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Ⅳ
-탱자나무-
대숲 박정열
온 산이 불붙어 활활 타오르는 그날에는
은행잎 하나둘
제풀에 못 이겨 샛노랗게 물들면
몇 안 되는 탱자를 물고
야물게 익으라 축원하는 그 마음 안다
억센 혀로 듣는 귀 생채기 내지 말고
날 선 가시로 죄짓지 말라 함은
선혈鮮血이 번지는 아픔은
방울방울 고약한 눈물이 보상이고
가슴 깊이 새겨진 그 상처
끝내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된다는 걸
세속 널리 알려진 천성 명성 그대로
얽히고설켜 부둥켜안아야 하는
그 못난 정하나뿐인데
알알이 품은 향내 짙은 살가죽에
첫 키스 여운이 상큼한 속살에다
겉과 속이 다른
대침 하나 깊숙이 꽂아놓지 않기를
온산에 붉은 불길이 뒤덮어 타올라도
은행잎이 수줍어 노랗게 물드는
순리를 외면하지 말라 함은
노랗게 익어가는 한 알 탱자가
엄마가 온몸으로 지켜온 이 가문
너보다 나은 씨로 이어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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