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역(山役)을 마치고
/박기섭
그늘이 지나간다
비슬산의
하오 서너 시
하늘 가는 길이
희고 꾸불텅하다
산 넘는
구름 그리메,
한 생애가 지나간다
텅 빈 안 골짝이
쿨룩,
기침을 하는
하오 서너 시쯤의
이른 해거름을
개울에
흙삽을 씻는
사람의 소리 들린다
//산역(山役)은 장사를 지내려 무덤을 파고 관을 묻고 흙으로 덮는 일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이제 산역을 막 마쳤는데 그 시간이 오후 서너 시 쯤이다. 하늘에 구름이 지나가는 것으로 시인은 한 인생이 세상을 떠나 하늘로 가는 걸 은유하였다. '텅 빈 안 골짝이 콜록, 기침을 하는'란 남은 사람의 마음의 비유이다. 마음의 빈 자리를 '쿨룩' 하는 기침으로 정리를 한다. 그래도 작은 티끌들이 남았을 것이다. 그것을 시인은 '개울에 흙삽을 씻는 사람의 소리 들린다'란 은유로 이제 산 사람들은 죽은 이를 깨끗이 정리를 하였음을 말한다. 우리가 엮이고 헤어진 인생 과정이 다 이렇지 않을까 싶다. - 이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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