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게으른 개구리] /신평

양곡(陽谷) 2024. 2. 26. 07:25

[게으른 개구리]

/신평

어느 따스한 봄
밭일하다 호미에 걸려
흙을 덮어쓴 채 나온
개구리 한 마리
우수, 경칩이 다 지났건만
여전히 졸음에 겨운 눈 간신히 뜨고
세상을 바라보니
적막이 주위에 펼쳐지고
연한 햇볕 부드럽게 쏟아지네
갈 곳 정하지 못한 채
오직 나만 바라보는 그의 옆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이 작고 여린 몸
제발 무사하길 빈다
그와 나 사이에
인연의 자물쇠
찰칵 채워지고
봄의 한낮이 만들어 내는
고요의 강물 안에서
둘은 함께 헤엄친다
.

덧: 누가 뭐래도 오는 봄은 꼭 오지요. 물확이 봄비를 안고 미소를 짓습니다. 개구리도 3월 5일이 경칩이니 이 무렵 겨울잠을 깨고 밖으로 나오지요. 그런데 심지어 4월 중순까지도 밭일 중에 호미로 흙을 캐다 보면 잠자는 개구리를 억지로 꺼내게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무척 게으른 개구리이지요. 그래도 그놈과 나란히 함께 있으면 봄의 적막 속에서 세상이 퍽 따뜻하다는 기분을 가집니다.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날들!  (0) 2024.02.26
산역/ 정순영  (0) 2024.02.26
흘러가고 흘러가니 아름답다  (0) 2024.02.25
가곡 ( Hugo W. Kim 선택추천)  (0) 2024.02.24
두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 믿지 마라/ 이영애  (0)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