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신평
나무도, 한갓 풀 한 포기도, 사람마저도
상처를 받지 않고 자라는 것은 없다
왜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지
아픔을 견디다 못해 때때로 울부짖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상처는 잘 아물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상처의 원인을 되새기고
어느 사이 곁에서 사라진 상처받은 존재들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세상의 다른 상처를 없애려고 애쓸 때
비로소 우리는 회복의 힘을 가진다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 가고
상처로 생긴 결핍의 시간은 채워진다
상처의 기억에서 벗어나
땅 위에 우뚝하게 선 이
그가 뿌리는 너그럽고 고요한 눈길은
주위를 풍성한 푸르름으로 감싸 안는다
덧: 겨울에 핀 바늘꽃이 무척 외롭습니다. 상처를 가두어 두고 마지막 힘을 다해 겨울꽃을 피우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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