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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 /정 순 영

양곡(陽谷) 2024. 3. 23. 06:12

주름살
/정 순 영

내 얼굴에는
추억의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골 깊은 강에 노을이 지면
눈물 흥건한 별들이 하나 둘 반짝거립니다
어깨를 다둑이는 아버지 별과
안쓰러워하는 마음의 어머니 별과
그리운 형제누이의 별들이 손깍지를 꼬옥 끼고 반짝거립니다
별들은 반짝거리며 향수鄕愁를 이야기 합니다
내 얼굴에는
나를 내려다보는 별들이 반짝거리는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계간<한국시학> 2024, 봄호. 제69호.

//오늘 아침 정순영 시인이 카톡으로 보내주신 시다. 제목이 주름살이다. 주름살은 나무에겐 나이테고 사람에겐 고상하게 연륜(年輪)이라 불리는 것인데, 시인은 이를 삶의 기록으로 은유하였다. 고뇌일 수도 있고, 고심일 수도 있고, 일기장 같은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시인은 얼굴에서 '흐르는 추억의 강을 보았다' 하였는데 아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어 거울을 보면 우리는 아버지의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과 형제누이의 모습을 거울에 비친 얼굴에서 볼 수가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온갖 과거의 얽히고 섥킨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갈 때가 있는 것이다. 주름살에서 추억의 강을 보는 것은 시인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 이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