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여성복지정책의 개선 방향
여성을 남성의 피부양자로 인식하는 복지정책의 기본 전제와 성차별적 내용을 수정하지 않는 한, 빈곤의 여성화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여성 욕구에 대한 기초조사와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근거한 복지제도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에서는 여성복지정책의 개선을 위해 국민연금제도의 보완, 빈곤 여성 및 모자가정에 대한 지원, 보호성원이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변화를 위해 개별 여성 뿐 아니라 여성복지 관련자들의 의식고양과 능력고취가 필요함을 제시한다.
1. 성인지적 통계자료의 생산
여성복지정책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증적 자료들이 축적되어야 한다. 최근 이런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험제도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과정에 대한 성분석을 위해 성인지적 통계자료를 생산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활대상자에 대한 세분화된 성별 통계, 조건부 수급자의 자활유형에 대한 설병 통계, 자활지원사업의 결과에 대한 성별 통계 등을 산출할 필요가 있다.
2. 연금제도의 개선
성인지적 관점에서 성평등적인 사회보험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국민연금제도는 남성 가장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전통적 가족형태를 지원하는 반면, 여성 가구주 비율의 급속한 증가, 가족 유형의 다양화 등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가족관계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에서 취업하지 않은 기혼 여성은 비현실적인 수준의 가급급여를 통해 연금 수급권을 획득하는 것이 일반적 방식이 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여성의 가정에서의 보호 업무에 대한 수급권과 가사노동에 대한 수급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여성은 소득보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는 결과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남성부양자 모델을 기본 패러다임으로 설정하는 한, 수급권의 성차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의 기본 패러다임을 남성부양자 모델에서 양성부양자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가족부양의 원칙을 벗어나 1인 1연금제도로서 개별 수급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연금의 적용대상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적극 포함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 3명 가운데 2명은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소득보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용 근로자의 구성비는 서비스업의 확장과 기업의 노동유연화 전략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일용 근로자의 증가는 대부분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의 성차별적인 영향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적용대상을 일용직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성차별적인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노후의 최저소득을 기초연금의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엄규숙, 2002).
셋째, 여성이 가사노동에 대한 수급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여성이 하는 가정 내 아동, 노인, 장애인에 대한 보호노동을 사회적 기여로 인정하고 해당기간을 연금가입기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의 출산, 육아, 가족성워S(노인, 병자, 장애인 등)의 보호를 위한 일정기간 동안의 연금보험료 납부를 면제해주는 연금크레딧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여성의 가족원을 돌보는 노동을 실적인 가치가 있는 노동으로 인정하는 원칙을 세우는 경우, 남성과 여성이 퇴직시 연금소득에 대한 개별적인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고, 가정보호기능의 사회적 가치와 중요성을 반영할 수 있다.
넷째, 연금분할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혼 여성의 연금분할 시접을 배우자의 연금수급권이 발생한 시점에 청구하게 되어 있는 사후 분할방법에서 선진국에서와 같이 이혼시점에 하는 사전적 분할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혼 후 여성이 제도가입을 통해 별도로 연금수급권을 확보하게 될 경우에도 분할연금의 점수를 토대로 노후의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혼 후 여성이 재혼을 하게 될 경우에도 분할연금의 수급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3. 빈곤여성에 대한 공공부조의 개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여성들에게 탈빈곤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부조제도로서, 빈곤여성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성 주류화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 보충급여의 원칙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빈곤 여성들이 성별화된 노동시장에서 취업과 구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할 때, 공공부조를 통한 빈곤 여성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여성 수급자의 기초생활보장의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녀교육을 위한 지원, 주거보장, 의료보장 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활지원사업을 성 인지적으로 운영하여야 한다. 여성참여자를 위한 자활사업 종류를 다양화하고 광역화하여야 하며, 만성질환을 가진 여성참여자를 지원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참여자를 지원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여성참여자들의 가사와 자녀양육, 가족 성원의 보호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즉 여성의 재생산적 역할을 지원하여야만 생산적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빈곤여성들의 대다수는 연령, 건강상태, 가사와 자녀양육에서 오는 부담 등을 고려하여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어려운 현실적인 상황에서 자활사업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성 수급자의 빈곤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공공부조를 통한 지원 이외에도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4. 빈곤 모자가정에 대한 지원
모자가정은 ‘빈곤의 여성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집단이다. 모자가정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조를 통한 생계보장을 이루어야 함과 동시에 여성의 생산적 역할을 고려한 장기적인 노동시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한정된 예산 범위에서 실행되는 잔여적 개념의 복지 정책으로서 빈곤 모자가정의 자립을 지원하기에는 큰 한계가 있다. 빈곤 모자가정에 대한 지원은 경제적 지원, 자녀에 대한 지원, 의료적 지원, 심리사회적 지원을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경제적 지원으로서, 여성의 독자적인 연금수급권을 확보하는 방안, 한부모가족을 위한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을 갖지 못한 차상위계층의 저소득 모자가정에 대한 생계비 지원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으며,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여성 가구주의 직업훈련기간 동안 생계가 보장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기술교육 중심의 직업훈련을 실시하여야 하며, 직업훈련뿐 아니라, 보육, 아동지도, 상담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지원하여야 한다.
둘째, 자녀에 대한 지원으로서, 아동양육 지원액이 지나치게 낮으므로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자녀학비 지원에서 초등학생과 대학생은 제외되었으나, 초등학생에게도 교재비, 학용품비 증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원과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에 대한 학비융장자등의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방과 후 아동지도 프로그램, 한부모가정의 자녀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대처하기 위한 서비스와 프로그램, 가족관계, 교우관계 등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적 지원으로서, 저소득 모자가정에 건강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저소득 모자가정은 의료보호에서 누락되고 있다. 이들에 대해 의료보호의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심리사회적 지원으로서, 여성 가구주뿐 아니라 모자가정 전체를 지지하는 사회관계망을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확대가족은 긍정적인 지지체계일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 오히려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질적인 지지자원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모자가정의 가족관계를 지원하기 위한 가족 개입이 필요하며, 어린 자녀와는 달리 청소년 자녀는 어머니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비난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가족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
5. 아동, 장애인, 만성질환 가족원이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
빈곤 여성 가구주의 대다수는 생계를 담당할 뿐 아니라 가족을 수발하고 보살피는 부담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사회 복지체계를 구축하여 장애인, 노인, 만성질환 가족원이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도한 빈곤 모자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는 공개념에 기초하여 국 ․ 공립보육시설뿐만 아니라 민간보육시설, 가정보육시설, 직장보육시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 ․ 공립시설에게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에서 민간시설의 운영비 혹은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 1990년대 후반에 이루어진 정부의 보육시설 확충계획에 따라 양적 증가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나, 이에 상응하는 질적 수준의 향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질 높은 보호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다양한 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영유아 교재와 교구를 개발하여 보급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보육교사의 근무조건을 보장하고, 보육교사의 전문성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영유아, 장애아, 24시간 보육시설과 농어촌 및 저소득층 보육시설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방과 후 아동보육의 양적 확충과 질적 발전을 위해 방과후 보육교사의 자질과 전문성 확보,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단순히 아동에 대한 보호 혹은 학습 지도 차원에서 벗어나 아동 자신을 계발하고 특기와 취미 생활을 지도하며, 학습과 정서적 적응을 위한 개별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6. 여성의 의식고양과 능력고취
사회보장체제의 성간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여성 자신의 변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여성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여성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서는 여성의 의식고양을 강조해야 한다.
의식고양(consciousness raising)은 ‘자신의 삶을 조성하는 사회문화적 현실과 그 현실을 변형하는 자신의 능력을 깊게 의식하는 과정’이다(Bricker-Jenkins & Lockett, 1995: 2535). 가부장적 사회에서 현실을 창조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① 나의 욕구는 무엇이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의 인생 비전은 무엇인가? ② 나의 장기정의(self-definition)와 현실의 출처는 무엇인가? 이것은 자신과 세계에 대한 나의 경험과 일치하는가? ③ 이 정의로부터 혜택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이 정의에 따라 사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아니라면..... ④ 무엇이 변화되어야 하며,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변화를 위한 힘의 출처는 무엇인가?
여성은 의식고양을 위해 문제해결 기술, 자기주장훈련, 생활기술로서 부모역할, 고용, 자기방어기술, 집단 의사소통기술, 자원활용 기술 등에 대한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개별 여성이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 여성주의 시각에서는 여성의 능력고취(empowerment)를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 능력고취는 세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데 첫째, 여성 개인에 초점을 둔 능력고취로서 직면을 포함한 상호작용기술, 자기옹호, 권리감(sense of entitlement), 여성의 개인적 책임의식, 권력과 특권의 남성과의 공유의식, 과제중심 문제해결 방법, 자원과 기회의 활용 등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집단적인 능력고취를 위한 개입으로서 여성의 집단의식, 집합적 행동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차원의 능력고취를 위한 개입으로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식화, 사회구조의 변화노력 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의식고양과 능력고취 프로그램은 모든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어야 할 뿐 아니라 특히 사회복지정책의 입안자와 결정자, 공공행정의 관리자와 실무자, 일선의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자, 자원봉사자 등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반드시 학습해야 한다. 또한 공공부조사업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능력고취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실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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