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경하다가 제목에 낚이는 바람에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강원택 저/21세기북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영국 보수당의 부침(浮沈)을 중심으로 하여 서술한 영국 정당정치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서 거의 제 정신 못 차리고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대토지 소유자인 거대지주와 귀족계급의 이익과 특권을 지키기 위하여 탄생한 보수당이, 그 후 산업혁명, 선거권 확대, 공산주의와 파시즘, 1ㆍ2차 세계대전, 대영제국의 몰락, 대중민주주의, 브렉시트의 와중에서도 살아남아 아직까지도 집권당으로서 행세를 하고 있는 과정이 압축적이면서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두께를 세 배쯤 늘려서 좀 더 상세하게 서술하였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보수당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여 그 후로도 오랫동안 보수당과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글래드스턴, 로이드 조지와 같은 슈퍼스타를 배출했던 자유당이 20세기에 접어들어 노동당의 등장과 더불어 몰락한 걸 고려하면, 보수당의 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저자는 그 원인을, 이념적 원칙이나 순수성 보다는 권력장악이라는 실용성을 강조하여 변화하는 현실과 시대의 요구에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한 것과 현재의 이익을 무리하게 지키려고 하기 보다는 영리하게 양보할 것은 양보할 줄 아는 그런 유연성에서 찾고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고루한 원칙과 교조적 이념에 집착하는 건 곧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식의 설명과 함께......
아울러, 지도자(수상 또는 당수)의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따라서도 많은 차이가 나더군요. 공부 잘하고, 박식하고, 디테일에 강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이런 것 다 갖추고 있다고 해서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더라는...... 정치적 상황에 따른 운(運)이란 것도 물론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것 같았구요.
영국은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입헌군주국으로서 대통령제 공화국인 우리와는 정체(政體)가 다릅니다만, 보수당이 정권을 잡았다가 몇 년 지나서 상실하고, 또 그 후 재집권하는 과정의 반복을 지켜 보면서,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를 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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