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사, 천대받던 직업에서 고소득 전문직업으로
우리사회, 대표적으로 천대받던 직업이 바로 장의사, 즉 장례지도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으로 가장 슬프고 황망할 때 가족 이상으로 곁에서 도와주는 이가 바로 장례지도사이다. 통상의 상기(喪期)인 3일 동안 곁에서 상(喪)을 진행하며 슬픔을 나누고 서로 어루만져주다 보면 어느 새 가장 가까운 가족처럼 느껴지는 이가 바로 장례지도사이다.
하는 일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른바 시신을 수습하고 염습을 하는 염사가 아니다. 죽음을 맞은 유가족들의 극한 슬픔을 케어하고 황망한 유가족을 도와 난해한 장례절차를 매끄럽게 진행하며, 조객들을 안내하고, 장례 후에도 유가족들이 슬픔과 허전함을 극복하고 무사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 역할을 한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대부분 뿌리가 끊어졌다는 허전함과 극한 슬픔을 느낀다. 일부는 마음의 상처로 쉽게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심리적, 정신적 카운슬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현대 장례지도사의 가장 큰 임무이다.
장례지도사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면면도 예전과는 다르다. 예전엔 주로 동네 어르신이나 소규모 자영업자인 장의사가 했으나 지금은 장례지도학과를 나와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예법에 맞는 장례절차에서부터 시신의 위생적 처리, 그리고 유가족의 심리 상담과 슬픔 치유(Grief Care)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해야 장례지도사가 된다. 서비스 공급자 역시 소규모 장의업자나 장례식장에서 이젠 전문 장례지도사를 수 십 명씩 고용한 전문 상조의전서비스회사로 바뀌고 있다.
장례시 시신을 함부로 다루거나 노자 돈을 요구하는 등 유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졌다. 오히려 장례 후에 장례지도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유가족들이 대다수이다. 장례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도 대단히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조사 결과는 없으나 미국의 경우 1000대 서비스업종 중 고객만족도 10위 안에 드는 것이 바로 장례서비스이다.
장례지도사에 대한 대우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졌다. 일부 상조사나 장례식장의 경우, 장례지도사 신입 연봉이 대기업 대졸 신인사원 연봉보다 높다.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한 ‘예다함’의 경우 신입 장례지도사 연봉이 3000만원을 훨씬 넘는다. 복리후생도 뛰어나다. 정부도 장례업 종사자들의 대국민 서비스 질을 향상하고 국민 위생과 종사자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최근 보건복지부 주도로 장례지도사를 국가자격화하는 장사법 개정안을 서두르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서비스업 활성화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서비스업이 살길’이라고도 한다. 수많은 서비스업이 있겠지만 장례서비스업만큼 발전가능성이 크고 전방위적 효과가 있는 서비스업도 흔치 않다. 정부나 산업계, 국민들이 관심 갖는다면 서민형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경제에 일조함은 물론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서비스 사업모델도 가능하다. 어느 곳이나 잘사는 삶의 정점은 바로 잘 죽는 것이다. 삶의 정점에서 가장 존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장례지도사들이다. (201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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