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관련된 정치와 시사

,「공산당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 / 이진우 옮김 / 책세상)」ㅡㅡ박 규원 님의 독후감 사법시험문제로 출제

양곡(陽谷) 2023. 11. 27. 12:38
몇 달 전에 모 선배님의 포스팅을 보던 중,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공산당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 / 이진우 옮김 / 책세상)」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여러 역사적인 실패 사례들을 통하여 구시대의 유물로서 사실상 박제품이 되어버린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초창기 모습을 접하다 보니, 대학 다닐 때 대자보 읽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그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히 대학생 시절에 사회주의, 공산주의 관련 서적들을 쓸데없이 꽤나 많이 읽었다는 사실에 잠시 놀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법시험 2차 국민윤리 과목에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을 요구하는 문제가 자주 출제되다 보니, 네오 마르크시즘이나 신식민지 국가독점 자본주의론 같은 것들은 억지로 외우기도 했었는데, 역시 별다른 애정 없이 단순히 시험 대비용으로 암기한 것들은 일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마르쿠제, 폴 바란, 폴 스위지... 사람 이름 몇 개 말고는 별로 생각나는 게 없군요.
170여 년 전에 쓰여진 글이다 보니, 그 후 시대의 변천 과정을 알고 있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평가하자면 생경하고 조잡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보였고, 아예 역사적 사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잘 쓴 글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금서였을 당시에는 언젠가 꼭 독일어 원서로 읽어보리라고 굳게 결심했던 것 같은데, 번역본 나온 지가 한참 되었음에도 그 동안 번역서 읽어 볼 시도조차 해 본 적이 없네요. 그 새 독일어 실력은 완전 쪼그라 들어서 원서로 읽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같구요.
- 지배권을 얻은 부르주아지는 봉건적, 가부장제적인 그리고 목가적인 관계들을 모두 파괴했다. 그들은 타고난 상전들에게 사람들을 묶어놓던 갖가지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가차없이 끊어버렸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적나라한 이해관계, 무정한 '현금지불' 외에 다른 어떤 끈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들은 신앙심에서 우러나오는 경건한 광신, 기사의 열광, 속물적 애상의 성스러운 전율을 이기적 타산이라는 얼음같이 차가운 물 속에 익사시켰다. 부르주아지는 개인의 존엄을 교환 가치로 용해시켰고, 문서로 확인되고 정당하게 획득된 수많은 자유들을 단 하나의 비양심적인 상업 자유로 대체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종교적, 정치적 환상들로 은폐된 착취를 공공연하고 파렴치하며 직접적이고 무미건조한 착취로 바꿔놓았다.
부르주아지는 이제까지 존경받으며 경외의 대상이었던 모든 직업에서 그 신성한 후광을 걷어내 버렸다. 부르주아지는 의사, 법률가, 성직자, 시인, 학자 등을 자신들에게서 돈을 받는 임금 노동자로 바꿔놓았다. (19~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