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者의 숲
/이해우
1.
가야는 하겠는데
갈 곳이 없더군요
울어야 하겠는데
울 곳이 없더군요
지구는 광활한데도
내가 설 곳이 없습니다
2.
숲 속의 큰 나무에
등 기대
앉았더니
그제야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나무는 등을 내주고
맘껏 울라 합니다
3.
듬직한 등짝 하나
눈썹 같은 침묵의 달
나와 함께 울고 있는
숲속의 부엉이
지구의 모퉁이에 선
큰 나무는
聖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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