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가슴에 지는 낙화소리*/ 김일호 제공

양곡(陽谷) 2024. 4. 21. 11:34

*가슴에 지는 낙화소리*

신석정(1907~1974)

백목련 햇볃에 묻혀
눈이 부셔 못보겠다
희다 지친 목련꽃에
비낀 4월 하늘이 더 푸르다
이맘때면 친굴 불러
잔을 기울이던 꽃철인데
문병왔다 돌아가는 친구
뒷모습을 볼 때 마다
가슴에 무더기로 떨어지는
백목련 낙화소리...

*신석정 시인을 찾아가는 길*

먼동을 가리운
잿빛하늘이 비를 내린다

미끄러져 달려가는 빗길
허리춤에 운무를 두른
산천초목 줄지어 따라왔다

지저귀든 새들도
하얗게 피어 마중하던
목련꽃 떨어진 길숲에
철지난 유채꽃만
멋적게 하늘거렸다

빗물에 젖어 늘어진
낯두꺼운 잎사귀에 매달린
붉은 동백 남은 한 송이
보물처럼 빛났다

기억을 품은 가슴은
하늘처럼 넓고
생각은 산숲처럼 웃자라도

산다는 것은
그리 길지도 않은 것
바람이 머문다 해도
눈물에 젖은
푸른 초목의 이파리 처럼
언제까지라도
살아보자는 거지...

(세종시인협회 춘계문학 기행에서
202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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