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이 진 숙/ 서 준 마

양곡(陽谷) 2026. 2. 8. 09:45

이 진 숙

                 서 준 마

우리가  
죽기로 각오하고  
싸운다면  

한낱 배고픔이야  
무슨 죄가 되겠는가  
위장이 비어 있는 것이  
영혼이 비어 있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인가

아니다  
나는 굶주린 배보다  
비굴해진 정신이  
더 역겹다  

나는  
지금  
대구의 거리에서  
배고픔보다 더 심한  
무언가를 본다  

말을 잃은 사람들  
눈을 잃은 도시  
분노를  
침묵으로 갈아 마시는 시민들  

사람들은 말한다  
“먹고 살아야지”  
“조용히 지내야지”  
“괜히 나섰다 다친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언제부터  
밥을 위해  
존엄을 팔았는가  

언제부터  
편안함을 위해  
자존심을 저당 잡혔는가  

대구는  
배고픈 도시가 아니다  
대구는  
부끄러운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  

그 부끄러움을  
나는  
이진숙이라는 이름에서  
떼어내고 싶다  

#이진숙

그 이름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그 이름이  
권력에 길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름이  
강자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약자에게  
무릎을 꿇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대구는  
오래도록  
권력의 식탁 아래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이 정도면 됐다”  
“이만하면 고맙다”  

그 비굴한 문장들이  
이 도시를  
점점 작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진숙은  
그 식탁을  
뒤엎으려 한다  

부스러기를 거부하고  
접시를 요구하는 사람  
고개를 숙이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뜨는 사람  

그래서  
미움을 받는다  

이 도시에서  
똑바로 선 사람은  
언제나  
위험하다  

나는  
이진숙이  
위험하기 때문에  
사랑한다  

그는  
안전한 거짓보다  
위험한 진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죽기로 각오하고 싸운다면  
배고픔은  
잠시일 뿐이다  

그러나  
비굴함은  
세대를 넘어  
유전된다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면  
아들도 고개를 숙이고  
손자가  
다시는 일어서지 못한다  

나는  
그 끊어진 허리를  
이진숙이  
다시 펴고 있다고 믿는다  

대구의  
마지막 자존심은  
건물이 아니다  
예산도 아니다  
행정도 아니다  

사람이다  

권력 앞에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  

돈 앞에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  

표 앞에서  
“그래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도시를 지킨다  

배고픈 군중보다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사람이  
역사를 바꾼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밥을 선택할 것인가  
존엄을 선택할 것인가  

조용히 썩을 것인가  
시끄럽게 살 것인가  

나는  
시끄럽게 굶고 싶다  

차라리  
외치다 쓰러지고 싶다  

아무 말도 못 한 채  
배만 채우며  
늙어가고 싶지 않다  

이진숙은  
완벽한 구원자가 아니다  

그러나  
완전히 굴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이 도시에  
그 정도의 사람조차  
드물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이진숙은  
대구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우리가  
그 자존심마저  
버린다면  

그 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배고픔도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사람이 아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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