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변액연금, 왜 30년인가

양곡(陽谷) 2012. 9. 6. 09:43

변액연금, 왜 30년인가

40km 넘게 달리는 마라톤 선수와 1,000m 이내를 달리는 스프린터, 누가 더 빠를까? 결론부터 말하면‘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이다. 만일 억지로 이 둘을 비교하기 위해 대략 10km 쯤으로 비교 거리를 설정한다고 생각해보자. 초반에는 당연히 스프린터가 빠를 것이고 후반에는 마라톤 선수가 훨씬 빠른 속도로 오랜 시간을 달릴 것이다. 결국 이 두 종목의 목적자체와 골인 지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고 10km 지점을 비교 지점으로 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논리는 연금과 다른 금융상품의 비교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연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후를 위한 준비이고 적금이나 펀드는 가까운 미래에 쓰이게 될 목적 자금에 대한 준비이다. 이들 상품을 10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비교하는 것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는 마치 마라톤 선수와 스프린터가 10km 지점에서 누가 더 빠른지 비교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고 수익형 연금상품인 변액연금에서도 마찬가지다.

10년과 30년의 차이가 명품노후를 가른다

변액연금보험에서 '10년'이라는 기간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렇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고, 상품과 가입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관리 수수료도 10년이 지나는 시점부터 크게 줄어든다. 이렇게 볼때 변액연금의 10년은 노후준비의 완성이 아닌 워밍업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변액연금에 대한 수익률 논란을 불러일으킨‘10년 수익률’부분은 어쩌면 장기 목적자금의‘장기’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인 듯 보인다. 변액연금이 투자상품의 성격을 갖고 있는 장기성 보험인데도 펀드로 오인되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연금의 성격상 한 번 시작되면 10년, 20년 후 연금개시까지, 젊었을 때 가입할 경우 30년까지도 돈을 모으게 된다. 이런 점이 1년~5년 정도를 예상하고 시작하는 펀드와의 차이점이다. 단기 자금용 상품으로 장기 자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헛된 자신감과 착각을 버리자. 펀드는 펀드대로 노후자금용 변액연금은 변액연금대로 분리해서 꾸려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변액연금에서 일희일비는 금물

변액연금의 최종 수익률은 수령이 끝날 때 알 수 있다. 설령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에 다른 금융 상품의 중간 수익률이 연금보다 높을 지라도 연금을 개시 한 후에 연금을 받으면서 오랜 시간을 살면 연금의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수익률과 이율 모두 똑같이“%”라는 단위를 쓰기 때문에 비슷하거나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수익률과 이율은 하늘과 땅 차이다. 수익률은 끝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이율은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율을 알고서 시작하는 적금을 끝나봐야 그 수익률을 알 수 있는 변액연금과 10년이 되는 시점에 비교를 한다는 것은 마라토너와 스프린터 중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해 보려는 시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변액연금의 가입 목적을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데에 필요한 장기자금으로 분류했다면, 현시점에서 딱 잘라 좋다 안 좋다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고민해서 찾아내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진다면 지금 당장의 수익률 1~2% 차이가 내 인생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이는 부자들이 투자형 상품에서 큰 손해를 보지 않는 이유가 단편적인 상황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기다리기 때문인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수익률을 얻으면서 노후를 대비하는 변액연금의 본래 목적에 있어서 일희일비는 독약인 것이다.

노후자금을 모으는 동안은 자주 뚜껑을 열어보며 군침을 다시는 일은 금물이다. 나중에 웃기 위해서는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충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