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공자에게 예(禮)를 물었더니
어제는 설날 이였다. 많은 이들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며 한 해의 첫 마음을 바로 세운다. 어떤 이들은 미리 성묘를 다녀오고, 또 어떤 이들은 집에서 정성을 다해 차례를 모신다. 그러나 이러한 제례의 방식은 가문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제사상에 올리는 제수의 구성부터 절차, 순서, 헌작의 방식까지 일률적인 규범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 속 예(禮)의 의미를 따져보면, 제례가 획일적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공자 역시 제례의 대가였지만, 그 또한 제사의 현장에서 스스로 모든 것을 알고 행하려 하지 않았다. 노나라 주공의 태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공자는 매사에 제사장에게 묻고, 절차를 확인하며 따라갔다. 이를 지켜본 이들 중 어떤 이는 비웃듯 말했다. “누가 추읍 사람의 아들이 예를 안다고 하더냐. 태묘에 들어와서는 일마다 묻고서야 행하는구나.” 추는 공자의 아버지 숙량홀이 다스리던 작은 고을에 지나지 않았고, 그를 가리켜 예를 모르는 촌부의 아들이라 조롱한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이를 나무라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히 말하였다. 알면서도 묻는 것이 예니라.” 그는 자신이 제례의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 고을과 그 가문의 전통을 존중하기 위해 일일이 확인하며 따라간 것이다. 제사는 철학적 의미에서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의 형식이며, 역사적 의미에서 한 공동체 안에 형성된 관습의 축적이다. 그러니 제사에서 ‘내가 아는 방식’을 주장하며 앞세우는 것은 이미 예의 정신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제례는 절차보다 마음이 먼저이고, 마음의 표현 방식은 각 공동체와 가문마다 다르게 형성되어 온 것이다.
한국의 관혼상제는 시대의 변화와 지역의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주되며 이어져 왔다. 유교적 제례의 틀은 조선 시대에 체계화되었지만, 실제 백성들의 제사는 생활환경에 맞춰 계속 변해 왔다. 바닷가 마을에서는 어패류를 올리고, 산골에서는 구할 수 있는 산나물을 올렸으며, 어떤 가문은 술을 세 번 올리고 어떤 가문은 한 번만 올렸다. 제례는 결코 절대적 규범이 아니라, 각 집안이 세대에 걸쳐 쌓아온 문화의 맥락 속에서 조정되고 지켜져 온 생활 예법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에는 “이게 정통이다”, “저건 틀렸다”며 콩을 놓아라, 팥을 놓아라 하며 서로의 방식을 간섭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를 지킨다는 이름으로 오히려 예를 어기는 행위다. 제례는 위계와 지식의 과시가 아니라, 조상과 후손이 마음을 잇는 시간이며 공동체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례다. 그러므로 각자의 방식은 각자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억지로 하나의 표준에 맞추려 한다면, 제례가 지녀온 문화적 다양성과 지역적 풍토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게 된다.
공자가 말한 “알면서도 묻는 것”이란 곧 겸손이고, 타인의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로 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 예의라는 말처럼, 관혼상제 역시 그 집안의 방식과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 바른 도리다. 제례의 본질은 조상을 추모하고 현재의 삶을 다짐하는 마음에 있으며, 그 마음을 담는 그릇은 집안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성이지, 절차의 동일성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생활방식 속에서 살고 있다. 제례의 형식도 그에 맞추어 변화할 수 있고, 변화해 온 것이 역사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을 인정하는 태도만큼은 변해서는 안 된다. 공자마저도 물으며 제를 행했다면, 우리 또한 제례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제례는 과거의 의무가 아니라 현재의 성찰이 되고, 형식적 의식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문화로 다시 살아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들과 즐겁고 행복한 설명절 보내시고 한해 건강 하세요.ㄷ
* 즐거운 한해 되세요 ㆍㆍ학
'유익한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랑스러운 <한국인>/영국의 <'마이클 브린'>이 쓴 (과일)"한국인을 말한다"...에서 (0) | 2026.02.19 |
|---|---|
| ㅡ사회복지사 일기/ 소설가 김현용 한림대 명예교수 (0) | 2026.02.15 |
| 어느 녹치록 윤 관련 (0) | 2026.02.15 |
| 자기 정권도 못 지킨 사람들이 나라는 지킬 수 있겠는가/김태산 (0) | 2026.02.14 |
| 🙏 Trump Says Faith in God Stronger Than Ever 🇺🇸 (0) | 2026.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