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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트럼프시대 희생양 될 수 있다

양곡(陽谷) 2016. 12. 11. 17:52

한국, 트럼프시대 희생양 될 수 있다

 

 

동아 - 입력 2016-11-18 03:00:00 수정 2016-11-18 03:00:00


허문명 논설위원
 

 

 

15일 세종연구소와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가 주최한 ‘미국 신(新)행정부 대외정책’ 세미나에서 미 전직 외교 관료들을 만났다. 예상치 못했던 미 대선 결과와 한국의 리더십 위기로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미 대선과 한국의 국정 중단 사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기보다 ‘정치의 위기’라는 점에서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관계 변화 예고
 세미나를 관통한 키워드는 ‘불확실성’이었다. 정치 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내건 외교·안보 정책들이 현실화 단계에서는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안보 고문을 했던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백악관으로 출근한 첫날, 우리가 계획한 이상을 드디어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벅찬 기대에 부풀었지만 이내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퇴근길부터 머리가 무거웠다.

트럼프 역시 행정부 내 이견 조율, 복잡한 국제관계, 현행법과 관행, 의회 견제 등 극복해야 할 장애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저녁 만찬을 겸한 워크숍에는 한미 양국 외교전문가들과 전현직 주한 미국대사들도 참석했다.

마크 리퍼트 대사는 “정책(policy to policy)도 중요하지만 인적관계(people to people)가 중요하다.

탄탄한 인적 유대로 묶인 한미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변화는 있겠지만 잘될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듯한 모습에서 안도감도 들었으나 한미관계에 큰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음을 새삼 무겁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최대 화제 역시 ‘최순실 게이트’였다.

미 유력지 언론인은 “박근혜 최순실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추락으로 한국에서 발언권이 커져 온 커리어 우먼들의 자괴감, 불안감이 커지지 않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관심은 한국의 안보에 쏠렸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은 “미국 사람들이 만날 때마다 최순실이 누구냐고 자꾸 묻는데 뭐라 답해야 할지 난감하고 부끄럽다”며 “장기간의 국정 공백으로 외교·안보적 대응이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트럼프 캠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황이다. 신행정부의 대외정책 라인이 구축되는 향후 3∼6개월 안에 우리 입장을 적극 설명해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절대 안심할 수 없다 
 

 

 기자는 참석자들에게 “트럼프가 민감한 공약들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는데 안심해도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대부분이 “노(No)”였다.

트럼프가 변덕이 심하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성격에 사업 방식도 상대를 철저히 짓밟는 전략을 구사해왔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거였다.

한 전직 미국 관료의 말에 오싹해졌다.

 

“오바마의 의료복지 정책이나 불법 이민 같은 민감한 내부 문제들은 반발이 커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나 유럽 정책도

공약대로 하기 어렵다. 하지만 당선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공약을 지켰다는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만만한(?) 한국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방위비 증액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이고 주한미군 철수나 작전권 이양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거였다.
 한미관계에 격랑이 일고 있는데 정치권은 점점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다.

그들은 국민의 대변자일까 공공의 적일까.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