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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권리헌장’의 선언을 제안하면서

양곡(陽谷) 2011. 12. 26. 11:55

'기부자권리헌장’의 선언을 제안하면서
 
이제홍 재단법인 한국가이드스타 대표
 
 
미국에서는 20여년전 기부금모금전문가(Fundraiser),기부금운용법인 및 기부금모금법인(이하 자선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부자권리헌장(A Donor Bill of Right)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부자가 자선단체에 대하여 어떠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가를 명확히 밝힌 것입니다. 따라서 기부자권리헌장은 자선단체를 비롯한 기부금모금전문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강령이면서 동시에 기부자의 권리인 것입니다.
 
자선단체의 기부자권리헌장 준수는 기부자와 자선단체 간 신뢰감을 형성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권리헌장을 준수할 때 자선단체는 기부자의 기대(expectation)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며, 기부자는 그 단체에 대한 신뢰감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와 같은 자선단체와 기부금모금전문가들이 권리헌장에 명시된 기부자 권리를 준수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공표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기부자권리헌장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I. 기부자는 기관의 사명,기부자원의 사용방법, 목적달성을 위한 기부자원의 효과적 사용과 이와 관련된 기관의 역량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II. 기부자는 이사회에 누가 참가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 권리와 이사회가 사회적 책무에 입각하여 신중한 판단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III. 기부자는 최근 발행한 재무보고서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IV. 기부자는 자신의 기부금이 자선을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다. 등이 있습니다.
 
 
기부자권리헌장이 제정되면 위와 같이 기부자는 자선재단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단체의 재무정보도 취합할 수 있으며,자기가 기부한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 지를 쉽게 알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자선재단들은 기부금모집 또는 기부의 권유에는 미디어 등을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자기의 뜻에 따라 자선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나 방법이 없습니다. 기부금이 잘 사용되고 있는가의 여부는 오직 자선단체의 기부금 사용에 대한 내부윤리규정에만 의존할 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2010년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공시자료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우려할 사항들이 보입니다.
 
첫째 자산이 100억원 이상인 단체의 경우 관련세법에 따라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공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몇 자선단체는 벌칙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습니다.
 
둘째 어떤 자선단체들은 자선목적에 사용한 금액 보다 관리자의 임금 등 행정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고 있습니다.
 
셋째 일부 자선단체는 기부금을 빠른 기간 내에 자선 목적에 사용하지 않고 거액의 금액을 법인의 잉여자금형태로 축적 보유하기도 합니다. 이들 사례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사회봉사에 참여한 기부자들의 기대를 자선단체가 저버린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최대 자선단체인 전국신장재단(NKF)의 불투명한 사업운영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재단 이사장에게 과도하게 지급된 급여가 발단이 되어 외부회계법인(KPMG)이 감사한 결과 총 모금액의 약 10%만이 환자를 돕는 사업비로 사용되고 나머지의 대부분(약 1200억원)은 잉여금으로 축적하여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2)
 
 
이제 우리나라 자선단체들도 빠른 시일 내에 기부자권리헌장을 제정 선포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기부자가 기부함으로써 느끼는 고귀한 가치가 존중되고, 이를 통해 기부동기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만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올 연말연시는 그 어느 때 보다 기부자권리헌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주석
1)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모금전문가(Fundraiser)라는 직업군이 활성화되지 않았으므로 본 칼럼에서 펀드레이저라 함은 자선 등을 목적으로 하며 민법 제32조에 따라 기금을 조성∙운영하는 단체를 지칭한다.
2)신장섭 교수, 싱가포르 국립대학 경영학과,‘자선사업 투명성 높이자’ 2005.12.30 중앙일보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