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강의보충자료

국내입양이 해외입양 앞질렀다고 ?

양곡(陽谷) 2008. 1. 2. 15:49

크리스마스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평소 안하던 '사랑'이란 말이 꽤나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입니다. 입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말입니다.

우리나라엔 몇 가지 부끄러운 기록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수십만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는 겁니다.

정부가 공식집계를 시작한 1958년부터 2004년 6월까지 무려 15만4142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그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긴 셈입니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네덜란드 외교관 부부가 한국인 입양아를 버리렸다는 소식 때문에 맘이 편치 않았는데요, 이번엔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어린이가 살해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착착함을 더합니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국내 입양률이 해외 입양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입양률이 2006년 41.2%에서 2007년9월 현재 58.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해외 입양률은 지난해 58.8%에서 9월 현재 41.7%로 줄어들었구요.

복지부는 이게 올해부터 정부가 도입한 '국내 입양 우선추진제' 등 정부의 국내입양활성화 대책이 효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조만간 거짓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입양 대상 아동으로 결정되면 5개월 동안 해외로 입양될 수 없고, 그 사이에 국내 입양이 우선적으로 추진되는 제도(국내입양 우선추진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5개월 동안 해외입양이 안됐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해외입양을 한 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5개월이나 막아놨으니 자연히 국내입양이 해외입양을 앞지르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9월까지 통계가 국내입양이 58%수준이라면, 본격적으로 해외입양이 재개된 6월께부터 올해 연말까지 모두 포함할 경우 그 비율은 50% 수준을 유지하거나 최악의 경우 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국내입양이 해외입양보다 많다는 통계는 일종의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깁니다.

일선 입양기관 담당자들도 하나같이 이 문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입양기관인 한 복지회 담당자는 "5개월 간 해외입양을 제한한 가운데 나온 통계로 올해 연말이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해외 입양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지난 9월 중순 기준으로 국내에서 입양 부모를 찾지 못해 위탁가정에서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은 970명에 달했습니다.

그런데도 복지부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는 뭘까요.

물론 정부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겠죠. 하지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꽤나 애를 쓰고 있다는 게 제가 취재현장에서 접한 담당자들에 대한 느낌이었거든요.

분명 정부의 정책은 국내입양을 늘리는데 매력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까다로운 입양자격 요건을 완화해 독신자도 입양이 가능해졌고, 연령제한도 기존 50세에서 60세로 늘렸습니다.

무엇보다 13세 미만 아동을 입양한 가정에는 매달 10만 원의 입양아동 양육수당을 주고, 그동안 문제가 됐던 입양수수료 역시 정부가 수수료로 20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정부가 입양기관에 주기로 한 지원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서 입양 부모들이 돈을 내고 아이를 데려오기도 합니다.)

좀 더 파격적인 국내입양책을 내놓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아예 해외 입양 자체를 제한하자는 거죠.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보건복지위)은 지난 9월에 발의한 입양촉진특례법 개정안에서 해외 입양의 경우 교육·의료적 치료 등 복지를 위한 경우에만 허용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입양을 국내와 해외로 나눠 바라보는 구분법도 철저히 어른들의 시각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 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입양 대상 아이들에게는 가정이 필요한 것이지, 이것이 꼭 한국의 가정일 필요는 없다"면서 "문화·사회적으로 훨씬 성숙한 가정환경을 갖췄다면 그 곳이 최선이고, 물론 한국이라면 훨씬 좋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나 독일이라고 해서 안될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꽤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지만, 마냥 입양기관 담당자의 하소연으로 치부해버릴 수 없는 현실의 무게가 느껴지는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모의 이혼·실적, 빈곤, 아동학대 등으로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요보호아동 발생건수가 2001년 1만576건이었던 것이 2003년 1만222건, 2006년엔 9034건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디 이들에게도 성탄의 축복이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