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년 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정말 무서운 수치다. 고령화나 인구 감소 자체보다는 단기간에 출산율이 급락한 것이 큰 문제다. 출산율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노년층이 되고, 이들을 부양할 인구는 적다. 이 불균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더 이상 가족 구조 안에서 자녀가 어르신을 돌보는 시스템은 불가능하다. 대부분 국가가 세금 인상, 정년 연장 같은 닥쳐 올 문제에 대해 대책이 없어 보인다.”
-지금 같은 물가·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택, 토지, 주식, 채권 등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산가들의 수익이 줄어들 것이다. 반면 물가 상승, 세금 인상, 노동 공급 감소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 불평등은 완화될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로 해외 제조업 생산기지와 이민지와의 경쟁이 느슨해지면서 자국 근로자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 같다. 신흥 경제에 일자리를 빼앗긴 선진국 하위 중산층을 매혹하던 극단적 포퓰리즘은 잦아들 것이다.”
굿하트 교수는 “여전히 대다수 거시경제 분석이 경기 순환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 단위 정책에 매몰돼 세계화, 인구 변동 같은 크고 중대한 변수를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30년에 걸친 장기적 관점에서 위기를 진단해보니 앞날을 비관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생산성 전쟁이 시작된다
경제 인구 급감으로 인한 저성장 위기를 극복하려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굿하트 교수는 “저렴한 노동력과 재화를 세계에 공급했던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 후보로 인도와 아프리카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아프리카가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을까.
“인도는 앞으로 10년간 경제 성장률에서 중국을 능가할 것이다. 다만 민주적 견제·균형 시스템 부족으로 중국만큼 경제 규모를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 같다. 아프리카는 교육 수준이 높지 않고, 54개에 달하는 국가 정책이 파편화돼 있어 중국에 맞설 ‘제조업 복합체’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은퇴 연령을 늦추고, 노년층을 생산에 투입해야 하나.
“많은 나라가 검토하고 있지만, 이 또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고령 인구의 경제 활동을 늘린다고 해서 전반적인 근로 역량이 하락하는 여파를 막아낼 순 없기 때문이다. 역시나 정치적 반발을 고려해야 한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19년 말 은퇴 및 연금 구조 개혁에 나섰다가 곤경에 처했다.”
찰스 굿하트 교수가 2019년 집필한 저서 '인구 대역전(원제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출판사 생각의 힘
찰스 굿하트 교수가 2019년 집필한 저서 '인구 대역전(원제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출판사 생각의 힘
-결국 생성형 AI 같은 기술 혁신이 중요할 것 같다.
“기업은 노동 절약 기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임금이 오를 것이므로 충분한 인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다. AI, 챗GPT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장비에 투자해야 한다.”
굿하트 교수는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될수록 대다수 정부가 중앙은행에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을 가하며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각국 정부가 (높은 금리에 국민이 불만을 가지는) 정치적 부담을 느끼더라도 중앙은행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무능한 정치 세력의 등장을 경계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부를 선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조심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굿하트 교수는 요즘도 매일 5~8시간씩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런던 시각으로 오전 8시에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분홍색 옥스퍼드 셔츠에 넥타이, 갈색 헤링본 재킷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그는 이미 조간 신문을 정독했다며 “오늘 아침에도 영국의 간병 일자리가 아프리카 인력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고 했다.
굿하트 교수는 일주일에 사흘은 오후 내내 요양원에 가서 중중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돌본다. 그는 “나 역시 돌봄이 필요한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며 “아내와 관련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구 구조와 물가·금리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했다.
/찰스 굿하트 제공
/찰스 굿하트 제공
-고금리 시대에 재정 위기로 세금이 오를까 걱정이다.
“공공 부문의 지불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정부가 재산세·법인세를 가파르게 올리면 숙련 근로자와 기업이 소재지를 아예 바꿔버리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조세 반발 없이 취약층을 보호할 수 있는 선에서 국경세·토지세·탄소세 등을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고금리 시대에 개인의 경제 행동 양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1990년대부터 2020년까지는 주택, 주식, 채권 어디에 돈을 투자하든 상관없었다. 자산 가격은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 위기가 발생하면 회복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채권 시장은 더욱 그렇다. 만기가 짧은 유동성 자산은 합리적인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은행 예금을 통해 연 3~4% 수익을 누리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에서 이른바 ‘영끌’ 투자를 한 사람이 많다고 했더니 굿하트 교수는 “조심하라(Be careful)”를 세 번 연속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부동산은 주식과 채권 가치와 함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가상 화폐 투자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굿하트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노후를 위해 저축하라”고 했다. “여러분이 늙었을 때 국가 재정은 넉넉지 않을 것이다. 돌봐 줄 손주도 형편이 여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은 혼자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직시하라.” 진심이 느껴지는 석학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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