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등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 정기수 옮김, 민음사」을 5권/박규은 친구

양곡(陽谷) 2024. 3. 25. 20:25

초등학교 2학년 때 <장 발장>이라는 제목의 200여 페이지짜리 책으로, 6학년 때에는 <아아 무정>이라는 제목의 40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각각 읽었었고, 만화책으로도 서너 가지 버전으로 읽었으며, 몇 년 전에는 뮤지컬 영화로도 봤던,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의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 정기수 옮김, 민음사」을 5권짜리  완역본으로 처음 읽었습니다.

<장 발장>을 처음 접했던 무렵에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 1802~1870)의 <삼총사>와 <암굴왕(몽테 크리스토 백작)>도 어린이용 버전으로 읽었는데, 당시에는 세 작품 중에서 <장 발장>이 가장 재미가 덜했던 걸로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완역본이 안겨주는 무게감과 감동은 어린이용 축역본과는 완전히 다르군요. 사랑과 희생, 양심, 미덕, 속죄, 종교, 혁명, 형사사법, 빈곤, 민중, 진보, 사회복지, 과학, 역사를 아우르는, 역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중소설의 탈을 쓴 대(大) 서사시'였습니다.  

아직까지 살아 남아서 이 소설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어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하여 감사의 감정 비슷한 것마저 솟아나려고 했는데, 제가 만약 80세를 넘겨서도 죽지 않고 살아 남게 된다면 꼭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초딩 때 재미있게 읽었던 <삼총사>와 <몽테 크리스토 백작>도 마침 생각난 김에, 하지만 그보다는 전에 읽어볼까 하구요.

- 감행하는 것. 진보는 그 대가로 이루어진다.
  모든 고귀한 정복들은 많든 적든 대담성의 대가다. 혁명이 있기 위해서는 몽테스키외가 그것을 예감하고, 디드로가 그것을 권장하고, 보마르셰가 그것을 예고하고, 콩도르세가 그것을 계획하고, 아루에(볼테르)가 그것을 준비하고, 루소가 그것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당통이 그것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4권 40쪽)

- 훌륭하고 무서운 시련, 약자들은 거기서 비루해져서 나오고 강자들은 거기서 숭고해져서 나온다. 운명이 파렴치한이나 반신(半神)을 갖고 싶을 때마다 사람들을 던져 넣는 도가니.
  왜냐하면 작은 투쟁들 속에서 많은 위대한 행위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궁핍과 치욕 들의 피할 수 없는 침입에 대하여 어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저항하는 남 모를 끈덕진 용맹들이 있다. 아무 눈도 보지 않고, 아무 명성도 얻지 않고, 아무 갈채도 받지 않는 고결하고 은밀한 승리들. 실생활, 불행, 고립, 고독, 빈곤은 그들의 영웅을 가지고 있는 싸움터들인데, 이 영웅들은 때로는 고명한 영웅들보다 더 위대한 무명의 영웅들이다. (4권 189쪽)

- ... 이 사상가들은 사랑하기를 잊고 있다. 황도대(黃道帶)는 그들이 우는 아이를 보지 않게 할 정도로 그들에 대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 신은 그들에게 영혼을 가린다. 그들은 왜소하고도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다. 호라티우스가 그중 하나였고, 괴테가 그중의 하나였고, 라퐁텐도 아마 그러했으리라. 무한의 굉장한 이기주의자들, 고통의 태연한 구경꾼들, 날씨가 좋으면 그들에게 네로는 보이지 않는다. 햇볕은 그들에게 화형대를 감추고, 단두대에서 목을 자르는 것을 보면서도 그들은 거기에서 햇빛의 효과를 찾을 것이다. 고함 소리도, 흐느끼는 소리도, 빈사자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도, 경종 소리도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고, 5월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모든 것이 좋고, 주홍빛과 황금빛 구름이 그들의 머리 위에 있는 한, 자기들은 만족한다고 선언하고, 별들의 반짝임과 새들의 노래가 없어질 때까지는 행복하기로 그들은 결심하고 있다. (5권 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