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관련된 정치와 시사

아, 도태우!]/ 신평

양곡(陽谷) 2024. 3. 15. 12:31

[아, 도태우!]/  신평

어제 도태우 변호사가 우리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며 오래 있었다. 나는 그의 정치적 여정이 이제 순조롭게 진행되어 그가 우리 사회를 위하여 앞으로 큰 역할을 해나갈 것을 축원하였다. 곧 닥쳐올 공천취소의 비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가 이문열 선생을 문학적 스승으로 삼았다면 이제 정치적 스승을 나로 하여 평생 온건하고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번에 소위 ‘도태우 파동’으로 지게 된 빚을 잊지 않고 그 빚을 공동체를 향해 갚아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정치의 길에는 ‘아름다운 길’과 ‘지혜로운 길’이 있다.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지혜로운 길’로 가되 ‘아름다운 길’로는 가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운 길’을 예시하자면, 과거 일본의 미시마 유끼오(三島由紀夫)가 거대한 전쟁의 파토스를 그리워하여 ‘천황폐하 만세(天皇陛下 萬歲)를 외치며 할복한 것이다. 그런 것은 정치적 퍼포먼스로서야 유의미하겠으나 현실 정치인은 이런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남 듣기 좋게 격한 언사를 내뱉는 것도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소통의 부재에 절망하며 수시로 굴욕감을 느끼더라도 한없이 참고, 국민을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 일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나아가는 것이 바로 ’지혜로운 길‘이다. 도 변호사는 이제 반드시 이 길을 걸어가겠다고 맹세했다.

아. 그런데 도 변호사가 대구에 도착해서 얼마 있지 않아 공천취소의 소식이 전해왔다. 이 나이가 되어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좀 야속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수년 전의 늦가을 나는 해지는 망월동 묘지에 가서 찬바람을 맞으며 젊은 영령의 무덤 앞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며 추념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처럼 나는 5.18 민주화운동의 비극성과 그것이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세운 금자탑에 관해 너무나 잘 안다.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이 호남지역민들에게 남긴 메꿀 수 없는 상처도 절실히 이해한다.

그런데 반대쪽의 대구경북지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한 근대화의 업적을 기리고 그 따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에 대하여 끊을 수 없는 동정에 사로잡혀 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그들의 애끓는 심정과 정서는 왜 도외시되어야 하는지 야속하기만 하다. 도 변호사의 문제된 발언들은 이러한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입장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정제되지 못하고 미숙한 것임은 인정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과연 그것에 대해 그처럼 매몰찬 비난만을 퍼부을 수 있겠는가? 더욱이 도 변호사는 그 발언들을 한 과거의 그때에 머무르지 않겠다, 이제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 그리고 그 미숙한 표현들에 대해 거듭 사과한다고 하였다.

대구경북지역에 오래간만에 나타난 젊은 정치인이자 치열한 예술가적 영혼,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정치인인 도 변호사에게 닥친 불운을 슬퍼한다.

이번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원칙은 충분히 수긍하나 현재 잡혀진 그것의 스탠스가 잘못되었다. 호남지역민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입장도 함께 고려되는 ’정치적 올바름‘의 기준이 정립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