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관련된 정치와 시사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진실과 폐기에 대한 당위성 》

양곡(陽谷) 2023. 8. 2. 18:38

《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진실과 폐기에 대한 당위성 》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세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국민의 힘 100명여 명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 의원 31명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였고, 정의당에서는 이를 당론으로 채택하였다. 이에 동의한 국회의원들은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자들이라고 생각된다. 오물로 뒤덮힌 우리나라의 정치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논란이 되고 있는 불체포 특권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왜 폐기해야 하는지 필자가 확인한 몇 가지 사실을 페친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1. 불체포 특권에 대한 공분하는 이유는?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먼저 국민을 대표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행태가 정의롭지 못하고 특권만을 누리는 무리로 변질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이미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하였다가 막상 당 대표와 일부 의원들이 이를 방패막이로 악용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명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비리가 드러나자 국회의원이라는 미명 하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하여 방탄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 이어지고 혁신위의 요구가 이어지자 마지못해 ‘정당한 영장 청구에만 포기하겠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영장 청구가 정당한지를 자신들이 판단하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영장 청구의 필요성과 정당성은 이미 법관이 판단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이를 집행하는 법관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2. 헌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헌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정치 조직과 국민의 권리 및 의무를 규정한 최고법’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모든 곳에 적용이 된다. 전문(前文)과 본문 130개조, 부칙 6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 헌법을 바탕으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제헌 헌법이 제정되었으며, 이후로 아홉 차례 개정되었다.(마지막 개정 1987년)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중략)...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후략)...”로 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 어휘는 ‘대한국민’이다. 대한민국이 존재하기 전에 이미 ‘대한국민’이라는 주권자들이 있었고 그들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헌법 제1조는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헌법이 만능은 아닐 것이다. 1948년에 제정 공표된 헌법은 국민의 실질적 동의를 얻었다기보다는 광복 후 혼란의 상황에서 구성된 제헌국회에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합법성을 얻었을 뿐이다. 이 후 9차례의 개정 역시 권력자와 정치집단, 그리고 일부 법률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된 엘리트 개헌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헌법은 1987년 마지막 개정 당시 투표권이 없었던 1968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선거권 18세 기준) 이들은 현행 헌법에 동의한 바가 없다. 현재 경제활동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대, 30대, 40대 그리고 50대 초반까지의 유권자는 현행 헌법에 찬반 표시를 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3. 국회의원의 특권과 문제점
국회의원과 관련된 사항을 살펴보면, 2023년도 기준, 국회 예산 7,306억원, 국회정원 4,553명, 의원 1인당 보좌인력 9명, 국회의원 수당은 년간 1억 5,426만여 원(월 평균 1,285만여 원)이다. 월 150만원 가까운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사무실 운영비, 정책자료 발송료 등은 별도다. 해외 출장시에는 비즈니스석 항공권과 숙박비, 식비, 차량 임차료 등이 지원된다. 이외에도 숱하게 많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무려 186개에 달한다고 한다.

국회의원과 관련된 제도상의 문제점을 한번 살펴보자.
첫째, 범법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이다.(이는 나중에 서술하기로 한다)
둘째, 무노동 유임금 문제이다. 일하지 않고도 돈은 꼬박꼬박 받는다. 그래서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의원은 구속 중에도 수당을 지급받고 있고,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도 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셋째, 과도한 수당 지급과 함께 국회의원 자신들의 특혜를 자신들이 제정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지자체 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수당도 과다하다. 아마 국민 평균 임금 수준으로 설정하여 봉사직으로 정한다고 해도 나서는 훌륭한 분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넷째, 지자체장들은 주민소환제가 적용되지만 국회의원은 소환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한번 잘못 뽑아 놓으면 임기 중 도태시킬 방법도 없다. 그러니 선거기간만 지나면 자기 마음대로이다. 국정은 내팽개치고 오직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나 다름없다.

4. 불체포 특권 폐기의 당위성
국민이라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헌법 조항 중의 하나가 바로 ‘불체포 특권’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자. “헌법 제44조 ①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되어 있다. 그 문제점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군사독재 시절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대응하고 국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이제는 그 목적을 상실한지 오래되었고, 정반대로 개인의 비리를 비호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어 버렸다. 본래의 목적이 사라졌기에 이러한 악법은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공정성’에 대한 문제다. 헌법 제44조 조항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들이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범법행위를 은폐하고 정치적 선동을 해 왔던가? 죄를 지었는데 평민은 즉각 구속해도 되고 국회의원은 즉각 구속하면 안 되는 것인가? 도대체가 공정하지가 않다. 국회의원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다른 모든 국민들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하고,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공정한 것 아닌가?

셋째로 ‘국민 평등’이라는 기본원칙과도 어긋난다. 이 조항은 “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평등에 관한 조항과도 모순이 된다.

이러한 문제적 조항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제정·개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헌법에 대한 동의방식이 각개 조항에 대한 동의 여부가 아니라 모든 조항을 묶어 총괄적으로 찬반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각 개별 조항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었더라면 그 중 여러 조항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5.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최선의 방법은 선거를 통해 올바른 일꾼을 뽑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하는 잘못된 자들을 국민의 대표자로 뽑은 우리 국민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했다. 2024년 4월 10일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할 바른 일꾼을 뽑도록, 올바른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간의 조그마한 이익에 치우쳐 국가와 후손들의 미래를 망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해서는 안된다. ‘한번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둘째, 시대적 상황에 맞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폐지하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불체포 특권은 개헌하기 전에는 포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이 마지막에 하는 얘기는 불체포 특권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범법자가 아닌 이상 불체포 특권의 폐기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만약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나는 그 자신이 범죄를 지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런 자를 절대로 국회의원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셋째, 앞에서 언급한 국회의원의 무노동 유임금 문제, 과도한 수당 지급과 국회의원 자신들의 특혜를 자신들이 제정하는 문제, 국회의원 주민소환제 적용 등도 전문가들이 나서서 하나하나 개정해 나가야 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적극 공감대를 형성하고 뒷받침해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독일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는 헌법을 ‘국가의 신체이자 영혼’에 비유하며 곧 ‘국가 그 자체’라고 하였다. 고(故) 노회찬 의원은 나라 국(國)자가 들어간 국회의원 뺏지를 달지 않겠다며 한글로 바꾸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나라 국(國)’자 안에는 ‘미혹할 혹(惑)’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된 자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말이다.

추언: 이 글은 결코 참다운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회의원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힘찬 격려의 박수와 함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욱 정진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2023.7. 31. W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