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지금은 AQ 시대----IQ, EQ

양곡(陽谷) 2009. 6. 11. 14:11
> 데일리 뉴스 > 스폰서십칼럼
“지금은 IQ·EQ 넘어 AQ 시대”
 2009-06-05 |   조회:21 

예술마케팅 전도사 자임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64)은 옅은 구름무늬의 하늘색 셔츠 위에 등산 조끼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그가 근래 들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송추아트밸리에서다. 송추아트밸리는 경기도 양평군 송추계곡 인근 330만㎡(100만평) 규모의 임야와 토지로 구성된 복합문화단지. 최성철·유둘·염시권·정국택 등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전시 공간, 직원들의 예술체험 공간과 공연장 등이 들어서 있다.

윤 회장은 국외 출장이 없는 이상 토요일에는 직원들과, 월요일에는 예술가들과 이곳에서 꼭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서울오픈아트페어(SOAF) 위원장을 이번에 맡았어요. 성공적으로 행사가 끝나 그동안 고생했던 갤러리 대표와 미술계 관계자분들을 모시려고 날을 정한 겁니다.”

윤 회장은 2005년부터 미술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미술 공부와 작품 수집을 병행해왔다. 급기야 올해 5월 성황리에 끝난 서울오픈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하나대투증권, 토마토저축은행 등과 함께 후원하고 있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실천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에 이어 최근에 열린 홍콩아트페어에서도 윤 회장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미술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윤 회장이 이처럼 예술에 깊이 발을 들여 놓는 이유는 뭘까.

“원래 과자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어떻게 하면 싸게 원자재를 들여올까’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까’ 등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인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어요. ‘두 회사가 함께 공유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결국 예술’이란 답이 나온 겁니다.”

실제로 연간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해태제과는 2005년 당시만 해도 크라운제과 인수에 반대해 파업 사태가 불거지면서 2418억원 매출에 그치기도 했다. 윤영달 회장이 조직 융화에 눈을 돌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인수 후 매주 화요일마다 직원들을 모아 놓고 ‘모닝아카데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예술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원칙은 있었다.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것. 이를 통해 창의력과 협동심, 애사심을 갖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송추아트밸리에는 ‘낙락도(樂樂道)’라는 이름의 산책로가 있는데 이곳에 임직원 400여명이 직접 참여해 조형물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해태 출신, 크라운 출신을 가리지 않고 부서별로 나눠 구획별로 정원과 쉼터를 조성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의 ‘예술경영’론은 계속 이어졌다.

“과자는 아이들에게 먹는 감동을 주는 꿈과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과자가 아토피, 성인병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서서히 외면받기 시작했어요. 그건 결국 우리 책임이란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꿈과 감동을 심어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결국 우리가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직원들을 설득했지요.”


표면적으로 ‘투입’과 ‘산출’로 대변되는 경제학적 이론과 배치되는 듯하다.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예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윤 회장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시각도 당연히 있을 법했다.

“대표상품 ‘오예스’를 예로 들어보지요. 우선 포장디자인을 예술적으로 바꿔봤어요. 시장에서는 금방 반응이 오더군요. 여기에 더해 포장지를 이어붙이면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박스를 만들었고요. 여기에 크라운해태 보유작가의 작품을 엽서로 넣어봤어요. 이렇게 했더니 식품 파동이 나기 전 한때는 초코파이를 누르는 등 기염을 토했어요. 멜라민 등 식품파동 사건이 진정국면에 달했을 때 예술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어요. 저희 제품을 많이 이용하는 소비자들을 뽑아 유럽 미술관 투어를 시켜주는 이벤트를 내걸었더니 판매량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이마트 등 대형할인점 과자 코너에서 볼 수 있는 박스아트 역시 크라운해태 작품. 참고로 박스아트는 제품 포장지나 박스 등 재활용품을 갖고 조형물을 만드는 기법으로 고성(古城)은 물론 새, 코뿔소 등 해당 매장에 어울리게 전시를 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과자 이상의 예술적 가치를 제공한다. 실제로 이는 매출로 연결됐다. 크라운제과는 2005년 3165억원 매출 이후 아토피, 멜라민 파동을 겪으며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3263억원으로 성장했다. 해태제과 역시 2005년 2418억원으로 고전했지만 2006년 5204억원, 2007년 5270억원, 지난해에는 5518억원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아트마케팅을 본격화한 2007년 이후 다른 업체들의 모방 전시도 뒤따르고 있지만 매장에 들어서면 단연 눈에 띄는 것이 크라운해태제과의 제품들이라는 게 윤 회장 설명이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 역시 송추아트밸리에서 이뤄진다. 5월 23일에는 윤 회장이 주재해 크라운해태제과 전국 지점 영업사원 중 경쟁회사를 이긴 이들 100여명을 불러 파티를 연 것이 비근한 예다.

“우리 사회는 그간 IQ·EQ를 많이 강조했지요. 이런 지수가 높은 사람은 지식을 전달하고 사물을 숫자로, 기업으로 보면 성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제는 AQ(예술가적 지수)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합니다. 예술가적 관심사가 없으면 버티기 힘든 기업환경이 될 겁니다.”

최근 윤 회장의 관심사는 뭘까.

“유둘 작가를 제외하면 입주 작가들 대부분은 조각 작품을 취급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우리 세대는 2차원 즉 단면을 보여주는 만화를 보며 컸어요. 그 속에서도 감동을 받았지요. 하지만 자라나는 세대는 달라요. LED TV가 본격 보급되면서 사물을 평면으로 인식하던 버릇이 이제는 입체로 인식하는 단계로 넘어서고 있거든요. 현재 미술시장은 아직 벽에 거는 회화 위주지만 앞으로는 조각의 시대가 올 것으로 봐요.”

조각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뭘까. 조각은 말 그대로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업도 다각도에서 접근하다 보면 신천지의 아이템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윤 회장 의중이다. 제품 개발 역시 조각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과자의 모양에 유명 조각작가의 작품을 원용한다면 맛과 함께 보는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아울러 7월에는 크라운해태 과자를 주제로 한 전시도 계획 중이다. 부산 해운대의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릴 이 전시는 100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해운대에 휴양 외에도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단순히 해수욕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과자와 예술을 인근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크라운해태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비단 크라운해태뿐 아니라 내년에는 서울오픈아트페어에 이런 정신을 지닌 기업들의 출품작들을 내놔 미술 저변화에도 앞장설 겁니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