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가을 날/릴케 / 권숙희 제공

양곡(陽谷) 2024. 10. 31. 09:21

가을 날/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에는 많은 바람을 풀어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果實)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完成)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고독(孤獨)
하게 살면서
밤 새워, 읽고 그리고
긴 편지(便紙)를 쓸 것입니다.

그러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街路樹) 길을 헤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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