미 이건희 장학재단을 통해 공익재단에 출연되었는데 이건희 장학재단이 교육인적자원부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재산의 처분은 주무관청의 주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공익법인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 ‘잔여재산의 귀속’ 3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 재산은 주무관청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당해 법인의 주무관청이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인 경우에는 교육감)이 관리하되, 공익사업에 사용하거나 이를 유사한 목적을 가진 공익법인에게 증여하거나 무상 대부한다. 이 경우 주무관청은 재정경제원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개정 1991.2.1, 1994.12.23, 1995.7.6, 2001.1.29>‘ 로 되어있다.
위의 삼성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공익재단들의 재산처분이나 잔여재산귀속은 주무관청의 관리하에 처분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일부 기업재단이 출범할 당시 기업재산의 편법적인 운영이나 기업인의 상속과 같은 우려가 있어 공익재단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제정 되어있다. 이러한 문제는 재단에의 재산 출연이 변칙적인 재산도피나 출연자 관련 기업에 대한 지배권의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단의 변칙적 운영을 방지하기 위하여 재단 설립을 어렵게 하거나 재산의 출연을 장려하지 않고 상속세법에 의해 출연에 대한 세제혜택의 규모를 제한 한 것은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처사이다(정구현.이혜경, 52).
6.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나아갈 방향
우리나라 공익재단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기부자 자신과 사회의 공익재단에 대한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철학은 출연자산이나 기부금의 조성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개인, 기업, 지역사회가 출연하여 공익재단이 형성되었을 때 그 공익재단은 기금 출연자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사용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재단의 경우에도 기업인 개인이 출연하여 설립된 경우와 기업의 출연으로 설립된 경우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공익재단은 지난 10여년 사이에 분명히 발전하고 있다. 거액의 기부금을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사회와의 공존을 위해 기업재단이나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현상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여성재단, 아름다운재단, 아일들과 미래, 환경재단 등 사회의 수 많은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재단이 설립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민간재단들이 설립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우리나라 공익재단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해서는 개인, 기업, 지역사회가 사회와 공중의 공익활동을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대한 기금을 출연하거나 기부하는 행위가 우리사회의 기부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미국사회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로서 건전한 것은 대통령과 군대의 막강한 힘이 아니라 50% 이상 참여하는 미국 시민들의 자원봉사활동과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기부문화의 힘이다. 미국은 매년 2,500억 달러 이상을 시민들이 기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기부금의 안정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 미국의 사적재단(Private foundation)들이다. 1980년과 비교할 때 미국 사적재단의 숫자는 3배 정도 증가했으며 기금의 규모는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좁게는 지역사회를 위한 재단의 설립과 넓게는 국제사회를 위한 공익재단의 설립이 증가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가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역사회재단의 활성화는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는 무역규모와 수출에 있어서 세계 10대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탄생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익재단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빈곤과 재난, 개발을 위해서도 세계의 NGO들에게 기금을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재단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산의 관리와 지속적인 기금의 모집, 기금의 배분 등 경영과 관리적인 측면에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조성표 등, 219).
참고문헌 및 자료
헬무트 안하이어, 슈테판 퇴플러, 재단이란 무엇인가- 세계의 재단과 민간기부, 재단연구회 옮김, 2002.
정구현, 이혜경, 한국공익재단의 환경변화와 발전방향,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1995.
조성표, 조성한, 김진상, 재단독립, 예영커뮤니케이션, 2003.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 기업재단 사회공헌백서, 2001.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사례모음집, 2002.
삼성생명공익재단, 사랑이 있는 세상, 2002.
Archie B. Carroll, Ann K. Buchholtz, Business & Society, Thomson South-
Western, 2003.
Bruce R. Hopkins, The Law of Tax-Exempt Organizations, A Ronald Press, 1979.
부록 - 미국 사적재단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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