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밤(夜)빛에서 소아 박정열

양곡(陽谷) 2024. 5. 18. 11:28

#밤(夜)빛에서        
                    소아 박정열

밤빛이 만종萬種의 꽃을 부른다
어둠은 실로
행려자의 겉치레런가
밤빛에 꿈이 돋아
불을 사르고
허우적인 고요가 적막을 불러내
어둠의 장막을 밝히는
망념의 끝자락은
초침秒針이 두들기는 굿판이다

허름한 주막 술잔에 그려지는
아릿한 추억 중
남은 기억을 들추며
밤빛 따라 만종의 꽃밭에 간다
붉은 꽃잎은
팔랑나비 날갯짓
무수히 깨지며 흩어지는 빛살
하얀 꽃 옅은 향취가
이 밤빛을 더 진저리 치게 한다

밤빛은 어제까지만 해도
노역에 시달려 쉬고 싶어 했다
늦봄 햇살이
여인의 가슴인 듯
침잠한 영욕이 애잔한지
늦은 밤빛에
우렁우렁 파랑波浪을 일으키며
하얗게
빛바랜 꽃밭을 길게 서성거린다

새벽녘에 피는 물안개
질척질척 취객이 땅 디디는 소리
전봇대에 걸려
옴짝 못하는 저 달이
이 밤빛을 더 아리게 물들이고
건방지고 콧대 높은 저 가시나
자지러진 웃음소리가
밤빛이 그리는 혹독한 음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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