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호 4면 2009년 9월 21일자 |
“일본은 ‘복지’로 좌표 잡았다” | |||||||
[특별좌담]-변화하는 일본의 모색과 선택 | |||||||
정리=양의모 | |||||||
하토야마의 민주당, ‘신자유주의 기조’ 변화 모색 반세기 자민당 시대 뒤 공동체적 가치 존중 행보 일본도 현재 심각한 양극화 사회 진입 ‘북유럽식 체계=경쟁력 약화’는 ‘착각’ “복지위해 부담 증가 가능” 여론 선회 고용문제 해결이 숙제… 법제 개선시도 관료의 부정부패 척결은 양국 동시과제 미·일 민주당 공조속 핵군축 진전 기대
나가사키에서 원폭으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 숫자가 대략 2만5천여명 정도이고, 사망자도 9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강제로 끌려가 탄광에서 일하던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포함해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중심지 가까운 곳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희생당했다. 나가사키 원폭기념관 근처에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비도 있다. 재일 한국인들이 세운 것과 나란히 ‘오까 마사하루 평화기념관’ 창립자 겸 전 관장이 발기하여 일본인과 한국인 유지들이 모금하여 세운 위령비라고 들었다.
▲주종환=원폭과 관련된 이야기는 좌담 말미에 다시하고, 일본의 정권교체에 따른 경제정책문제를 논해보자. 선생의 전공분야인 경제문제와 사회복지, 환경문제를 우선 이야기해보자. 일 정권교체와 복지·교육 ▲마루오=지금까지는 기업의 이윤을 확대시켜 성장률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국민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미국식 사고방식이 주류였다. 그래서 그것에 부담이 되는 사회복지나 환경문제를 축소
▲주종환=당신의 말이 적용될 시대가 올 것 같다. 덴마크 등도 자주 간 것으로 아는데. ▲마루오=스웨덴은 40번 정도, 덴마크는 30번 정도, 노르웨이에도 자주 갔고, 핀란드는 2번 정도 갔다. 핀란드는 많이는 가지 못했지만 지난 1993년 경기침체도 훌륭하게 극복한, 본받을 점이 많은 나라다. ▲양의모 연구위원=핀란드는 교육 시스템이 배울만하다고 해서 최근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마루오=한국의 교육열 또한 대단하다고 들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양의모=한국은 그렇게 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지만 핀란드는 비교적 짧은 학습시간으로 세계최고의 수준을 나타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의 학생들은 오후 2~3시면 귀가해서 숙제도 그다지 없이 유유자적하면서 그런 성적을 보이니 정말 부럽다. ▲마루오=핀란드는 스웨덴을 이기려고 필사적이다. 일본도 이전엔 높은 순위를 차지했는데 지금은 한국이 높은 순위가 아닌가. 스웨덴도 숙제를 내지 않는다고 한다. 교과서를 학교에 두고 귀가하게 하니까.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어 지금은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주종환=그에 비하여 한국의 교육은 외국의 교육전문가들에게 ‘미친 짓’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유원종 서울시 전 교육감의 말이었다. ▲마루오=일본도 이전에 열기가 대단했는데, 한국을 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주종환=초등학생들은 좀 더 놀게 해 줘도 되는거 아닐까 싶다. 반면에 대학교육은 엉망이다. 입학 경쟁은 대단한데 입학 후엔 노는 학생이 많고, 너무 방임된다. 교육이야기가 길어졌다. 지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룩셈부르크가 세계 제1위이고 스위스가 2위, 그 다음이 북유럽 여러 나라들 같은데, 룩셈부르크나 스위스가 수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루오=룩셈부르크는 1인당 국민소득은 9만달러 정도인데 금융이 중심이다. 아이슬란드도 그렇다. ▲양의모=최근 여러 나라가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었는데, 룩셈부르크는 어떠한가. ▲마루오=스위스와 룩셈부르크는 금융의 전통이 깊어서 큰 타격은 없다고 본다. ▲주종환=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미국의 1인당 GDP가 세계 제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양의모=한국에서는 복지를 두텁게 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미국은 복지를 포기한 대신 경쟁력이 높아 국민소득도 제일 많을 것이란 착각이다. ▲마루오=북유럽 국가가 좋다는 소리는 그다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북유럽 나라들은 사회주의 체제니까 산업자본가들로서는 곤란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갖가지 험담을 늘어놓는다. 자살률이 높다던가, 프리섹스를 지적한다던가, 세금이 높아 외국으로 도망간다던가, 그런 식으로…. 사실 자살률은 일본이 더 높다. ▲주종환=덴마크는 소득에서 사회보험료까지 합해 80%를 정부에 내야 한다던데. ▲마루오=세금만 보면 최고가 66% 정도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숨어있는 사실이 있다. 그들 나라에서는 사회보장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그런 제도가 시작됐다. 연금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게 한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그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그러니까 높아 보인다. 그리고 세액공제제도가 없다. 세금을 깎아 줘봐야 가난한 사람들에겐 하등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현금을 직접 지불 한다. 그렇게 하면 가난한 사람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세액공제가 좋다고 선전하면서 북유럽 방식은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식의 거짓된 분석을 하고 있다. 북유럽 방식으로 전환? ▲양의모=일본 민주당이 그것을 일부 없애지 않았는가. ▲마루오=그렇다. 그래서 얻은 재원으로 아동수당을 2만6천엔씩 지급한다. 일부에서는 부자들에게까지 획일적으로 주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아니라고 본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가난하니까 준다는 식이지만 근본적으론 가난한 사람에게 특혜를 주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종환=당신은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마루오=미국에서는 1%의 상위층이 45%의 자산을 갖고 있다. 소득에 있어서도 몇 십억달러의 차이다. 그렇게까지 안 벌어도 될 것 같은데.(웃음) ▲양의모=일본도 지금은 양극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과거 2차 대전 이후 초기에는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는데…. ▲마루오=과거 OECD 30개국 중 일본은 북유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평등사회였다. 지금은 20위 정도로 거의 미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니계수(소득 분포의 불평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볼 때 지금 일본 민주당의 정책은 북유럽의 그것에 가깝다. 특히 스웨덴 모델에 근접해 있다. ▲양의모=하지만 지금의 정책을 보면, 예를 들어 아동수당과 같이 현금을 배분하는 것은 있지만 보다 중요한 고용문제에 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마루오=고용문제가 약점이다. 고용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편집한 <사회복지와 노동시장>이란 책이 있다. 스웨덴 학자들과 공동 작업을 한 것인데, 그들이 말하기를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함께 하지 않으면 복지정책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의 경우 후생연금(직장인 연금보험) 가입자가 점점 줄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3분의 1이고, 이 사람들은 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이래서는 유지할 수 없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좋은 정책을 세우는 것이 일본 민주당 정권의 숙제다. ▲주종환=우선은 사회안전망 구축이 이뤄지고 노동시장개혁이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마루오=하지만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복지정책을 해야 양립이 가능하다. 스웨덴이 1960년대 노동시장개혁을 먼저 실시하고 실업수당을 받는 대신 직업훈련을 받게 한 것은 바로 그런 점을 말해 준다. 일본도 이제 겨우 그런 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종환=노동시장 문제에서 중요한 것 하나는 보험이나 국민연금제도 등 사회적 안전망을 충분히 갖춰 놓는다는 전제 아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실현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줄이고 정규직노동자를 늘리는 것이다. 특히 실업을 했을 때 대비하는 사회적 장치와 일자리 나누기와 같은 것들이 중요하다. ▲마루오=우선은 고용보장이 중요하다. 고용이 보장되면 사회복지의 대상이 줄어드니까. 스웨덴도 실업률이 높아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실업률은 겨우 1~2%였다. 하지만 1993년 불황으로 실업률이 높아져 지금까지 그다지 줄지 않는다. 4~5%를 목표로 하는데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불황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실업률이 1~2%인 적은 없었고 4~5% 정도면 완전고용이라고 본다. 한국은 어떠한가. ▲주종환=한국은 요즘 파트타임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양의모=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 중 60%라고 한다. 아마 세계 1위일 것이다. ▲마루오=그렇게 까지 높은가. 일본도 3분 1이라 꽤 높다고 생각했는데. ▲주종환=한국에서는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정기간과 조건이 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법이 있다. ▲마루오=일본에서도 그런 법이 상정되었는데 국회가 폐회되는 바람에 안이 폐기됐다. 참 좋은 안이었는데 아쉽다. 한국이 먼저 한 셈이다. 민주당도 생각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과 사회복지가 하나가 되어야 하니까. ▲양의모=파견노동자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 것으로 보는가. ▲마루오=그것도 일단 폐안이 되었지만 실시할 것으로 본다. 비정규직의 절반을 정규직으로 바꾸어 후생연금에 가입시키려고 하는데 고용자들이 부담스러워 해서 쉽게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스웨덴은 60년대에 실시하였다. 많지 않은 특정시간을 일하면 차별없이 대우하도록 한다. 네덜란드는 80년대에 실시했다. 그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없어졌다. 시장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당연한 것인데 지금의 현실은 그와 역행하고 있다. 노동자는 고용자에 비하면 약자이니까 어느 정도 지원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기조 바뀔 것” ▲주종환=일본은 민주당에 의해 신자유주의적인 기조가 많이 변화될 것이다. 복지정책 확충을 위한 재정구조 개혁 등 국가가 공동체적 가치를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마루오=민주당은 관료주도 정치를 벗어나고자 하니까…. 스웨덴 같은 나라는 정부의 역할이 크긴 하지만 상당히 시장주의적 국가이다. 정부가 철저히 개입해서 시장경제를 활성화시킨 것이다. 시장화를 위한 개입이라고 할까. ▲주종환=시장화를 위해 독점기업의 횡포를 더 강하게 규제하는 그런 식인가. ▲마루오=시장화를 위한 큰 틀을 만들어가기 위한 개입이다. 이전에 서독에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라고 했는데. 그것과 비슷한 것이다. 큰 틀은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화만 내세우면 오히려 불평등해 질 수 있다. ▲양의모=관료주도 탈피와 적극적 개입은 조금 모순인 것 같다. 개입한다고 하면 역시 관료들이 주도하게 되지 않나. ▲마루오=일단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없어야 한다. 북유럽에는 정말 부정부패가 없다. 스웨덴 여성수상이 슈퍼에서 어린아이 장난감을 정부 카드로 산 것이 부정부패사건이 될 정도니까. 일본에서는 억 단위정도는 돼야하는데 말이다. ▲주종환=지금 한국에서는 장관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부정부패와 연루되어 있다.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은 ‘그런 것은 누구나 하는 것’이란 식으로 비호하고 있다. ▲마루오=북유럽은 대개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부정부패가 발생하기 어렵다. ▲양의모=지역대표가 없는가? ▲마루오=없다. 정당명부제로 선출한다. 그런 제도에도 다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종환=지금 스칸디나비아 3국이 보수당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다. ▲마루오=그렇다. 연립내각이다. ▲주종환=일본의 경우 연립내각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연립이라는 사고방식 자체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립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양의모=한국은 대통령 중심제라 아무래도 어려웠다. 김대중 정부 때 DJP연합이라는 이름하에 연립정부가 잠시 성립되긴 했지만. ▲주종환=일본의 민주당 정부도 연립이다. 그 중 국민신당은 어떤 당인가. ▲마루오=민주당, 사회당, 국민신당이 연립했다. 국민신당은 우정민영화에 반대하기 위해 만든 당이다. 한국의 우정사업은 민영화되어 있는가? ▲양의모=민영화되어 있지 않다. 세계적으로 볼 때 민영화 된 곳은 거의 없다. 미국조차 민영화되어 있지 않는 것으로 안다. ▲주종환=우정사업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사회보험, 의료보험, 학교법인, 국립대학 법인화 등 정부 여당 쪽에서는 민영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많다. ▲양의모=일본은 대학 민영화가 상당히 이뤄졌다. 동경대학교도 법인이다. 우정사업도 그렇지만 우편저금의 규모가 엄청나다. 300조엔이라고 들었다. 우편저금 민영화에는 미국의 영향도 있다고 들었다. ▲마루오=그렇다. 민간예금을 모두 합한 액수보다 크다. 미국의 입김이 개입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곤란하다. 미국에 대한 평가는 아직은 자제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보험회사가 일본에 진출해서 일본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찬가지로 우편저금도 그 정도의 규모니까 어느 정도 미국의 금융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금융업계는 상당히 수준이 높으니까 그럴 수 있는 힘이 있겠고. ▲양의모=하토야마 수상도 미국에 대하여 어느 정도 공포심을 갖고 있는가. ▲마루오=공포심을 갖기 보다는 미국과 사이좋게 지내려는 생각이 강하다. 미국과 일본에 동시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서 정책협조가 다소 수월해진 면이 있다. 그동안 자민당 정권은 복지예산을 줄여 왔다. 최근 4~5년간 매년 2천200억엔씩 줄여 왔다. 이제 민주당 집권으로 줄지 않게 될 것이다. 이전엔 고령화로 인한 자연증가분 가운데 2천200억엔을 줄여 온 것이다. 그러니까 연금도 의료보험도 점점 악화 된 것이다. 그런 틈을 비집고 들어가 민주당이 약진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사회복지를 충실히 하기 위해 부담을 늘리는 것에 그다지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10월쯤부터 복지를 위해 부담을 증가시켜도 부득이하다는 방향으로 여론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복지정책은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재원을 세밀히 계산하고 만들어졌다. 실제로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4년 후의 일이다. 그 전까지는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만들 것이다. 다만 아동수당으로 2만6천엔씩 지급하는 것은 조금은 어려운 면이 있다. 5조100억엔 정도의 예산이 든다. 일본의 방위비가 4조7천억엔이 드니까 그것만으로도 방위비를 능가하는 액수가 된다. 하토야마 정권의 미래 ▲양의모=고속도로요금 무료화도 있다. ▲마루오=그렇다. 그리고 고교교육비 무료화도 있다. 고속도로요금은 계산이 안되지만. 그렇게 드는 예산을 추산하면 6조엔 정도가 든다. 일본에서 아동관계 예산지출은 대략 GDP의 0.8% 정도인데 북유럽은 3%이니까 다소 늘려도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저출산 대책을 지금 실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양의모=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일본보다 심각하다. 평균출산률이 1.1이다. ▲마루오=일본의 경우를 보면 한국의 경우도 아마 앞으로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일본은 전년도 대비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 1992년부터 최근 3년간은 평균출산수 자체도 오르고 있다. ▲양의모=일본의 저출산은 경제적 불안에 원인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아동수당을 공급하는 정도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마루오=맞는 말이다. 여성들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아이를 출산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출산과 육아를 일과 함께 병행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종환=미국발 금융위기로 북유럽은 타격을 받았는가. ▲마루오=어느 정도 타격을 받긴 했지만.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미국이나 일본 정도는 아니다. 확실하게 아직 파악은 되지 않지만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본다. ▲양의모=역시 세계화의 정도가 클수록 타격이 심하였다고 본다. 영국이나 아이슬란드의 경우가 그 예가 아닐까. ▲마루오=그렇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자신의 것은 거의 없고 외부자본에 의존하였기에 특히 타격이 심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주종환=일본의 고정자산세는 엄격하게 과세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8억원이 넘는 부동산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정자산세를 엄격하게 부과하고 있지만 세율은 낮다고 들었다. ▲마루오=고정자산세율은 1.2%이다. 고정자산에 대한 세율은 3가지가 있다. 자산평가가격을 시장가격으로 부과한다면 높아지겠지만 과세기준이 되는 가격은 낮다. 게다가 토지의 상태를 좀 더 상세하게 조사하여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부과되는 과세기준가격은 그보다 더욱 낮아진다. ▲주종환=대만의 경우 각자가 자기 소유 부동산 시세를 자진신고하게 되어있는데, 높게 신고하면 세금이 높게 부과되고, 낮게 신고하면 벌을 주어 훨씬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결국 실제 가격 수준에 가깝게 신고한다고 들었다. 매우 독특하고 중화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마루오=한때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다. 재미있는 제도이지만 일본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핵 관련 정세 대응 방향 ▲주종환=이제 끝으로 핵무기 금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본의 민주당 산하 ‘핵금회의’ 의장이기도 하니까. 일본 나가사키 핵금대회에 한국대표로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전국에서 7천명 정도가 모였더라. 일본의 국시라고 할 수 있는 ‘비핵 3원칙’이라는 ‘제조, 보유, 반입 금지’가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이것을 법제화하지 않고 말로만 부르짖고 있으면 어떻게 진실성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연설에서 이야기 했더니 큰 박수가 나왔다. 그 후 신문 보도를 보니 나가사키 시장이 총리에게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더라. 하지만 결국 법제화는 되지 않았는데, 법제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루오=오바마 미 대통령이 적극적이어서 일본도 미국이 그렇다면 좀 더 추진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보는데 아직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주종환=일본으로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프라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그래서 금지운동에 조금은 탄력이 붙을 것 같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가니까 보다 실감을 갖고 핵무기 금지운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본다. ▲마루오=오바마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적극적이니까 앞으로 핵무기 감축과 전면금지에 탄력이 붙을 것을 희망한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의 법제화에 대하여는 아직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다. 다만 분위기는 핵무기 전면 금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자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이니까 일본으로서는 그 점이 큰 힘이 된다. ▲주종환=핵무기 정책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소리 또한 높다. 인도나 파키스탄 같은 나라에게는 핵무기 보유를 추인해 주면서 북한은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공평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마루오=그런 점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주종환=물론이다. 북한 핵무기는 없애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을 없애야 한다면 다른 나라의 핵도 마찬가지로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북한은 공식적으로 자기방위를 위해 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일정의 조건하에서는 없앨 수 있다고 계속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스케줄을 정해 전 세계적으로 핵을 없애고 사용하지 않도록 합의가 이뤄지면 북한의 핵문제 또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물론 전 세계적 합의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핵무기를 없애면 북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식으로 ‘빅 딜’을 제안하고 있는데, 핵군축이나 핵무기 금지에 대한 전 세계적 합의와 더불어 최소한 한반도나 일본의 비핵지대화와 북한에 대한 확실한 정치적 경제적 안전보장에 국제적 합의가 없으면 현실성이 없을 것이다. 이런 ‘빅딜’까지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일본은 유일한 원폭 피해국가로서 좀 더 신속히 진행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한국인 피폭자도 몇만명이나 있으니까. 우리와 함께 공조해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건설하는데 힘을 합해야 할 것이다. ▲마루오=내가 의장을 맡고 있는 일본 민주당 산하 핵금회의는 전 세계적 핵무기 금지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원래 일본에서 공산당계 ‘원수폭금지협회’와 사회당계 ‘핵금회의’가 분열된 것은 소련의 핵개발을 원수폭협회가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개발 했으니 소련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일본의 민주당은 사회당 계열과 자민당 이탈파가 합해서 만들었기에 핵금회의를 이어받았다. ▲주종환=핵금지는 당연한 것이지만 공평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핵을 갖고 있으면서 어디는 안 된다는 식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루오=일본도 전쟁 전에 군축문제에서 영미와의 공평성 문제로 불만을 가진 적이 있어서 그 점에 대하여는 민감하다고 본다. 핵무기 확산금지도 중요하지만 폐절까지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그건 그렇고, 원자력 발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자. 핵금회의 의장으로서 연설할 때도 나 자신이 학자니까 확신이 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문제에 대하여만 이야기 한다. 원자력 발전 그 자체는 인정하면서 다만 안전을 위해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매년 2, 3곳을 돌면서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는지 감시한다. 하지만 정말 원자력 발전이 안전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핵금회의 의장이 되니 더욱 그렇다. ▲주종환=핵금회의는 원자력 발전 문제보다 핵무기 금지가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마루오=맞다. 핵무기를 확산시키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미 갖고 있는 나라들이 핵무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하니까 공평성이 문제가 된다. ▲양의모=주제를 조금 돌려 개헌 문제에 대하여 묻고 싶다. 일본 정치권의 민주당 간사장 오자와 이치로 씨의 경우 개헌론자이고 하토야마 수상도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마루오=일본은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어 그 덕택으로 국방비를 절약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스웨덴 같은 나라도 군사비에 GDP의 3~4%를 쓰고 있다. 게다가 징병제다. 거기에 비하여 일본은 1%이므로 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일 군사대국화, 지켜봐야 ▲양의모=일본이 개헌을 통하여 군사대국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마루오=그런 견해도 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본다. ▲양의모=오자와 씨는 개헌을 통하여 ‘보통국가’를 만들자고 주장하여 온 것으로 안다. ▲마루오=그런 사람들이 물론 있다. 하지만 그다지 강한 영향력은 없다고 본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지만. ▲양의모=핵무기를 갖게 될 가능성은 없는가. ▲마루오=거의 없다고 본다. 그런 주장이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오자와 씨가 애국심이 강한 것은 맞지만 오자와 씨의 본심은 알기가 어렵다. 이번 선거에 오자와 씨의 공로가 절대적이고 따라서 오자와 씨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민주당자체가 워낙 여러 가지 성격의 인물들이 합쳐서 만든 정당이라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면이 있다. 양대 정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번이 처음이고, 확실한 것은 복지정책이 두터워질 것만큼은 정확하다. 복지문제가 선거의 중심테마였다. 그런 경향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주종환=일본의 민주당이 역사인식 전환에 매우 적극적인 것 같아 한국인들의 기대가 크다. 특히 하토야마 수상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마루오=하토야마 씨는 성실한 사람이다. 간 나오토 부총리도 그렇지만 사회당 계열이라고 해서 반발이 심했다. 오자와 씨도 정적들이 많다. 하토야마 씨가 가장 반발이 적은 사람이다. 앞으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주종환=할 이야기는 많지만 시간 관계상 끝내도록 하자. 좌담회 참석에 감사한다. | |||||||
정리=양의모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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