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달팽이 / 이해우

양곡(陽谷) 2025. 2. 28. 21:51

달팽이
/ 이해우

굳은듯
멈춘듯이
노래를 흥얼대며

내 길이라 생각한 길을
거북이처럼 걸어왔다

누구는 멀리 갔지만
난 이 길이 좋다

오늘은 따스해서
풀 속에서
코를 곤다

일상의 일탈은 얼마나 달콤한지

서늘한 바람이 불어
기지개를 길게 켠다

또 걷는 거다
천천히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천천히

무한한 우주 속에서
色은 바로 空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