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생존을 원하지만 현대기업들의 평균수명은 50년 미만으로 현재 잘 나가는 기업 조차 당장 몇 년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기업들에게 위기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고 끊임없이 환경변화와 위기에 잘 대처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갖게 되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이 강조되면서 환경, 인권, 노동, 경제 전반의 분야에서 사회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이 받는 불이익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발생가능한 다양한 위기상황을 더 신속히 인지하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자원고갈과 같은 환경적 변화, 이해관계자의 변화 및 확장, 영향력 확대에 따른 사회적 요구 등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이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가 되었다.
위기관리와 CSR은 언뜻보기에는 상관관계가 적어보일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CSR이라는 용어를 기업경영적 측면보다는 자선과 봉사라는 ’사회공헌활동’ 관점에서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질적 의미에서 CSR과 위기관리는 관련성이 매우 깊다. 외부환경에 의한 예상치 못한 경제적 위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위기들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지 못하고 있는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업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잠재적인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CSR활동을 통해 어떠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까? 기업활동이나 목표에 따라 다르겠지만, CSR은 다음과 같은 위기관리 기능을 하고 있다.
실행 프로세스의 리스크 관리
기업들의 생산, 공급 프로세스 단계별 다양한 위기요소들이 증대되고 있다. 특히 공급프로세스에서 협력사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기업이 피해를 본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협력사가 제품생산 과정에서 아동노동, 환경문제 등을 일으켰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잘 몰랐다거나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변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이 이것은 다양한 협력업체를 보유한 유통, 전자기업들에게 중요한 이슈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CSR의 상생경영 측면에서 협력사들의 사회책임 현황을 관리하기 위해 이들을 선정하거나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환경관리 시스템 도입, Compliance 준수를 위한 예방책 개발 등을 통해 실행 프로세스에서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지멘스사의 경우 공급업체 선발 시 사회적, 윤리적 책임, 환경, 건강, 공급사슬에서의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기준에 포함하고 있으며 월마트는 중국협력업체 납품쌀이 유전자변형 쌀로알려지면서 그린피스에게 고소당하고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기도 한 과거 위기상황을 거울로 삼아 ‘지속가능지수’를 도입하여 공급업체를 평가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프로세스상 관련된 법적 규정이나 ISO26000 등 국제표준에 따른 내부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하여 관리한다면 이에 대한 리스크는 관리되어질 수 있다.
제품 리스크 관리
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수요에 대해 예측하고 향후 지속적 공급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갈위기에 있는 원료를 이용해 제품을 개발했다면, 향후 원료가격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오를 것이며 대체 원료가 개발되지 않는 한 어느 시점에는 더 이상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자원고갈의 주범으로 낙인찍혀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부정적 이미지까지 더해질 수도 있다. 또한 제품을 수출할 지역들을 고려하여 그 지역, 국가가 갖고 있는 환경기준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과거 소니가 게임기 카드뮴 함량 초과로 EU수출 중에 전량 통관금지 된 사례 등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속적 생산 또는 안전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원료를 배제하고, 에너지효율성을 고려하는 등 환경, 사회적 요소를 고려한 제품개발을 통한 사회책임 이행은 제품관련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뢰성 리스크 관리
어느 때보다 기업의 도덕성, 투명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엔론, 올림푸스, 월드컴 등의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기업의 부도덕성, CEO 비리 등의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어,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며, 고객의 충성도와 직원들의 사기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업상황에 맞는 윤리경영활동을 통해 윤리적으로 발생가능한 요소들을 사전에 분석하여 예방하고 차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와 관련된 위기상황 발생 시 문제의식과 조치방안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많은 기업에서 발간하는 사회책임보고서 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보는 관점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전까지 우리는 사회책임을 잘 이행한다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경영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사후적 효과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오히려 실효성이 높은 것은 사회책임을 통해 위기를 사전에 관리하는 선제적 효과이다. 기업들이 따라서 CSR을 기업의 방어적 도구가 아닌 위기관리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다면 리스크 감소는 물론 새로운 환경적, 사회적 변화에 걸맞은 우리기업의 사업모델, 제품 및 서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도 함께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