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현행 사회복지공동모금제도를 복수의 공동모금제도 도입, 국가의 관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공동모금 관련 입법을 정부 여당이 제시하고 있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인재 (경기복지시민연대 대표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최근 국회에서 현행 사회복지공동모금제도를 복수의 공동모금제도 도입, 국가의 관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공동모금 관련 입법을 정부 여당이 제시하고 있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복수의 민간전문모금기관을 통해 국민의 기부 선택권을 보장하고 민간모금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복지부 산하에 차관이 위원장인 전문모금기관위원회를 설치하여 이들 기관에 대한 지정, 평가 및 지원 기능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문모금기관협회를 두어 이들 기관간의 모금액의 배분 및 조정, 모금의 전문지식 개발, 종사자 훈련 등을 행하도록 하는 등 전문모금기관의 지배구조와 운영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현재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체제는 1997년 국민성금을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공동모금’이라는 원래 의미의 시민주체의 모금운동을 펼치기 위하여 만든 조직형태라 할 수 있다. 10여년 만에 다시 과거로 회귀할려는 정부의 의도는 간단하다. 최근 복지부는 공동모금회의 3천억 원에 가까운 모금액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문제라고 규정하고, 공동모금회가 민간기관으로서 갖게 되는 의사결정상의 부분적 오류를 확대해석하여 자신들의 통제권 강화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정부와 협조적이지 않고, 독자적(?) 활동을 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되찾겠다는 것이고, 그 외 경쟁체제를 통해 모금 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를 내세우고 있다.
[사진] 지난 11월 21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 개정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
그럼에도 이 법안은 전제부터가 잘못 되어있다. 법안은 지금까지 민간모금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가 마치 경쟁체제가 도입되지 않아 기부에 대한 국민선택권이 확보되지 않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으나 이미 민간모금시장은 충분히 경쟁적이다. 복수의 전문모금기관의 선정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 전문모금기관의 승인과 평가 등 감독을 위해 복지부 산하에 전문모금기관위원회를 두고 5년마다 평가한다는 것은 정부가 민간모금기관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기관 운영의 독립성과 배분의 공정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하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위상과 특성에 관한 쟁점이 제기되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공적 기구인가 아니면 순수 민간기구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여당의 입장은 공공자금의 사용과 독점적 모금권한의 부여 등을 생각해 보면, 상당 정도 공공기관으로서의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의해 부여된 독자적 법적 지위를 갖춘 민간기관으로 간주하는 입장이 있다. 그리고 “공동모금제도”와 “공동모금 실천”은 구분되어야 하며,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운영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모금제도를 바꾸는 것은 제도와 운영을 구분하지 못한 잘못된 처방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떤 계기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출범했던 공동모금제도의 민간주도성은 대다수 선진국의 공동모금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동모금제도가 지향하는 것이 개인차원의 복지충족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편익을 늘리는 것이라면 당연히 ‘공공성’의 영역에 속하며, 그럴 경우 정부와의 적절한 관계설정은 피할 수 없는 특성이라 볼 수 있다.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민간기관으로 정부와의 건강한 긴장관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여당의 법 개정움직임에 대해 다수 사회복지관련 학자들과 현장의 반응은 관의 통제하의 사회복지공동모금체제로의 복귀에는 명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반대가 현재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운영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지지는 아니다. 공동모금회가 실천 현장의 이해보다는 공동모금회 자체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행태에 대한 현장의 비판과 변화 요구가 이미 상당정도 제시되어 있다. 이번 기회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해 본다.
[사진] 토론회 퍼포먼스와 참가자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