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리)가 선택한 사회복지, 천직인가?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장 정진모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지회장 칼럼을 요청받고, 고민하다가 성탄절을 보내면서 내 삶의 과정에 있었든 어떤 연(부르심)과 직업적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쓰다 보니 칼럼보다는 에세이 같은 글이 되었군요.
예전에는 왜 사회사업(예전에는 사회사업이라고 했음)을 택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았다. 그때마다 웃으면서 사회에서 사업(장사)을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답하곤 했다. 썰렁한 답인 줄 알면서.... 나는 손재주가 있고, 창의성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달란트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건축공학도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입시에 실패를 하고 경상북도 상주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1년간 재수를 했다. 그 때 생각이 바뀌었다. 시골 청년의 여린 가슴에 아무도 줍지 않은 버려진 낙엽을 주어면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감상적인 생각...... 이것이 사회사업을 택하게 된 동기이고 첫 번째 부르심이라고 생각한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 사회사업을 하겠느냐는 부모님의 성화가 대단하셨다. 그때 아버님은 중고 터럭 한 대를 가지고 운수업(대한통운)을 하고 계셨으며, 대부분의 부모님이 그랬듯이 법을 전공하기를 원했다. 결국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1968년 중앙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응시번호 1번으로 접수를 하였다. 학교를 졸업하고 ROTC(10기)로 군대 생활을 하면서 두 번째 위기가 왔다. 제대를 1년 앞두고 앞으로 사회사업을 하면서 살 것인가? 더 좋은 다른 대안은 없는가? 를 생각하다가 사회사업보다는 경찰직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경찰행정학교(2년 졸업하면 경위를 주웠음)를 가기로 생각하고 조금씩 준비하였다. 군 제대 후 머리를 깍고 절로 공부하려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군에서 알았던 아가씨(현재 부인)가 서울에서 시골까지 찾아왔다(별생각을 다 하면서 왔겠지요). 당황스럽게 집에 인사를 시키고, 데려다 주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용산역에서 우연히 학교선배님을 만나 카나다유니테리안봉사회(현 한국봉사회)의 소개를 받고, 인천사회복지관에 입사하게 된다(우연이 아닌 사건들이 있었음). 이것이 나의 삶을 결정 지워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두 번째 부르심).
6년 가까이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내가 너무 초라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권태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를 이기지 못하고 금융계통(신용협동조합)으로 자리를 옮겨 약 3년 가까이 일했다. 처음에는 일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차츰 보람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2년 12월 현재의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개관과 함께 장애인복지 계에 몸을 담게 된다. 제가 신용협동조합에 있을 때 “당신 자리는 그 자리가 아니라고” 일깨워주시고, 사회사업 기관에 대한 취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내 삶의 선택에 커다란 영향을 주신 수녀님이 한분 계셨다. 이것이 세 번째 부르심이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 후에도 이러한 일들이 몇 번 더 있다. 인생은 매순간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내 삶의 과정을 보면 중요한 선택의 귀로에 있을 때, 내 의지보다 그 무엇인가의 부르심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가? 그것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복지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다.
오늘은 나의 선택에 대해 잠시 묵상해 보았다. 내가 아버님 말씀대로 사회사업을 전공하지 않고 법을 전공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등고시 30년 재수..., 아니면 고등 반거치, 끔찍하다. 경찰이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신용협동조합에 그냥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좋은 면도 많았겠지만 사회복지 일 같이 보람 있고, 즐겁고, 신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내가 선택한 사회복지, 벌써 34년이 되었다. 나는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다. 어떤 자리에서 후배들이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라는 청을 받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하는 몇 가지 당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하고 싶은 일을 기쁘게 하자. 하고 싶은 일이면 기쁘고, 힘도 덜 들고 지치지도 않고 에너지가 넘친다. 일이 기쁘지 않으면 불만과 소진되기 쉽다.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마라” 는 책을 보면 모두에게는 천직(天職)이 있고, 천직은 지치지 않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하고 있다.
둘째는 일의 의미를 찾고 느끼도록 노력하자. “겅호” 라는 책을 보면 다람쥐 정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람쥐를 부지런하게 움직이도록 동기부여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하는 일은 모든 것이 소중한 일이다.
셋째는 전문가로써 부끄럽지 않은 능력을 키우고 긍지를 갖자. 얼마 전 뉴스에서 암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해 그것으로 사망하게 했다면 그 책임을 의사가 져야한다는 법의 심판이 있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우리들은 이용자(클라이언트)에게 전문가다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얼마나 가지고 임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너무 따지고 계산하지 말고 손해나는 듯 살자는 것이다. 살다보면 도움이 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는 일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도움이 되는 듯하지만 지나고 보면 도움이 되지 않는 일도 많이 있다. 어렵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져보자고 말하고 싶다. 법정 스님은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라고 했다. 우리는 가난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사회복지를 선택했다.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
출처 : [정진모 복지칼럼] 내(우리)가 선택한 사회복지, 천직인가?
글쓴이 : 밝은얼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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