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지갑 열리가만 학수고대 한국 모금기술 후진국 [속보, 정치] 2003년 01월 08일 (수) 23:39 한국은 ‘기부문화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받곤 한다. 자기 재산의 일부를 불우한 이들과 나누는 풍토가 척박하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명문 대학의 후원금 모금이나 거대 방송사가 주최하는 불우이웃 돕기 행사에는 많은 이들이 몰리지만, 정작 작은 정성을 필요로 하는 비영리 사회복지 시설에는 찬바람이 부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남몰래 온정을 베푸는 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사이버공간에서도 다양한 모금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은 ‘기부 후진국’이 아니라 ‘모금기술의 후진국’일 뿐이라는 지적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인터넷 기부사이트 ‘도움과 나눔’ 최영우 대표의 글을 통해 우리 기부문화의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제도의 문제를 짚어본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종 모금 행사가 홍수를 이룬다. 지난 세밑도 예외는 아니었다. 곳곳에서 불우한 이웃들과 온정을 나누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15년 넘게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구세군 자선냄비에 100만원짜리 돈다발을 넣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자선냄비는 경기가 좋지 않았는데도 모금을 개시한 지 이틀 만에 서울지역에서만 48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전년에 비해 45%나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빨간색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약진이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지난 회계연도(2001년 10월~2002년 9월30일)에 전국적으로 1017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2001년 회계연도 모금액 625억원에 비해 63%나 증가한 금액이다. 서영일 기획관리본부장은 “올해도 1000억원 이상을 모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기업모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는 하지만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고속 성장은 인상적이다. 〈한국방송〉과 한국복지재단이 주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는 해마다 약 60억원을 모금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성공적인 모금프로그램이다. 국제적인 모금전문가들도 놀라는 결과다. 사이버공간에서도 이웃돕기 모금이 활발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업체 싸이월드는 지난 세밑에 ‘토루의 자선냄비’라는 이름으로 모금행사를 열었다. 토루는 싸이월드의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관리하는 다람쥐 캐릭터인데, 휴대전화 결제 등으로 구입한 도토리를 누르면 돈을 기부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은 크리스마스실을 인터넷에서 판매했다. 넥슨이 운영하는 회원커뮤니티 ‘넥슨클럽’을 통해 연말까지 진행된 이 행사는 크리스마스실을 온라인으로 구입한 뒤 전자우편에 덧붙여 보낼 수 있도록 했다. 크리스마스실 판매를 통해 대한결핵협회에 성금을 기부하는 행사도 펼쳐졌다.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은 고객들이 무선인터넷을 통해 크리스마스실을 200원에 내려받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보내진 일반 시민들의 기부금도 새로운 기부문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노 후보는 지난해 12월22일 현재 20만3764건, 72억7813만5098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였다. 후원금 모금은 희망돼지 분양, 신용카드 및 휴대전화 결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모금이 제공할 수 있는 각종 오락적 요소가 잘 결합되어 있다. 이만하면 한국에서는 기부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면 안되겠다. 한국 국민들은 옳은 일에 인색하지 않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가 그랬고, 지난해 여름 온 국민이 참여한 수재의연금 모금이 그랬다. 당시 국민들은 1300억원 이상의 수재의연금을 모아 불의의 피해를 본 이웃들과 아픔을 같이했다. 그러나 비영리 단체들의 모금능력은 매우 취약한 게 사실이다. 방글라데시에서 8년간 빈민들과 생활한 ‘도움과 나눔’ 이득수 공동대표는 “한국은 기부문화의 후진국이 아니고 모금기술의 후진국이다”라고 말한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약진에 대해 많은 사회복지기관들은 한편으론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역동성과 경쟁하기에는 사회복지기관의 모금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계의 ‘모금 쏠림’ 현상은 비영리 단체들에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비영리 단체들의 모금능력을 국가 경쟁력의 한 요소로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복지기관에서는 모금능력을 절실히 요구하는데, 사회복지를 가르치는 대학 가운데 모금에 대한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비영리 단체들의 모금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모금 전략과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부족하다. 둘째, 비영리 단체의 최고 책임자들이 모금담당 부서에 투자를 못하고 있다. 셋째,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 모금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웬만한 미국 대학들의 모금담당 조직은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2~3명, 많아야 7~8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그들에게는 모금 관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국제구호기관 가운데 주기적인 모금 관련 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 몇몇 큰 단체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모금전문가들이 결성한 모금전문가협회(AFP·Association of Fundraising Professional)가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국제모금연맹(RA·Resource Alliance)이 매년 10월에 네덜란드에서 개최하는 모금콘퍼런스에 보통 60개국에서 8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든다. 이제 우리도 구세군의 자선냄비에 기댈 때가 아니다. 언론과 국민들은 자선냄비 모금액이 20억원을 넘으면 안도한다. 그러나 미국 구세군은 2001년 회계연도에 모금을 포함한 수익이 2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들이 모금비용으로만 1200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자극받아야 할 것이다. 최영우/도움과 나눔 대표 여기서 주로 기업모금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는 하지만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고속 성장은 인상적이라는 이야기와 모금능력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네요... 경론으로 모금능력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도 좋을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