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복지론

[스크랩] “성폭력에 무방비, 숨겨진 女노숙인 많다”

양곡(陽谷) 2007. 12. 14. 17:28
정신질환을 가진 30대 여성 노숙인이 영아를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여성 노숙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성 노숙인의 경우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갖게 되는 경우가 알려진 것보다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여성노숙인 쉼터인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은 1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 프로그램에서 “거리에서 성폭행 위험이나 임신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 왔는데도 해결을 위한 적극적 대책이 부족”했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진미 소장이 여성 노숙인을 대상으로 쉼터에 오기 전의 경로를 확인해보니 “철야예배하는 장소에서 며칠 있다가 왔다"거나 "병원 로비에서 있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국 여성 노숙인의 경우 ”쉼터에 들어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숨겨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김진미 소장은 이런 여성 노숙인의 가장 큰 문제로 성폭력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란 점을 꼽았다. 김소장은 여성 노숙인들이 “술 마신 사람들이나 남성 노숙인들에게 끌려가 일을 당하거나 추위나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남성 노숙인을 따라가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등을 괴롭고 힘든 경험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도와줄 가족이 없는 정신장애, 경제적 빈곤이 주요한 요인인 여성노숙인 문제에 대해 김진미 소장은 “여성 노숙인이 없어서 눈에 안 띄는 게 아니고, 그분들이 의탁할 만한 서비스가 적어서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관심과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노컷뉴스 2006-04-14 08:51:54]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


- 우선 열린여성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여성 노숙자과 아동을 동반한 엄마들이 생활하는 여성 쉼터다. 30명 정도가 함께 생활한다. 가정폭력 피해가 있는 분도 있고, 정신장애나 갈 곳 없는 분들도 있다.

- 최근 여성 노숙인이 태아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그런 상황에 처하도록 사회적 관심과 비책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책임감도 느낀다.

- 어떤 점이 제일 문제였을까?

그동안 거리에서 성폭행이나 임신의 위험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 되어왔지만 해결을 위한 적극적 대책이 부족했다. 결과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연에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

- 이번 사건의 당사자 여성은 정신 장애가 있다고 하는데. 여성 노숙인 중 그런 사례가 많나?

여성이 거리에서 노숙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여성은 물리적으로 훨씬 약하기 때문에 아주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거리로 나오는 건 가능한 피한다. 그래서 숨겨진 여성 노숙인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거리에서 노숙한다는 건 노숙인을 위한 서비스망으로 접근하기 힘든 조건이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서 정신장애가 있다는 게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정신장애 여성 노숙인을 보호하는 쉼터가 거의 없다. 대체로 노숙인 쉼터가 자립이나 자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신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한 전문인력이나 특화된 대책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쉼터로서도 정신장애 노숙인을 보호하기 힘든 면이 있고, 정신장애를 가진 분 입장에서도 쉼터의 생활 규칙에 부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거리로 다시 방치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 정신장애 여성 노숙인이 머물수 있는 곳은 몇 군데인가?

서울에 여성 노숙인이나 아동을 동반한 여성이 머물 수 있는 곳은 9군데 정도 된다. 그중 정신장애가 있는 분들을 받는 곳은 우리 쉼터가 유일하다.

- '숨겨진 여성 노숙인'이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노숙 상황이 너무 힘드니까 준 노숙 상태에 있는 분들이 있다. 쉼터에 오신 분들에게 "쉼터에 오기 전에 어떤 경로를 거쳤느냐"고 물으면 "철야예배하는 장소에서 며칠 있다가 왔다"거나 "병원 로비에서 있었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또한 본인 외에도 "갈 곳이 없어서 철야예배 장소에 있는 분들이 꽤 된다"고 얘기할 정도로 거리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노숙 상황과 다르지 않은 분들이 꽤 많다. 그런 분들은 거의 집계가 안 된다.

- 여성 노숙인에게 성폭행과 임신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사실 성폭행을 당하고 쉼터에 오더라도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밀한 얘기이기 때문에 처음엔 대부분 감춘다. 그러다가 서로 익숙해지고 실무자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거리에서 생활할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얘기한다. 제일 큰 어려움이 술 마신 사람들이나 남성 노숙인들이 귀찮게 한다거나 때로는 원치 않게 끌려가서 그런 일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위나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일부러 남성 노숙인을 따라가서 밤을 지새는 경우도 있다. 여러 명으로부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한 명의 노숙인을 따라가서 밤을 지새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꼭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그런 일을 당해서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도 노숙을 하는 경우가 있나?

그런 사례도 있지만, 거리에서 아동을 동반한 엄마가 길게 노숙을 하진 않는다. 경찰이나 정부 차원에서의 기초적인 보호가 있기 때문에 거리에서 길게 노숙하진 않지만, 일주일 가량 거리 노숙을 하다가 우리 쉼터로 온 경우도 있다. 그리고 거리 노숙이 아니더라도 기도원이나 교회 등 이곳저곳에서 지내면서 굉장히 불안정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갈 곳이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이곳에 오는 분들은 굉장히 많다.

- 아동 노숙인은 평균 몇 살 정도 되나?

우리 시설에서 제일 어린 아동은 4개월이고, 가장 고학년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어린아이를 업고 우리 쉼터로 들어온 분도 있고, 초등학생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못한 채 거리에서 떠돌며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 노숙하는 아동이 학교를 못 가는 건 주거지가 불안정하기 때문인가?

그렇다.

- 그런 경우 구호해줄 방법은 없나?

쉼터에서 회복이나 자립 대책을 세우고 협의하면서 실무자들이 전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든지 정상적 교육을 받도록 노력하긴 하는데. 노숙인 시설에 오는 건 가정폭력 쉼터에 들어가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다. 가정폭력 시설은 아버지의 동의 없이도 주소를 옮기지 않고 전학하는 방식의 지원이 가능한데, 노숙인 쪽은 행정상의 지원이 불투명해서 쉼터 실무자의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학교를 찾아가서 교장 선생님께 잘 설명하는 식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사실 행정상으로나 제도적으로는 그런 지원이 되고 있진 않다. 노숙인 지원에 대해서는 응급보호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쉼터의 종류에 따라 지원이 달라지는 것인가?

그렇다. 지원을 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

- 여성이 노숙하는 가장 큰 원인은 뭔가?

여성 노숙의 가장 큰 원인 세 가지는 가정폭력, 도와줄 가족이 없는 정신장애, 경제적 빈곤인데, 여기서 경제적 이유가 겹치지 않은 경우는 없다. 가정폭력이나 정신장애가 있더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굳이 거리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주거도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빈곤함이 겹치기 때문에 거리 노숙을 하는 것이다.

여성 노숙인은 없어서 눈에 안 띄는 게 아니다. 그분들이 의탁할 만한 서비스가 적어서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출처 : “성폭력에 무방비, 숨겨진 女노숙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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