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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500만 시대 - 노인이길 거부한다

양곡(陽谷) 2009. 2. 9. 18:30

노인 500만 시대 - 노인이길 거부한다 
★*… 서울 훈정동 종묘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8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탑골공원 성역화 작업으로 겨울인데도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이 하루 3000여명에 이르고 있다.서영희 기자
      
      작년 7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노인 성토(聲討)'로 뜨거웠다. 
      임신 6개월인 한 여성이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자, 
      한 노인이 '자리를 양보 안 한다'며 침을 뱉으며 욕을 했다는 
      글 때문이었다. 
      하루 만에 이 게시판에는 2300개가 넘는 댓글과 
      160개 토론 글이 달렸다. 
      "나이가 벼슬이냐" 
      "대낮부터 술 먹고 욕하는 노인들이 한심스럽다" 
      "어른 대접 받게 (행동)해야 공경하는 거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글이 뜨면 젊은층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공격적인 댓글을 단다"며 
      "신구(新舊) 세대 간 이해 부족으로 편견과 비방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예로, 
      서울지하철공사는 노약자석을 전 노선에 추가 설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1호선 구간 16대에 한해 시범실시를 시작한 지 열흘도 안 돼 
      젊은 네티즌들이 서명운동까지 하며 반대했다. 
      공사 측은 매년 6%씩 늘어나는 노인들을 수용하기에는 
      한 칸 12석의 노약자석이 부족하다고 판단, 
      26석으로 늘리려 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노인공경'이라는 상식에 호소했는데 노인에 대한 반감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노인 5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 등장한 '노인 세대'와 젊은층의 
      갈등과 조화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나이 먹었으니 대우 받아야겠다"는 노인들과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반박하는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충돌하는 
      양상이다. 
      산업화·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기존 가치관이 붕괴되면서 신구 세대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막히는 상황인 것이다. 
      인터넷을 하는 분들은, 
      "우리세대가 효도한 마지막 세대요. 또 효도 받지 못하는 
      첫번째 세대" 라고하는 글을 여러번 보았을 것이다. 
      집안에서나, 사회에서나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밀어내는데 
      밀리지 않기위해 호통만 칠 수 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류가 그렇게 흐르는 것을 어느 장사가 막을 수 있으랴. 
      그렇다고 매일 아침마다 점심값 타가지고 파고다공원이나 
      종묘에 나와 무료하게만은 보낼 수 없지 않은가. 
      앞으로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보면 
      내 자리 내 놓으라고 싸울 수도 없으니 노인 스스로가 건강해서 
      자리를 만들 수 밖에 없는 노릇인듯 하다. 

      
      통계청이 2006년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10~6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인을 공경한다'는 
      응답은 39%, '공경하지 않는다'는 약 52%에 달했다. 
      그러나 이제 막 노년층에 흡수된 60대의 경우, 
      자원봉사 등 사회참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30년이나 남은 인생을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으며 
      살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조사한 결과,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은 2004년 1만1064명에서 
      2007년 4만2624명으로 3년 동안 3.85배 늘었다. 
      서울 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홍태임 사회복지사는 
      "예전엔 공짜 밥 한 끼 아쉬워 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원봉사 등 자기 역할을 찾아 오는 노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퇴직 교사인 전달구(71)씨는, 
      "집에서 할 일 없이 죽을 날만 세고 있으면 어느 누가 와서 
      대접해주냐"며 "나를 기다리고 필요로 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는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FC서울 팀 '서포터'인 장종수(61) 씨는 3년 전부터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아들·손자 또래의 축구팬들과 
      '대~한민국'을 외치는 골수 축구 팬이다. 
      장씨는 
      "먹고 살기 바빴던 지금 노인들은 젊었을 때 자신만의 취향이나 
      취미를 가지지 못해 젊은 층과의 틈새가 더 컸다" 며 
      "앞으로 노인이 될 40~50대들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인들 사이에 불고 있는 'IT 붐'도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반영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60대 이상 노인들이 보내는 문자메시지 
      개수는 2005년 12월 2422만 건에서 지난해 12월 4248만 건으로 
      2년간 75.4% 증가했다. 
      1인당 보낸 문자메시지도 평균 66건에서 71건으로 증가했다. 
      2004년 0.98%에 불과했던 야후코리아의 65세 이상 회원 비율은 
      올해 들어 1.6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네이버,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NHN 관계자는 
      "최근 들어 노인들이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UCC를 올리는 등 
      인터넷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첨단을 걷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 하다. 
      노인복지센터와 노인대학에서도 최근 3~4년간 인터넷 강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경우, 50개 강의 중 컴퓨터 교육이 
      20%가 넘고 수강신청도 가장 빨리 마감된다. 
      구로 노인복지관의 경우, 선착순 40~50명 정도 모집에 
      새벽 5시 부터 200명 이상이 몰려와 스스로 번호표를 만들어 
      9시에 나오는 직원을 기다리기도 했다. 
      세상과 통하고자 하는 욕구는 '광장(廣場)' 진출로 
      표출되기도 한다. 
      지난 여름 촛불시위대와 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찬성" 
      "정연주 사장 퇴진"을 외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경우, 
      750명의 회원 평균연령이 75세에 이른다. 
      2006년 9월에 정식 발족한 어버이연합은 매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안보강연회와 토론회를 연다. 
      지난달 8일 부산에서는 노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인권리연대'라는 단체도 출범했다.
      '노인권리연대'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지금의 노인 세대가 험난했던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했다"며 "국가로부터 행복한 노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대 노인복지학과 윤찬중 교수는 
      "요즘 새롭게 노인이 되는 세대는 이전과 달리 사회참여에 
      적극적"이라며 
      "세대 간 갈등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야월삼경/안숙선.안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