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하바드 경영대학장 인터뷰

2007년 1월 3일 (수) 20:05   매일경제

하버드경영대학장 "교육의 80%는 사례연구"

◆특별 인터뷰 / 제이 라이트 하버드경영대학장◆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MBA(경영대학원) 시대가 열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서울대 등 7개 대학에 MBA 과정 설립을 인가한 데 이어 10월에는 숙명여대 등 5개 대학에 추가로 승인했다. 국내 MBA스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출발한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하버드경영대학을 이끌고 있는 제이 라이트 학장은 "국내 MBA스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를 정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강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버드경영대학이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은 무엇인가.

▶하버드경영대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의 성공에 있다. 하버드경영대 출신들은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 출신들이 이처럼 잘나가고 있는 것은 실전에 충실하게 짜인 커리큘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교과과정은 매우 유연해서 시장 변화에 따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우리 교육방침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중 80%는 케이스 스터디(사례연구)를 통해 배운다. 각 수업에서 학생들은 팀을 구성해 실제 경영상황을 분석하는 연습을 한다. 불완전한정보와 압박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은 이 같은 과정으로 500개에서 800개에 달하는 케이스 스터디를 반복한다.

－어떤 인재를 만들려고 하는가.

▶우리 임무는 세상을 다르게 만들 지도자를 교육하는 데 있다. 종합경영대학원으로서 우리 목표는 학생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인 문제를 잘 분석하고 종업원이나 고객 납품업체, 정부 사회 등 모든 이해 당사자 수요를 합리적으로 반영해 사려 깊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이런 인재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다.

－세계 일류 경영대학으로서 위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

▶하버드경영대학은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고 있다. 우선 커리큘럼에서 부단한 연구와 혁신을 통해 가장 훌륭한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데 노력한다. 이는 비단 수업시간뿐 아니라 모든 대학생활에도 해당된다. 우리가 성공하는 데 중요한 것은 조사활동이나 수업시간 모두 비즈니스 실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우리는 모든 동문들이 서로 교류하고 또 학교와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여러 사람과 생각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경영환경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 교수와 연구진은 전 세계 경영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케이스 스터디(사례연구) 중 약 80%를 쓴다. 매년 300개에 달하는 케이스를 새로 쓴다. 이들은 파리 홍콩 도쿄 부에노스아이레스 뭄바이 등에 있는 국제연구센터라는 네트워크에서 지원을 받아 이 같은 일을 해내고 있다. 이는 여러 국가와 산업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들을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최근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정식 경영대학원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한 MBA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세계에는 우수한 비즈니스 스쿨이 많이 있다. 이들은 각자 경영을 가르치는 독자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동시에 다른 성장환경과 다른 관심사항, 각기 다른 능력 그리고 다른 포부 등 다양한 학생들이 많다.

비즈니스스쿨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신사업을 새로 만들어 내는 작업과 비슷하다. 어떤 시장을 겨냥하고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학생들을 선발할 때도 지역을 국내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를 상대로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또 일반 경영대학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금융 등과 같은 세부적인 특정 분야를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욕구들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그런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MBA 스쿨의 주요 임무는 무엇인가.

▶MBA 프로그램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세계에서 경영자들이 임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초기술과 분석기술을 갖추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재계 지도자들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경제 사회적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MBA 프로그램은 통찰력을 배양해 실제 사업활동에 적용하도록 하는 통로라고 생각한다.

－MBA 졸업생들이 주로 돈을 많이 주는 금융업만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학교 졸업생 중에는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민간부문이나 비영리기관 혹은 공공기관에서 일자리를 찾는 학생이 많다. 하버드경영대학에서는 지도자는 돈을 버는 것을 뛰어넘어 보다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도자는 의사결정을 할 때 직원이나 투자자, 고객, 지역사회 등 전체 이해를 잘 고려해 결정을 해야 한다.

－하버드경영대학 졸업생이라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 해에 수업료와 부대비용을 포함해 7만달러 정도 들어간다. 이에 따라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 졸업 후 인생에서 성공적인 길을 걷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졸업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인생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데 하버드경영대가 미친 영향에 대해 압도적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많은 졸업생들은 전 세계 6만5000명에 달하는 동창생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고 응답했다.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MBA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MBA 스쿨 필요성은 지속될 것 같다. 사업을 하기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자나 매니저를 적절하게 훈련시킬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경영대학이나 MBA 프로그램 장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MBA스쿨에 앞으로 닥칠 주요 도전은 무엇이라고 보나.

▶많은 MBA 프로그램이 너무 학문적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수업시간에 실습 훈련이 충분히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대가 실습을 중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지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자격이 있는 우수한 교수진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장차 훌륭한 교수나 연구자가 되어야 할 많은 우수한 젊은 학생들이 대신 산업계에 직장을 잡고 있다. 우수한 교수들이 없으면 결코 우수한 리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MBA 스쿨 졸업생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MBA 가치에 대한 비판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MBA 학생을 찾으려는 수요와 경영대학원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다. MBA 졸업생에 대한 수요는 경제 변화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수요는 늘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업전선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 그리고 통찰력을 제공해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 제이 라이트 학장은

= 제이 라이트 학장은 지난해부터 하버드경영대학 학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하버드경영대에서 금융 투자경영 등을 잘 가르치는 교수로도 유명하지만 학교를 이끌어 가는 경영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교수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하버드경영대가 추진한 6억달러(약 5580억원) 기금 모금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 학교 핵심 프로그램을 개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MBA 프로그램에서 팀을 기반으로 한 학습 계획과 최고경영자 과정에 리더십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교과과정 개혁작업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 63년 코넬대학을 졸업한 그는 73년 하버드대학에서 의사결정이론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포드재단에서 투자금융정책 이사로도 활동했던 그는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기획 개발 업무에 참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