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벼랑의 소나무 / 이해우

양곡(陽谷) 2025. 2. 20. 16:20

벼랑의 소나무
/ 이해우

벼랑의 소나무가
산불에 열반했습니다

허공에 버티면서도
새들을 받아주던

도대체 무슨 맘으로
그런 삶을 살았을까요?

지친 새
쉬어가라고
한 팔을 내어 주고
새끼를 돌볼라고 다른 한 팔 내어 주고

발톱이 빠지는 데도
버텨주던 그였습니다

그이의 색즉시공
그이의 공증시색  

존재마저 남이 된 그이의 求道心

버리면 더 좋을 것에
꽁꽁 묶인 난 뭔가요?

한시도 긴장 속에서
가로로 버텨 서서는

간절한 이를 위해
아낌없이 주던 그

벼랑의 고난뿐이던
그가 열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