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득 선생님과 만나다
페친으로 알게 된 권오득 선생님과의 만남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까마귀 노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정몽주 모친의 말씀처럼 때 묻은 무리들과 어울리지 않음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두 남자가 만났습니다. 권 선생님은 여든둘의 노익장이시고, 저는 예순다섯의 애송이 노인이지만 권 선생님이 그 시간의 차이를 포용해 주시니 그저 감개가 무량할 뿐이지요.
제가 이번에 한국에 나와 두 번 이상 만난 사람은 딱 두 분이니 (옛 친구 몇을 제외한.. ) 한 분은 정순영 시인이시고, 다른 분은 바로 권오득 선생님입니다.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었느냐 물으신다면 아니올시다로 답하겠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페북으로 만나고 생각이 雙龍처럼 어울리니 한 번 만나 영롱한 여의주의 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여의주는 농담이지만 막상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말에서 빛을 나고 어우러짐은 느꼈지요.
내일 내가 한국을 떠남에 권 선생님이 꼭 한 끼를 사시겠다고 페북의 댓글로 연락을 하여 오전 11시쯤 영등포 시장역 3호 출구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곤 영등포 시장 사거리에 있는 나주 곰탕 집으로 가 해물 파전과 곰탕 한 그릇 그리고 동동주 한 주전자로 즐거운 점심을 대신했습니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닌 동동주 위의 대화이니 여간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뭐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그렇고 그렇다 하겠지만 대화는 근처의 커피숍으로 이어졌습니다.
영등포 시장 사거리의 한 모퉁이의 지하에 있는 커피숍을 발견하였는데, 글쎄 이곳이 이번에 발간한 제 시집 '장미다방'을 연상시키는 곳이었습니다. 소파도 탁자도 그리고 마담도 '장미다방'이 분명했습니다. 이러니 사진을 한 장 찍어 기념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아래 사진을 보면 권 선생님과 제가 '장미다방'에서 찍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물론 이 다방의 이름은 '장미다방'은 아닙니다만 분위기는 바로 장미다방이 맞습니다.) 다시 오랫동안 여기에서 권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역사, 문학, 현 세계정세와 미래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못 한 곳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황금 알이 생산되어 그 광휘에 피곤한 두 사람은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어 분명히 다시 해후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난 이야길 덧 붙이자면 권오득 선생님은 제 페친이신 '이해득' 님을 제 누이나 누님으로 생각하고 페친을 신청했다 하셨습니다. '이해우'가 필명이란 것을 모르셔서 벌어진 해프닝이지만 덕분에 훌륭한 '이해득'님과 페친이 되어서 기쁘시다 하셨습니다. ㅎㅎ)
이제 가방을 싸야 합니다. 한국에서 올리는 글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기쁜 일만 가득하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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