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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조력사 합법화’ 과정… 한국에도 적용 가능할까/안락사

양곡(陽谷) 2024. 9. 10. 18:10

캐나다 ‘조력사 합법화’ 과정… 한국에도 적용 가능할까
“캐나다 대법원 판결이 의료조력사 합법화 기폭제”
201203_1.jpg4일 헌법재판연구원 심포지엄에서 조슬린 다우니(왼쪽) 캐나다 달하우지 로스쿨 명예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은상 서울대 로스쿨 교수.
요약
▶ 캐나다의 의료조력사 합법화 과정이 한국과 유사한 점이 있어, 한국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캐나다는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계기로 의료조력사가 합법화됐으며, 한국도 헌재에서 관련 심리가 진행 중이다.
▶ 한국과 캐나다 모두 국민 여론이 의료조력사에 대체로 긍정적이며, 입법과정에서 사법부 판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의료조력사와 존엄사 합법화 관련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캐나다의 의료조력사 합법화 전 상황과 합법화 과정이 한국과 유사한 점이 있어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존엄사 관련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상황인 만큼 이번 분석이 더욱 주목된다.
헌법재판연구원(원장 김하열)은 4일 서울 강남구 헌법재판연구원 대강의실에서 ‘인구 변화와 헌법’을 대주제로 제13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캐나다 의료조력사: 헌법적 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조슬린 다우니(Jocelyn Downie) 캐나다 달하우지 대학교 로스쿨 명예교수는 캐나다에서 의료조력사(MAiD, Medical Assistance in Dying)가 합법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짚었다.
캐나다는 2016년 알츠하이머 등 말기 질환자에 한해 의료조력사를 합법화한 후 2021년 불치병 환자로 범위를 확대했다. 올 3월부터는 거식증, 우울증 등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의료조력사를 할 수 없도록 한 한시 조항이 만료돼 이들에 대한 의료조력사가 가능해질 예정이었지만 보건 체계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회의 반대로 적용기한이 2027년 3월까지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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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니 교수는 “캐나다에서 의료조력사가 합법화되기까지 과정을 되짚어보면 현재 한국의 상황과 닮은 부분이 많다”며 “두 국가 사이의 다양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의료조력사 합법화 과정을 돌이켜보고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캐나다와 한국 모두 연명의료 중단 권리를 명시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관련 법률 제정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대법원은 1990년, 1992년, 1993년 잇달아 ‘캐나다인은 잠재적 연명치료를 거부할 법적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거부는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후 2015년 2월 캐나다 대법원은 형법상 의료조력사 금지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했고 이는 의료조력사 합법화의 기폭제가 됐다.
한국에선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고 그 기준을 명시한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9다17417)이 나왔다. 다우니 교수는 “한국 역시 전합 판결 이후 연명치료 중단을 합법화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헌재에선 척수염 환자 이명식 씨가 낸 조력 존엄사 관련 ‘부진정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심리 중인 점도 언급했다.
한국과 캐나다 모두 유사하게 의료조력사 관련 수용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2016년 캐나다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국민의 85%가 의료조력사 금지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지지했다. 한국에선 2022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2%가 조력사를 찬성했다. 다우니 교수는 “캐나다에서 조력사가 합법화되기 전과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에서 조력사가 합법인 스위스를 찾아 조력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한국 모두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통해 합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캐나다에서 의료조력사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에선 2022년 제21대 국회에서 안규백 의원이 의료조력사 허용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고, 안 의원은 지난 7월 제22대 국회에서 법안을 재발의했다.
다우니 교수는 대법원의 위헌 판결 등이 캐나다의 의료조력사 합법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입법 단계의 기폭제의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브리짓 루이스(Bridget Lewis) 호주 퀸즐랜드 공과대학교 로스쿨 부교수가 ‘세대 간 기후정의: 호주에서의 논의’를 발표하고 박시원 강원대 로스쿨 교수가 지정토론에 참여했다. ‘독일 헌법상 가족 개념의 변화’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이현정 독일 엘랑엔 뉘른베르크 대학교 비전임교수가 발표하고 정문식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지정토론했다.
(원문) https://www.lawtimes.co.kr/news/20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