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복지론

-우리시대가 원하는 기업의 '진짜' 사회적 책임

양곡(陽谷) 2011. 10. 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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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가 원하는 기업의 '진짜' 사회적 책임
 2011-10-13 |   조회:90 

그동안 비즈니스 분야에서 화두가 되었던 용어들을 살펴보면, ‘혁신’, ‘창의성’, ‘소통’,

‘선택’ 등 대부분 기업의 한정된 자원 안에서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관심이었다. 그러나 이들과는 아주 다른 길을 걷고 있는듯 보이는 새로운 관심분야가

등장했다. 바로 사회복지적 관심에서 출발하여 경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ISO26000, 지구온난화 문제,

동반성장, 재벌총수들의 기부까지 근래의 다양한 이슈들로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CSR을 바라보는 우리의 현재적 관점과 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최근에 더욱 부각되긴 했지만 사실 기업의 시작에서부터 늘 있어온 개념이었다. 기업들은 본연의 목적인 수익 창출에 노력하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으로써, 기업시민의 일원으로써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이 고민의 핵심은 CSR이 시대적 가치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사회 안전장치가 부족했던 시기에는 정부의 복지사업을 지원했었고 최근에는 청년실업 해소나 중소기업 문제, 사회적 기업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CSR, 그 자체가 아니라 시대의 요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CSR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CSR이란 기업이 경제적, 법적 책임 외에도 폭넓게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수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의 사회적 책임(GSR),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병원의 사회적 책임(HSR) 등 사회책임의 대상이 다각화되면서 CSR에서 SR로 기본용어가 변하기도 했다. 이 중 CSR은 광의로는 채용, 매출 증대, 투자 등 기업경영의 다양한 분야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나, 협의로는 사회공헌(지역사회공헌), 환경경영, 윤리경영, 상생경영을 포함한 사회책임 경영활동을 의미한다.

 

사회공헌 한국사회에서 CSR 하면 대부분 사회공헌을 떠올릴 것이다. 일반인들의 인식이야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스스로도 그렇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로, 연말에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는 각종 상이나 지수, 인증 등을 획득한 기업들의 언론보도 대부분이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중심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정도로 기업들이게 사회공헌은 중요한 이슈이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한국기업들의 사회공헌 수준은 분명 남다르다. 전경련에 따르면 2009년 매출액 상위 500대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2008년에 비해 22.8% 증가한 2 6517억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매출액 대비로는 미국기업의 2.3, 일본기업의 2.6배 수준이다. 이러한 규모상 우위 뿐 아니라 기업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사업을 개발하고 노력봉사와 함께 전문성을 활용한 재능봉사를 활성화시키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경영 환경경영은 특히 제품 생산 기업들에게 중요한 이슈였다. ROHS(유해물질 제한지침), REACH(신화학물질관리제도) 등 산업 전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 사용금지 및 화학물질 등록 의무화 제도가 강화되면서 수출이나 판매 등에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규제에 대응하던 차원이었으나 최근에는 생산 및 서비스 전과정에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임직원과 고객을 통한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리경영 윤리경영의 개념은 경영활동의 규범적 기준을 사회의 윤리적 가치체계에 두는 경영방식으로 사회책임 경영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다 최근 사회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이란 용어가 더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기업들은 기존 윤리경영체계를 사회책임경영체계, 혹은 지속가능경영체계로 명칭을 변경하고 윤리경영의 의미를 반부패, 지배구조 등의 윤리문제로 축소하여 체계화하고 있다.

 

상생경영 대기업 중심의 경영환경에서 중소기업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많은 대기업들이 나름의 원칙과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악화로 중소기업 경영여건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상생경영 이슈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정부주도로 정책과 지수, 평가 등을 통한 독려가 확대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불공정 관행개선과 상생문화 구축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CSR의 변화

CSR은 기업이 사회에 대해 갖는 자발적인 의무이자 책임 문제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기업의 생산, 판매, 수출, 계약, 인재확보, 투자유치 등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이자 경영전략의 하나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CSR을 경영철학이나 기업의 최종 목표처럼 과대해석하고 있다. 현재 CSR은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대한 영향력을 잘 관리하여 수익을 극대화시켜 사업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는 CSR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 비즈니스의 의무를 준수하고, 성과창출을 위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 지원에서 이니셔티브 주도로 변화 지금까지 기업들이 지역사회 빈곤계층을 지원하고 환경유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면 이제는 이러한 차원을 한 단계 넘어설 필요가 있다. 지원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데 기업들이 갖고 있는 열정과 에너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의 사회책임 노력은 아예 온실가스 문제 해결, 대량살상 무기생산 금지, 아동노동력 착취 금지 등 주요 사회 이슈에 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주도하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투자금을 관리하는 금융사들의 경우에는 의료, 환경, 금융 등 다양한 사회책임 이니셔티브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둘째, 자율적 책임에서 의무로 변화 CSR은 용어의 설명처럼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책임'에 관한 이슈였다. 그러나 책임만으로는 기업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각종 국제적 협의가 진행되었고 ISO26000, GRI, 글로벌컴팩트(Global Compact), UN PRI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각종 국제표준들이 등장하였다. 강제규정이 없긴 하지만 많은 기업, 국가 등이 이러한 표준 등을 채택하면서 CSR이 수출, 판매, 계약 등에 규제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직접적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가 증대되면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 재무성과 뿐 아니라 사회책임 성과를 증명할 필요가 생겼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기업들은 CSR을 자율적 책임이 아닌 의무로 인식하고 있다.

 

셋째, 선의에서 비즈니스로 변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공헌 분야에서 기업들의 관심은 나눔 그 자체만에 있었다.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위해 돈, 제품, 임직원의 노동력이나 전문지식 같은 재화를 나눈다. 그런데 CSR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동시에 예산도 증가했다. 게다가 이 예산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으로 어려웠던 2009년에 조차 증가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많고, 상대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운 막대한 예산항목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복지지원이 증가하면서 과거에 비해 지원할 곳은 줄어들었고 경쟁이 발생했다. 기존에는 사회적 필요와 대의만 충분하다면 유사한 사업일지라도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최근에 기업들은 가급적 타기업과 중복되지 않은, 우리기업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사업에 참여하길 희망한다. 이렇게 사회공헌 예산의 증가에 비해 지원할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악화로 비즈니스 투자의 불확실성은 증가되었다. 기업들은 예전처럼 신규사업과 기술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기 어려워졌고 투자의 성공률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몇몇 선도적 기업들은 어차피 사회를 위해 사용할 이 예산을 ‘투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신규사업’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사회를 향한 이 공익적 투자는 실패해도 사회적 효과라는 기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성공한다면 수익창출이라는 보너스까지 있는 사업이라고 판단되어졌다. 그래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BOP(Bottom of Pyramid) 시장에서 사회공헌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인구의 86퍼센트가 살고 있으며 1인당 GNP 1달러에 못미치는 개도국에서 기업들은 그동안 집을 지어주고 장학금을 주거나, 우물을 파주는 일들을 해왔다. 또한 그동안 사회공헌 사업 대부분의 수혜층이었던 저소득층, 즉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21%로 인도 및 브라질 인구의 3분의 1이 해당되며 국내에도 38만명이 존재한다. BOP 시장에서 중요해진 산업으로는 소매업, 의료업, 금융서비스, 농업, 에너지산업 등이 있는데 기업들은 기존 사회책임적 관점으로만 보던 것들을 투자의 관점으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마크스폰 대표컨설턴트 한정원

                                                                                                <출처:SK사보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