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달
/정현우
잠든 엄마의 입안은 폭설을 삼킨 밤하늘,
사람이 그 작은 단지에 담길 수 있다니
엄마는 길게 한번 울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을 소금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장 슬플 때의 맛을 알 수 있을 텐데
둥둥 뜬 반달 모양의 뭇국만
으깨 먹었다.
오늘은 간을 조절할 수 없는 일요일.
//난 지난 10년간 김치를 많이 담가봐서, 김치를 담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잘 안다. 요즘은 김치를 직접 담가먹는 이들이 적으니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김치는 절이는 과정부터 양념소를 만들어 넣고 익히는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과 겸험이 숙성되어야 맛있는 김치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평생이란 시간이 지나면 만드는 이의 혼이 그 작품에 담기게 된다. 이 시의 화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화자와 화자의 어머니는 김치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혼을 본다. 김치를 보니 이승에서 헤어지는 슬픔이 다시 상기된다. 그래서 시인은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김치를 꺼내지 못했다"라 노래한다. 시인은 김치 속으로 들어간 반달 모양의 무만 씹어 맛을 보며 슬픔이 짙게 배인 할머니의 영혼의 짠맛을 느낀다. – 이해우
'시와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나에게 /이해우 (0) | 2024.02.18 |
---|---|
물 한 잔 /이해우 (0) | 2024.02.16 |
음악/Erhan Shukri, Rasputin (0) | 2024.02.14 |
동백 등 /이영애 (0) | 2024.02.13 |
기다림의 이유 /이해우 (0) | 2024.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