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실록의 들녘에 서서

양곡(陽谷) 2010. 6. 1. 10:51
    신록의 들녘에 서서 / 노랑우산 햇살 한줌 그리고, 바람 한 자락과 이끄는 대로 말없이 따라오는 그림자와 함께 반겨줄 이 오라는 사람이 없어도 연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들녘으로 행여나 하는 설레임으로 나섰습니다. 처음부터 비어있던 마음은 아닐 진데 코끝에 스미는 들풀의 향긋함에 헝클어진 회색빛 일상을 내려놓고 팔랑이는 노랑나비의 날개 짓에 일그러진 자화상도 내려놓았습니다. 먼 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순결한 백색천사 같은 아카시아꽃잎 사이로 들려오는 뻐꾹새의 울음소리마저도 상념이 아닌 한껏 부풀은 다정스러움으로 가슴에 젖어오네요. 푸른 하늘가에 새겨진 찬란한 신록의 파릇함을 온몸으로 얼싸안아 보지만 결국 알싸한 먹먹함 속으로 가벼워진 마음만 송두리째 빼앗겨 버립니다. 가진 것이 없어서 행복해 질수 있다는 것이 하늘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음이고 한평생 가야하는 인생길을 걷는 동안 버거워진 어깨의 짐을 바람결에 맡길 수 있음이라면 들녘 한 귀퉁이에 서있는 지금의 나는 살아있는 허수아비일지라도 무척이도 행복한 것이네요. 모든 것이 멈춰진 듯 시공에 갇혀버린 신록의 들녘은 따스함을 그릴때 마다 떠오르는 어머니의 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존재하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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