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정하선
우리 입장을 한 번 바꾸어놓고
생각해볼 수 없겠는가 자네와 나
끝손주 보면 맏손주도 보고 싶은데
한라산 보면 백두산도 보고 싶은데
압록강 보면 영산강 보고 싶지 않던가
금강산이 단풍치마 입으면
남해안 동백꽃이 궁금치도 않던가
이제 와서 뭘 또 어쩌겠다고 우린 서로
못 본 체 모른 체 하고만 있단 말인가
돌린 등 돌려 서로 마주보면서
손과 손을 두터웁게 덥석 마주잡고
너털웃음 웃어가며 지난 일 훨훨 털어버리고
밤이 오면 만약에 또 밤이 온다면
횃불 훤히 밝히고 온 세상 사람 모두 모인 자리
자네는 꽹과리 치고 나는 북장구 치고
막걸리 사발 서로 주고받으며
내일 일을 의논하던 그때, 다시 그때를
정하선 시집(재회)월간문학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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