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문 선생>(475) 2015.11.17.
한 세상 가는 길이 많기도 하건마는
불의에 저항하다 목숨을 던지셨네
청사에 천추대절이 일월처럼 빛나네
“인간의 역사는 배신의 역사”로 보는 이들도 있다. 조선왕조 519년간 동안 가장 욕을 먹는 변절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단종복위 운동을 밀고하여 사육신 등 수많은 충신들 죽음으로 내몰은 김질(金礩, 1422∼1478)일 것이다. 변절자 김질은 동지인 사육신을 배신했다.
지금으로부터 559년 전인 1456년(세조 2) 일이다. 6월 1일에 세조(수양대군)가 상왕인 단종과 함께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위한 잔치를 열기로 하자, 단종 복위를 모의하던 이들은 이날을 거사일로 정했다. 성삼문(1418∼1456)은 거사일 전날에 집현전에서 비밀회의를 열고 그의 아버지 성승(成勝)과 유응부 ‧ 박쟁(朴崝) 등 무신들에게는 운검(雲劒)으로 세조의 뒤에 섰다가 세조와 윤사로(尹師路) ‧ 권람 ‧ 한명회를 처단하고, 병조정랑 윤영손(尹鈴孫)에게는 신숙주를 각각 제거하도록 분담을 시켰다. 그 나머지 중신들은 여러 무사들이 나누어 제거하기로 했다.
그리고 김질(金礩)에게는 그의 장인인 정창손(鄭昌孫)으로 하여금 상왕복위를 주장하도록 설득하라고 했다. 그러나 당일 아침에 갑자기 연회 장소가 좁다는 이유로 운검이 폐지되자, 거사일을 후일로 미루었다. 거사에 차질이 생기자 김질은 장인 정창손과 함께 세조에게 밀고(密告)하여 조선왕조의 최대의 참극인 사육신 사건이 발생했다.
역대 임금 중 가장 잔혹했던 세조(수양대군)는 충신들의 “친자식들을 모조리 교형(絞刑)에 처하고, 어미와 딸과 처첩(妻妾)과 조손(祖孫)과 형제자매와, 아들의 처첩은 변방 고을의 노비로 영속시키고, 나이 16세 미만인 자는 외방에 보수(保授)하였다가 나이가 차기를 기다려서 안치(安置)시키라” 고 명령했다.(『세조실록』 2년 6월 8일).
희대의 변절자 김질의 배신으로 단종 복위가 계획이 무산되고 충신들은 멸문지화를 당했다. 1456년(세조 2) 6월 8일에 성삼문은 참혹하게 환열(轘裂) 형을 당한 후 3일 동안 저자에 효수(梟首)되었으니 38세였다. 성삼문의 아버지 성승과 동생인 성삼빙(成三聘), 성삼고(成三顧), 성삼성(成三省) 3명과, 아들인 성맹첨(成孟瞻), 성맹년(成孟年), 성맹종(成孟終) 및 갓난아이까지 모두 죽음을 당하여 혈손이 끊겼다. 성삼문이 사형을 당한 뒤 그의 집을 살펴보니 세조가 준 녹(祿)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을 뿐 가재라고는 아무것도 없었고, 방바닥에 거적자리가 깔려 있을 뿐이었다. 이 대쪽같은 기개가 또다시 우리의 가슴을 치게 하고 아리게 한다.
김질은 동지를 배반하고 변절한 댓가로 좌익공신 3등이 되고 이후 승승장구하여 좌의정이 되어, 영의정 한명회와 신숙주 등과 함께 이른바 원상세력(院相勢力)을 형성하였고 후일 상락부원군에 봉해졌다. 김질은 사육신보다 22년을 더 살며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김질이 1478년 2월 24일 57세로 죽자, 『성종실록』 졸기(卒記)는 “여러 신하가, 김질이 함께 모반하였는데 성패를 관망하다가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서야 고한 것이라 하여 주살하기를 청하였으나, 세조가 듣지 않았다.”고 하여, 변절자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천추대절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육신의 대쪽같은 삶과, 동지를 배반하고 권력의 양지를 찾아간 변절자 김질의 오욕(汚辱)의 삶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인간의 역사는 배신의 역사”라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 아침이다.
○ 내일(2015.11.18.수)은 14∼16시까지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김정배)의 “2015년 반부패 청렴교육”에서 「역사에서 배우는 청렴과 공직윤리」를 주제로 특강(127 -1060) 한다. <사진 성삼문 선생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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