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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근원을 찾아가는 본질적 물음들]

양곡(陽谷) 2023. 12. 7. 15:38

[생명 근원을 찾아가는 본질적 물음들]

  새로 창간된 [동행문학]에 5편의 신작시를 발표하였습니다. 아래 시편들의 주된 관심사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본질적 물음”이라 요약 할 수 있겠습니다. 작품 이해를 위하여 끝에 약간의 부연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 . . [이건청]

[미토콘드리아] 외 4편                                

이  건  청
세상 70억 인구
최초의 어머니가
아프리카에 사셨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유전 경로를 따라가 보면
그렇다는 것인데,

건강한 사람 세포 하나에는
10,000개쯤의
유전체가 들어있고
그중의 5%쯤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헤쳐 보면
하나의 생명체가 겪게 될  
생명정보까지를 미리 다
알 수도 있다고 한다.

20여만 년 전
탄자니아나 케냐 어느 샘터에
물 마시러 온 유인원 여자,
어머니에서 어머니에게로 이어지는
생명정보를 되밟아 가면
키 1.1m쯤의 여자가 거기 있다고 한다.
70억 지구인 최초의 엄마들이
거기 계셨던 것을.

*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e: 외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모계 유전자.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침팬지 마을을 버리고
침팬지 꼬리를 버리고
두 다리로 서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두 다리로 서고
나머지 두 다리로
능금나무 가지의 능금을 따던,
지평선 밖을 가리키며,
첫 발을 떼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앞발을 들어올려
이마에 대고
지평선 너머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7백만 년 전쯤
침팬지 숲에서 쫓겨난
이족직립보행(二足直立步行).
어지러운 첫발을 떼어놓기 시작한
유인원 있었다네.
7백만 년 저쪽,
우리들의 슬픈 7백만 년 저쪽.

* 사헬란트로프스 차덴시스 Sahelanthropustchadensis: 7백만여 년 전, 침팬지류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최초의 고인류 화석, 작아진 송곳니, 이족직립보행을 한 것으로 추측됨.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1974년 에티오피아 하다르 지방
어느 계곡에서 인류의 먼 조상인 유인원의
뼛조각 화석이 발견되었다.
흩어진 뼛조각을 수습해
짜맞춰보니
사람 몸 뼈의 40% 정도를
복원할 수 있었다.
눈두덩 뼈가 조금 낮아져 있고
송곳니도 조금 작아져 있는 이 뼈 화석은
사람 쪽으로 진화되어 있어
최초의 호모 속으로 분류되었다.
등뼈동물 계통수의 까마득한 가지 끝,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Lucy라고도 불리운,

320만 년 전 쯤,
그의 집이었던 높다란 나무 위에서
잠을 자다가 떨어져 죽은,

[실라캔스]

3억6천만 년에서 6천5백만 년
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물고기
실라캔스
6천5백만 년 전
다섯 번째 지구 대멸종 때 전멸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돌 속에 화석만 남기고,
육지 척추동물 때의 이빨과
앞다리 뼈와
태아 출산의 흔적만 돌 속에 남기고
멸종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6천5백만 년 전,
멸종된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1938년 남아프리카 연안.
실라캔스 한 마리 그물에 잡혀 올라오다니,
살아있는 물고기로 잡혀오다니,
6천5백만 년 화석물고기 그대로
이빨도, 등뼈도 태아분만도 그대로,
그대로 잡히다니, 그물 속에서 푸덕이다니
6천5백만 년 물속에 살았으면서도
물고기로 진화되지 않은
육지 척추동물 그대로였다니,
실라캔스, 자존의 의지 앞에서
옷깃을 여민다. 무릎을 꿇는다.
6천5백만 년 물속에 살면서도
육지 척추동물을 지켰다니
실라캔스, 물고기 한 마리의
자존 의지 앞에
무릎을 꿇는다.
우러른 밤하늘 영원을 스쳐가는 유성이 하나.

[드르니 계곡에서]

누억 년 시간이 쌓여
돌이 되어 있다.
20억 년쯤의 시간 위에
다른 시간이 쌓여 퇴적암을 이루고
시간의 퇴적 위에 10억 년 전쯤의
어느 햇살 밝은 날이 다시 쌓이고
배고파 벼랑 밑에 잠들었을 초식 공룡도 한 마리
화석으로 남았거니

순담 계곡에서 드르니 계곡 쪽으로
3.1km 잔도(棧道)를 따라 걸으며
지나간 시간이 첩첩이 쌓인
누억 년 바위 벼랑을 바라보느니
켜켜이 쌓인 바윗돌 속
지나간 영겁의 시간이 건네는
연둣빛 안녕 소리를 나는 듣느니
오호라, 오늘은 한탄강 지질공원
드르니 계곡길이나 걸을거나
우뚝우뚝 벼랑을 이룬 누억 년 시간,
언젠가,
나도 가 묻힐 저 벼랑의 시간
드르니 계곡 길을 걸으며
눈짓 인사 나누러 갈까.

*드르니 계곡: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소재 한탄강 지질 공원의 일부. 한탄강 3.1km 잔도 길의 한쪽 입구.

[[생명 근원을 찾아가는 본질적 물음들]]

새로 창간된 [동행문학] 창간호에 5편의 신작시를 발표하였다. 위의 시편들의 주된 관심사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물음”이라 할 수 있겠다. 46억년 지구는 그 동안 ‘5번의 지구 대멸종’을 거쳐 왔으며 현재 6번째 지구 대멸종이 진행중이라한다. 지표면의 폭발, 융기, 빙하기의 도래로 지표면을 뒤덮었던 동식물의 거의 전부가 멸종되고, 살아남은 일부의 생명체가 다시 창성하여 지구를 뒤덮었다.

현재 지구를 뒤덮고 있는 최후의 생명체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즉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종이 지상에 나타난 건 불과 25만 년 전, 그동안 지상에 나타났다가 멸종되어 사라진 인류는 24종, 마지막 승자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인 사람 종이 세계 지표면 구석구석까지 창궐하면서 이제는 지구 자체가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6번째 지구대멸종의 징후일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대형 영장류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1500만 년 전, 나무 위를 터 잡아 살던 침팬지류들 중 직립보행 유인원들이 최초로 나타난 것이 700만 년, 최초의 호모 속 유인원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등장 380만 년 전, 최초의 사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이 25만 년 전이라 한다. 나는 700만 년 이후의 유인원들에 관심을 가지고 내 생명의 까마득한 근원을 찾아다니고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상호 연속적 실체로 보고자 할 때, 지나간 과거가 광막한 황무의 시공으로 버려져 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다행히 지구의 표층을 이루는 퇴적 암반 속에는 까마득한 과거의 세상을 증언해 줄, 수많은 화석, 암반 자료들이 잠들어 있다. 지나간 수억 년 전에 생존했던 동식물 화석 자료들이 자신들의 당대를 증언해주고 있다.

나는 국내 여러 곳, 지질박물관, 화석박물관, 사진, 영상 자료들을 찾아다니고, 한탄강 유역 국립지질 공원을 찾아다닌다. 현재의 나는 미구에 누억년 과거의 시간 속에 퇴적될 존재이다.

나는 위의 시편들을 통해서 ‘나’라는 생명체의 근원을 시로 탐색해보려 하였다. 위의 시편들에 관한 작품론을 쓴 여태천 시인은 자신이 쓴 글의 타이틀을 “자기 찾기의 빅히스토리”라 하였다. ([동행문학] 2022. 겨울호).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