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 연재 23. 19세기 유럽의 정치철학
연재 3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현대 철학은 윤리학, 인식학, 존제학, 심리학, 논리학, 방법학, 응용철학의 7개 분야가 있다. 철학을 정치학에 응용하면 정치철학으로 국가와 사회, 자유와 권리, 평등, 정의, 법과 정부의 합헌성 등을 포함하여 연구한다. 정치이념은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관하여 최상의 정부 형태(민주주의, 군주주의, 사회주의 등)와 최상의 경제체제(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에 대한 특정한 생각을 포함한다.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이, 정부 형태와 경제체제에 함께 적용되는 정치이념이다. 레온 배러다트(Leon Baradat)는 그의 정치이념(Political Ideologies, 2016)에서 이념이란 현재의 견해나 미래의 비전을 나타내는 정치적 용어로서 대중에게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독립선언이나 공산당선언 등은 이념적 선언일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 모멘트였다고 보았다.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의 변화는 그 방향, 심도, 속도, 그리고 방법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하다. 우선 변화의 [방향]이 우로부터 좌로 향하는 진보적 변화인가, 좌로부터 우로 향하는 후퇴적 변화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테면 프랑스혁명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진보적 변화였으나, 나폴레옹의 등장이나 왕정의 강화는 후퇴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 변화의 [심도]를 살펴보면, 구소련연방의 붕괴는 체제의 변화였으나, 중국의 개방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책을 수정하는 정도였다. 변화[속도]의 완급에서 영국은 명예혁명 이후 의회가 견제력을 가짐으로써 점진적이며 지속해서 정치발전을 도모해 왔으나, 프랑스는 절대 왕정의 억압으로 급진적 대중동원에 의한 혁명을 체험하였다. 끝으로 변화의 [방법]이 공식적, 비공식적, 합법적, 불법적, 또는 평화적, 폭력적이라고 하는 점이다. 정치적 수단으로서 전쟁은 일반적으로 공식적, 합법적, 폭력적이나 러시아의 혁명은 그 반대이다. 이러한 변화는 극좌로부터 급진-자유-중용-보수-반동 순으로 극우를 향해 구분하고 있으며, 이론적으로 좌와 우의 중간 지점인 중용(중간)은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급진주의(Radicalism)란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근본적인 체제의 변화를 급진적이며 즉각적으로 가져올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혁명적 방법을 선호한다. 그러나 급진주의자라고 해서 꼭 폭력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킹 목사와 같은 평화주의자도 있다. 18세기 루소 같은 사상가는 대표적 급진주의자로 볼 수 있으며, 그의 사상이 프랑스혁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 로베스피에르는 그에게 많은 감명을 받아 그를 추모하였다.
자유주의(Liberalism)는 현 사회의 기본 골격은 인정하지만 현 체제의 취약점은 신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급진과 자유의 큰 차이는 급진주의자는 현 체제가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통제되기 때문에 이를 혁명으로 붕괴시키고 새로운 체제를 창출한다고 믿는다. 자유주의는 현 체제의 근본을 인정하고 체제 유지를 위한 방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혁명을 반대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하여 제도권 내에서의 개혁을 선호한다. 이는 이성에 기초한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을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존 수튜어트 밀은 저술 자유(1859)에서 다수의 폭정을 문제로 제기하였다.
중용(Moderation)이란 현 체제에 대하여 개선의 여지는 인정하지만, 원칙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경우이며,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사이의 중간적 입장이다. 따라서 체제의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하며, 급진적 또는 극단적 변화는 사회안정과 번영을 해친다고 믿는다. 어떤 이슈에 대하여 중용을 취하는 일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매우 어렵다. 이를테면 낙태 금지법, 소수계 보호법, 사형선고법, 동성연애자에 관련된 법의 집행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면서 생산적인 사회체제를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정치인들의 행동반경을 압박한다. 동양에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였고,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도 도덕적 가치에서 중용을 말했지만, 실제로 중용을 취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였다.
보수주의(Conservatism)란 현 체제나 이념이 최선이라고 믿기 때문에 현상 유지를 지원하고, 어떠한 변화도 현재보다 더 개선될 수 없다고 믿는다. 소위 말하는 수구세력이란 보수주의자들이며, 자신들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현 체제의 유지에 묶어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인간의 이성을 믿지 않고 있으며, 합리적인 문제해결보다 시간의 경과나 권위주의적 정부와 전통 등에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불평등이란 항상 존재해 왔기 때문에, 평등에 기초한 사회의 건설은 어리석다고 본다. 이러한 견해는 중간 지점에 중용을 기준으로 하여 좌측(변화를 추구하는 쪽)은 자유주의이고 우측(기존질서를 지키고 보강하려는 쪽)은 보수주의로 서로 정반대 쪽에 서 있는 정치이념이다.
반동주의(Reactionism)란 현 체제보다는 과거 체제나 정책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후퇴적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동주의자의 좌측은 보수주의이고 우측은 극우주의에 접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에 가지고 있던 가치를 지상으로 간직하고 있으며, 사회발전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복고주의에 머물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평등이나 인종, 지식, 사회계급에 상관이 없는 균등한 분배를 반대한다. 1815년 비엔나 체제(Congress of Vienna)는 전형적인 반동주의로, 전승국들은 유럽의 정치체제를 프랑스혁명 이전으로 복원하였다. 그러나 나폴레옹 전쟁으로 자유주의가 전파되어 유럽에 혁명의 물결이 넘쳐흘러 반동체제가 붕괴하였다.
예를 들면, 한반도는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추구해온 남한이 통일을 달성할 때까지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 정치이념이나 체제의 변화를 다 각도로 체험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사회주의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대결이 불가피하고, 남한이나 북한의 국방 안보 분야 종사자들은 보수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급진적 사회체제 변화에 제동을 걸고 정치 경제적 안정을 추구해왔다. 북한은 핵무기를 붙잡고 구소련연방의 전철을 밟아 패망의 길로 치닫고 있다. 핵확산 방지를 위한 유엔의 결의를 준수하는 남한 정부의 합리적 선택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 북한의 정권에 대한 상호주의,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한 억제전략”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치체제는 사회주의나 자유민주주의 정부 체제를 말하고, 정치이념은 정치체제가 취하고 있는 이념(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등)이며, 정치이념의 변화는 이들 이념이 각각 급진-자유-중용-보수-반동으로 (방향 심도 속도 방법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설명한다.
본 연재는 정치이념과 정치철학에서 (a) 자유주의 (b) 보수주의 (c)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 이후의 사회주의 (d) 국민주의(민족주의) (e) 무정부주의 (f) 파시즘 (g) 형이상학적 관념주의의 반동 (실존주의) (h) 공리주의와 영국의 관념주의 순으로 압축하여 논의한다.
TO BE CONTINUED
(a) 자유주의(Liberalism)
(b) 보수주의(Conservatism)
(c) 사회주의 (Socialism)
마르크스 이후의 사회주의 이론
(d) 국민주의(Nationalism)
(e) 무정부주의(Anarchism)
(f) 파시즘(Fascism)
(g) 형이상학적 관념주의에 대한 반동
(h) 공리주의와 영국의 관념주의
REFERENCES
Kim, Hugo W. The Consolidation of Nation States and Industrialization From 1815 To 1914: Nationalism and Socialism (Part II). North Charleston, SC: CreateSpace, 2020, 419-700.
김휘국. 정치철학*경제사상과 함께 읽는 세계문명사. 서울: 한국전자도서출판, 2022, 55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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