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문제 해결방안이 아니라 죄악일 뿐이다!
안재환,최진실,장자연,최진영,박용하! 최근 2년 이내 자살한 유명 연예인들이다. 모두가 한창 세파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펼쳐가야 할 젊은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봤을 땐 이들의 죽음원인은 하나같이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우울증이나 경제적 압박, 삶이 주는 스트레스가 자살 원인이라면, 아마도 우리 국민의 반 수 이상은 자살증 환자가 될 것이다. 이들이 겪었던 스트레스와 경제적 압박보다 훨씬 더한 스트레스와 생활고를 꿋꿋이 참고 살아가는 많은 국민들에겐 이들의 죽음 이유는 그저 호화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안타깝고 슬픈 마음에 앞서 오히려 화가 나는 것이다.
수 만 번 양보해 이들의 잇따른 죽음을 인정하더라도 그 원인은 우울증도 아니고 스트레스도 아니며 경제적 원인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우리 사회에서 죽음이 삶이 주는 고난이나 역경을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너무나 쉽게 고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죽음으로서 삶이 주는 고통과 역경을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 곧 생명은 결코 수단이 아니다. 생명은 그것 자체가 범접할 수 없는 하나의 가치이며 목적이다. 그래서 자살은 곧 범죄이자 죄악인 것이다.
설령 이들의 죽음이 죽을 의도가 없었던 충돌자살, 실수로 인한 죽음이라면 이건 우리 사회가 그간 죽음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보여주는 명확한 징표이다. 통상 자살 시도자들은 죽을 것 같으면 자살행위를 그만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자살행위를 하면 설령 의식이 있다하더라도 근육이 이완되어 그럴 힘이 없어진다. 그래서 접시 물에도 빠져 죽고 문고리에도 목을 매 죽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목숨은 질기지만 의외로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단지 죽음은 모두의 금기이며 결과만 보여 줄 뿐이다.
누가 뭐래도 자살은 죄악이다. 종교적, 윤리적 차원을 떠나 현실적으로 사랑하는 가족, 친지의 마음과 정신을 모두 긁어 앗아가는 엄청난 폭력이다. 어떤 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가장 나쁜 죄악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생명을 수단화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연예인 자살은 대부분 자신의 죽음을 수단화하는 것이다. 죽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자살에 대한 사회적 대응양식은 이를 더 부추긴다. 종종 자살 연예인은 미화되고 때론 감정적 흥분과 비이성적 사고의 종교적 신비화까지 감지된다. 단지 유명세라고 하기엔 이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너무나 크다. 생명이 가지는 절대적이고 신성한 가치에 흠이 날 때 그 사회는 허약해지고 사회 안전망은 무력해 진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가 세계 최정상 수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젊은이들 사망 원인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이 최고라 한다. 이젠 더 이상 자살을 개인적 문제, 이를테면 우울증이나 정신병, 경제적 곤란이나 가정사, 실연 등으로만 돌리지는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수단화된 죽음을 극복하고 치유해야 한다. 크게는 우리 사회의 가치지향과 집합적 표상을 재점검하고 작게는 국민 개개인에게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재교육해야 한다. 통상 우리는 태어나 보고, 익히고 자라면서 행위경향(propensity to act)이라 불리는 문제해결방식을 개발해 간다. 살아가며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에 본인이나 지인이 문제를 해결했거나 욕구를 충족시켰던 방안들 중에서 해결방안을 선택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엔 이러한 해결방안 중에 죽음이 상당한 우선순위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이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자살만연은 단지 ‘자살’이란 개인적 실재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균열과 생명경시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 2010. 7.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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